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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8-10 22: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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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구만산(해발 785미터)

인생이란,
배척이 아니라 배려이여야 한다.
사는 것이란,
반목이 아니라 이해이어야 한다.
생활이란,
뺄셈이 아니라 덧셈이어야 한다.

봉의저수지에 선다.
정히 삼각형 모양의 저수지이다.
가녀린 산길의 시작이다.
신작로가 그곳에서 종점을 만든 것이다.
저수지가 만수로 푸르다.
덧셈이 작용한 것이다.
덧셈이란 까탈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유입을 마다 않는 아량인 것이다.
저수지 삼각형의 끝부분을 따라 산길에 접어든다.

어둠에 빛나는 가로등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더욱 빛을 낸다.
밤길 걷는 자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한숨을 몰아쉬기 위해 고개를 숙인다.
땀방울을 훔친다.‘
물에 잠긴 이정표를 먼저 본다.
이정표가 계곡의 물에서 떠오른다.
계곡 맑은 물이 거울처럼 이정표를 반사하고 있다.
가로등처럼 이정표가 길안내를 하고 있다.
오른편에 억산이고,
왼편에 구만산이다.
이정표의 배려를 따라 왼편으로 접어든다.

억산방향을 올려다본다.
바위가 위력적이다.
큰 단애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난간에 자란 전나무 한 그루를 본다.
그 형상이 우뚝 선 산사나이같다.
발이 없어 걸을 수 없는 전나무이지만,
정상에 서고 싶은가 보다.
바위에 비추는 푸른 전나무이다.
겨울엔 그 푸름이 있어 바위가 덜 삭막할 것이다.
삭풍이 부는 겨울에
나는 그 전나무의 바위에 오를 것이다.

산속의 소나무가 푸르다.
우거진 굴참나무이다.
계곡이 마르지 않는 까닭이다.
졸졸 흐르는 계곡을 성큼 건널 때면,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벗이 된다.
쓰치고 마는 이별이 아니라,
길 떠나는 친구에게 기운을 보태는 우정같다.
소나무와 굴참나무의 호위를 받아 능선에 오른다.
악수처럼 소나무를 잡아본다.
바위의 기운들이 몸에 전해온다.
포옹처럼 굴참나무를 안아본다.
흙의 풋풋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가파름을 떨쳤다.
완만한 능선길이다.
가파름은 떨치기 위함이라면,
완만함은 이어가기 위함인 것이다.
이어진 그곳에 구만산 정상이다.
저 편을 바라다본다.
능선이 마치 호랑이등줄기같다.
먹이감은 찾는 그 탱행한 등줄기같다.
그 아래에 젖줄처럼 구만계곡이다.
이 편을 바라다본다.
가야산이 구름의 호령을 기다리고 있다.
정상에 오래 머물러도 좋은 이유가 된다.
저 편과 이편을 넘나들며 관상할 수 있어 그렇다.

한참을 하산한다.
바위의 파편인 된 돌을 밟는다.
물소리가 쏴아한다.
마치 적막을 깨는 대쪽같다.
굽이길 돌아 구만폭포에 당도한다.
굽이굽이 흘러온 물이 내리기에는 아까운 듯,
포말이 되어 하늘로 튀어 오른다.
그래보았자 폭포수가 되어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구만폭포에 첨벙한다.
폭포 양 켠의 바위를 본다.
물살을 맞아 검게 살아 있는 바위돌이다.
바위의 돌들이 기이하다.
하늘을 향하여 웅비하는 것이 아니라,
뾰족한 끝부분이 아래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구구절절 돌들의 애틋한 사무침을 본다.
그 사무침이 향하는 곳은
허공의 하늘이 아니라 그 터전의 지상인 것이다.
폭포수는 그 돌의 방향을 따라 솓아져 내린다.
구만폭포가 그 사무침에 포효하고 있는 것이다.

들어나는 비경이다.
딱히 그 표현을 떠올린다.
구만폭포의 사무침이 흘러내리는 계곡이다.
바위가 멍석을 깐 듯,
바위가 병풍을 두른 듯,
바위가 어머니를 모시는 아들을 닮은 듯,
계곡을 따라 천태만상으로 도열하고 있다.
역발산의 기운으로 설악의 천불동을 옮겨온 듯하다.
숨겨져 있어 비경이 아니라
들어나 비경이 되는 것이다.

철기둥을 잡는다.
난간의 철사다리이다.
철사다리가 없었더라면,
구만폭포로 가는 통로는 막힌 것이다.
이 편과 저 편을 나눔하는 것이다.
통함과 막힘을 이분하고 있는 것이다.
나눔과 이분의 난간에 서서,
세상사는 것의 이치를 되내여 본다.
삶은 나누어서 단절이 아니라,
나눔을 넘어 이어가는 것임을,
생이란 제외하여서 반목이 아니라,
더하여서 포용하는 것임을,

추신: 구만산은 임진왜란 때에 90,000명이나 피난하였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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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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