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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06-17 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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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다시 부르시오”

한 차례의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 봉창을 두 번 한다면 이상하겠지요. 1963년 5월 20일 동해안의 황지선 개통식에서 실제 그런 이변이 있었습니다.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입니다. 강원도 황지(지금의 태백시)에서 열린 그 행사에 모인 사람들이 애국가를 잘 부르지 않아 박정희 의장이 “이 지방 주민들은 이런 행사를 잘 몰라 그럴 수 있겠지만 저 뒤에 와 있는 인사들은 애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행사의 마지막 순서에 “애국가를 다시 한번 부르라”고 했던 것입니다.

애국가는 한국인의 통일된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애국가 가사에 들어 있는 낱말의 의미를 새겨 보기로 하겠습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애국가 2절의 가사입니다.
이 ‘남산’이 서울의 남산을 가리키는 고유 명사일까요? 아니면 ‘남쪽에 있는 산’을 이르는 보통 명사일까요? 애국가에 나오는 이 ‘남산’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서울에도, 경주에도, 어느 고장을 가나 남산은 있습니다.
‘남산’의 ‘남(南)’은 지금은 ‘남쪽’이란 의미로 쓰이지만, 원래는 ‘앞’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즉 ‘남산’은 ‘앞산’이란 뜻입니다.

“낮이며는 앞남산에 나무하고 뒷동산에 나물 뜯어 저녁거리 장만하고…….”
-채만식<過渡期>
“여보소, 동무들아, 앞남산에 소나기 졌다. 삿갓 쓰고 도롱이 입자.”
-<변강쇠가>
“당신이 내 속 썩는 걸 요다지도 모르거든 앞남산 봄눈 썩는 걸 건너다가 보세요.”
-<정선아리랑>

어떻습니까? ‘남산’에 ‘앞’자가 붙어 한자어에 고유어를 합쳐서 쓰고 있지요? ‘처가집’, ‘역전앞’, ‘족발’ 같은 말들이 무척 많습니다.

어쨌든 애국가의 ‘남산’은 국민 저마다에게 항상 눈에 익은 자기 고장의 앞산을 가리키는 말이고, 반대 방향인 뒷산의 ‘뒤’를 가리키는 말이 ‘북(北)’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북’도 지금은 ‘북쪽’의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원래는 ‘뒤’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북망산에 간다’ 하면 ‘뒷산의 묘지로 간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요.

“바람서리 불변함은……”의 ‘바람서리’는 무슨 뜻일까요? ‘풍상(風霜)’이란 뜻입니다. 이것을 ‘바람서리’로 바꾸어 보니 변화하는 세월의 흐름이 그윽하게 느껴집니다.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다시 불러야 했던 것이 애국심이 없는 탓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우리의 1960년대는 참 가난했습니다. 가난하면 어깨가 축 처지고 기가 죽습니다. 자신감을 잃어 언행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기에는 외국에 사는 우리 교포들이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라는 물음에 ‘코리아’라는 말을 입밖에 내지 못했습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가난은 그렇게 우리를 움츠러들게 했습니다. 부끄럽고 슬프기만 했습니다.

‘코리아’라는 말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는 ‘고려’를 가리키는 말에 ‘아’가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Korea’인데 ‘아’, 즉 ‘a’는 무엇일까요?

다른 나라를 보면 America, Austria, Canada, China처럼 ‘a’가 붙은 이름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 ‘a’가 지명을 표시하는 영어 접미사입니다. ‘코리아’는 ‘고려’에 ‘a’가 붙은 이름이고, ‘China’는 진시황 진나라의 ‘진’에 ‘a’가 붙은 것입니다.

“오~코리아! 오~코리아! 오오오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경기 때 우리의 ‘붉은 악마’와 시민들이 외쳐 부르던 응원가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당당히 ‘코리아’를 외치는 것은 다름 아닌 자부심, 자신감의 발로이지요.

가난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기에 대한민국, 우리 코리아가 그만큼 달라진 것 아니겠습니까?
오랜 가난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구해낸 박정희 대통령은 한마디로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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