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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주민소환법의 문제점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투표 참여율의 저조로 무위로 끝났다.
저조한 투표 참여가 '투표 불참' 호소라는 투표권 불행사 선거운동에 의했든, 의혹이 일었던 몇 몇 관권선거에 의했든, 아니면 주민소환 활동에 대한 주민의 무관심과 그에 대한 불신에 의했든 - 그에 대하여는 사회학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 이번 주민소환 사건은 실패한 투표임에는 틀림이 없다.
혹자는 투표율이 너무 높다고 한다.
혹자는 소환투표 운동이 너무 엄격하게 제한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소환은 곧 선거에 의한 직무정지와 공직박탈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아무런 소환사유도 없이, 단순히 독선과 주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행정집행을 이유로 주민으로부터 소환을 당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는 현행 주민소환법의 결정적 위헌 사유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가 현행 주민소환법을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헌재의 합헌 결정은 비록 현행법이 문제는 있지만, 위헌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는 판단일 뿐이다.
헌재의 합헌 결정이 현행 주민소환법을 개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문제 있는 주민소환법의 개정이 필요하며, 개정법이 위헌이라면 헌재는 그에 대해 위헌 여부를 또 다시 판단하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현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오랜 지방자치의 경험을 가진 "현재의" 서구 선진 제국(諸國)에 비할 수준이 못된다. 그것은 아직 우리에게 하나의 '모델'일 뿐 그 제도가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우리에게 맞는 지방자치의 완성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상황이다.
하남시장 사건도,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사건도, 그리고 시도하다가 그친 수많은 주민소환 운동 사례도, 이제는 제대로 된 주민소환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제 무조건적인 주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합당한 주민소환제가 어떠해야 하는지 진정으로 고민해야만 한다. 이것은 시민단체에게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도 합리적인 양보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주민소환법은 우리 현실을 반영하여 다시 개정되어야 한다.
** 아래에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신봉기 교수가 최근, (사)지방행정연구소의 '지방행정' '9월호에 게재한 내용을 올리니 참고바랍니다.
-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소환사례를 보며 -
Ⅰ. 서언
얼마 전 하남시장이 직무정지를 당했다가 투표자 수 미달로 간신히 되살아나더니, 이번에는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0%인 소환서명요건이 충족되어 소환투표를 당하게 되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국책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도의회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MOU를 체결하였고 주민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 그 배경이었다.
오래전부터 주민소환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현행 주민소환법’의 위헌성을 지적해온 필자는 최근의 소환사례는 국회의 입법상 하자와 헌법재판소의 무리한 정당화 결정으로 인한 당연한 귀결로 이해하고 있다. 과연 국회는 이 법을 제정하면서 충분한 논의와 고민을 하였는가? 그
리고 헌법재판소는 이 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무리한 판단이 없었는가? 선진 외국의 입법례에서 소환사유를 두고 있지 않다고 하여 우리도 없어야만 하는가? 설령 소환사유를 두지 않은 것을 합헌으로 보더라도 너무 낮은 서명모집으로 사실상의 공직박탈인 직무정지로 이어지는 것을 합헌이라 할 것인가? 주민이 직접 부여한 신임을 철회할 때에는 신임 부여시의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를 상회하거나 적어도 같은 크기의 정
당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임에도 과연 우리 주민소환법은 그러한가? 김태환 제주특별도지사의 소환사건을 계기로 현행 주민소환법의 문제점을 되새겨 본다.
Ⅱ. 현행 주민소환법은 최선(最善)의 산물인가
1. 입법절차상의 심각한 하자
주민소환법의 국회 제정과정을 보면, 한 마디로 졸속입법에 의한 날치기 법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이후 제출된 3개의 주민소환법안은 2006. 4. 18.에야 소관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되어 계류되어 있다가 2006. 5. 2. 직권상정 법안목록에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던 중 당일 급조된 대안법률로써 법사위의 심의도 없이 본회의에 회부, 원안 가결되었다.
한 마디로 주민소환법은 당시 “상임위 및 소위 법안 내용 심의 부실 → 직권상정에 의한 입법절차의 부실 → 일사천리로 진행된 본회의 절차 부실”의 결과물이다. 위와 같은 파행적 주민소환법 제정 과정으로 인해 동법은 학계․언론 등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동법 제정 직후부터 의원발의 개정안이 줄을 이은 바 있고, 제18대 국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는 곧 주민소환법이 그 탄생 단계에서부터 심각한 하자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2. 입법내용상의 중대한 하자
현행 주민소환법상 소환 대상자는 선출직 지방공직자(단체장과 선출직 지방의원)인바,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법 및 개별 법률에 의하여 각 그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특히 단체장의 경우에는 지역주민에 대한 근거리행정을 수행하는 주민 직선에 의해 선출된 공직자로서, “지역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할 때에는 주민의 의사가 찬반으로 대립을 빚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언제나 주민소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경우 그 결정에 대한 엄밀한 검토․평가 없이 일정한 반대주민에 의한 주민소환의 대상이 되게 함으로써 이를 공직으로부터 배제하는 「공익」과 민선 단체장으로서 동 결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아직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사안의 성공적 추진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공익」은 언제나 대립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전자의 공익과 후자의 공익이 대립하게 되는 때에는 현행법제에 의하면 쉽게 주민소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민소환법 제정 이후 단체장의 정책적 사항을 주민소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한 결정”도 단체장이 그 지위를 남용하여 일정한 이권을 획득하는 등 개인적 비리를 범하는 등의 경우와 적법․정당한 정책을 결정․집행하는 등의 경우는 구분되어 평가되어야 한다.
「적법․정당한 정책의 결정․집행」의 문제와 「개인적 비리 등」의 문제에 대한 주민소환제의 성격은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 「적법․정당한 정책의 결정․집행」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른 정규의 제도적 절차를 거친 후에 주민소환을 할 수 있도록 해석함이 옳다고 본다(주민소환의 보충성(Subsidiarität)의 요청). 이러한 경우에까지 단체장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으로써 주민투표, 조례제정개폐청구 등 “현행법상 제도화된 소정의 정당한 법적 절차”를 제쳐두고서 곧바로 공직박탈로 이어질 수 있는 ‘주민소환’을 허용하는 것은 우리 헌법과 지방자치법 및 주민소환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방자치제의 이념에도 합당하지 않다.
주민소환법의 제정취지가 오로지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박탈’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신분박탈 법률」로서 기능케 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체장의 공정한 정책수행을 위한 「경고적 기능」이 보다 강조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적법․정당한 정책 문제에 대한 주민소환의 보충성 요청이 과도한 위헌적 해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둘째, 그러나 「개인적 비리 등」의 경우에까지 주민소환의 보충성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개인적 비리는 적법․정당한 정책 수행의 문제가 아닌, 공직선거에 참여한 주민 전체를 향한 스스로의 신뢰 반납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현행 지방자치법은 단체장의 퇴직사유와 체포․구금에 관한 처리규정 등 규정을 통해 개인적 비리 등으로 인한 통상적 직무 배재를 규정하고 있어, 더 이상의 주민소환의 보충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즉, 개인적 비리 등으로 인한 경우에는 단체장이 형이 확정되어 피선거권이 상실되지 않은 한 그 직을 유지할 뿐 아니라 개인적 비리로 공소제기된 후 구금되어 정당한 공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더라도 그를 선출한 주민이 그 직에서 배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주민소환의 경우는 바로 단체장의 「개인적 비리 등」의 경우에 그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 할 것이나, 현행법은 양자의 구분 없이 모두를 소환사유로 하고 있어 입법내용상의 중대한 하자를 내포하고 있다.
3. 외국 입법례에 비추어 본 우리 주민소환법
현행 주민소환법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법정 소환사유의 미규정 외에, 낮은 소환 서명비율(도지사 10%), 서명요건 충족시 즉각적인 강제적 직무정지, 소환투표에 있어 불리한 지위, 낮은 소환투표율(유권자 3분의 1)로 인한 공직박탈이라는 지극히 쉽고 유연한 소환절차를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제주도지사의 경우 유권자 41만6,985명 중 12만6,460명 이상의 투표와 과반수 찬성으로 그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소환찬성측에서는 서명참여자보다 5만명이 더 투표에 참여해야 하므로 너무 요건이 엄격하다고 하지만, 반대측은 공직선거보다도 더 쉽게 공직박탈을 하게 되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우 소환사유를 두지 않는 주가 다수지만, 소환서명요건 충족으로 직무정지를 하지는 않고 최종적인 투표 결과에 따라 공직박탈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일본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연서로 해직청구하고 유효투표수 과반수 동의로 공직을 상실시킨다. 적법한 해직청구에도 직무정지 되지 않는다.
독일은 일본과 같이 소환사유를 정하고 있지 않지만, 소환절차 개시를 위해 재적 지방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이 있어야 하고, 주마다 상이하지만 유권자 30% 전후 이상의 참여와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된다. 또한 지방의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요청하는 경우에 감독관청이 소환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직무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일본․독일 어디에도 우리와 같이 쉽게 소환절차를 진행하는 나라가 없다.
이를 볼 때, 단순한 절차의 문제에 앞서, 정상적인 공직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가 언제든 쉽게 공직을 정지․박탈당할 수 있는 광범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우리 현행 주민소환법은 당해 소환대상인 선출직 공직자의 공무담임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법치국가원리의 한 내용으로서의 명확성의 원칙과 체계정당성의 원리 및 평등원칙에 반하여 위헌성이 크다.
Ⅲ. 헌법재판소 합헌결정의 문제점
주민소환법의 입법과정과 내용 및 비교법적 관점에서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9. 3. 26. 하남시장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현행 주민소환법의 각 조항들에 대하여 5:4로 합헌 결정했다. 그러나 합헌론은 다음의 점을 간과하여 문제가 있다.
첫째, 주민소환청구 사유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주민소환투표 발의요건이 엄격하지 아니한 사정 아래에서 주민소환이 발의되어 주민소환투표안이 공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주민소환투표 대상자의 권한행사를 곧바로 정지하면 주민소환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남용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둘째, 직무정지 조항은 헌법상 탄핵소추 대상 공무원의 권한행사 정지요건과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가벼운 것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선출직 공무원을 헌법상 탄핵소추 대상 공무원에 비하여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차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권한행사의 정지기간은 최장 90일까지 될 수 있어 그 기간이 짧아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민소환이 부결되는 경우 권한행사 정지는 결과적으로 정당성을 가질 수 없으므로, 권한행사 정지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 권한행사정지를 정당화할 논거가 될 수 없다.
넷째, 권한행사를 허용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은 다른 제도를 강구하여 충분히 그 폐해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직의 박탈은 주민소환이 확정된 경우라야 가능한 것인 이상, 권한행사의 정지는 주민소환이 발의된 상태에서 공무담임권에 대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침해 수단이고, 직무집행을 정지되도록 하였으나 주민소환이 부결된 경우보다는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였으나 주민소환이 확정된 경우가 보다 헌법정신에 합치하고 청구인의 기본권을 덜 침해하게 되므로, 이 조항은 공․사익의 형량에 있어 균형을 이루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섯째, 주민소환이 확정되기도 전에 그 발의요건에 지나지 아니하는 10% 이상 주민의 서명만 가지고 그 권한행사를 정지시키는 것은, 이미 적법하게 확정된 선거의 결과와 임기제를 무시하는 것으로서 대의제의 본질을 침해한다. 따라서 대의제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도입된 직접민주제의 한 형태로서의 주민소환제를 긍정하고 주민소환제의 형성에 있어 입법자에게 부여된 재량권의 범위가 넓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조항만큼은 선출직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을 대의제의 원리 및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Ⅳ. 결어
주민소환법은 정당한 공직선거로 선출된 지방공직자를 배제하기 위한 입구(入口)와 출구(出口)를 너무 완화하고 있어 위헌이다. “소환사유→서명비율→소환발의→직무정지→공직박탈”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모두가 너무 유연한 요건이다. 주민소환법은 입법과정에서도, 위헌판단에서도 충분한 고민이 부족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외국입법례를 소환사유의 존부라는 피상적 입장에서만 보았을 뿐 아니라, 정치적 절차로서의 주민소환제라는 이상론에 치우쳐 우리 고유의 현실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 주민소환을 통해 공직박탈하는 것만이 민주적 정당성에 합당한 것인지도 재평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4인의 위헌의견이 오히려 타당한 주장이다. 현행 주민소환법은 우리 현실에서 너무 앞서나간 법률이다.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방정치의 안정을 위해 다시한번 이 법이 국회 입법의 도마위에 올려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봉기 취재기자
200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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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 한국정치" 질문을 받고
"Katastrophe!"(Catastrophe)라는 말을 들었다.
대재앙, 대참사, 파국, 재난, 불행... 조금이라도 어감이 약한 게 없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느 하나 적합한 것이 없다. 독일을 방문하고 있는 지금,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들이 독일의 일반 시민들에게는 "Katastrophe"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법 표결절차의 하자에 대해서는 이미 양식 있는 법학자들에 의해 규명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에 굳이 이 자리에서까지 그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은 입만 아플 뿐이다.
투표종결 후의 재투표, 대리투표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그것이 적법하다고 우기거나 강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입법절차 위반은 여(與)든 야(野)든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위반이어야 한다.
'적법절차'라고 하는 "due process of law"는 오늘날 민주화된 세계 각국에서, 행정만이 아닌,입법(立法)과 사법의 영역에서도 반드시 준수되어야 할 최소한이다.
우리가 비난해왔던, 전제주의에서 갖 벗어나 여전히 군주국가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조차 여당 독주의 입법에 대해 이른바 우보(牛步)전술이라는 입법지연 방법을 취하며 반대의사를 표출해오지 않았던가.
이렇게 만든 법률과 그 하위입법들을 놓고 '법치행정'과 '법치주의'의 원리 (Rechtsstaatlichkeit)를 가르쳐야 하는 내가, 이곳 독일에서 바라볼 때, 너무나 초라하고 왜소해 진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미 오래 전,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서슬 퍼른 전두환군부정권에 의해 자행된 국제그룹 해체까지도 위헌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던가!
투표종료선언 후 재투표 선례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종료선언 후 1분만에 이루어진 선례였던가?
그 혼란속에서도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여, 이튿날에 또는 20여일이 지난 후에 재투표를 한 것이 아니었던가?
이미 국제사회에서 후진정치 국가로 평가된 우리 조국을 보며, 헌법과 행정법을 가르치고,최선의 제도라도 적법절차를 어기면 위헌/위법이 된다고 말해왔던, 나의 강의시간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이번 사건이 우리 정치사에 있어서 'Katastrophe'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제 이곳에서 지낼 남은 며칠간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최대한 조용히 지내다가 귀국하련다.
신봉기 취재기자
200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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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상정의 지혜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송구영신의 들뜬 연말인데도,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한 야당과 끝없이 직권상정을 압박하는 여당, 강공 드라이브를 늦추지 않는 청와대의 중간에서, 순국선열에게 낯을 보일 수 없다며 국립묘지 참배까지 포기한 고뇌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의 모습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았고, 골수 한나라당 핵심당직자였던 그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그의 정치역정에 큰 기로가 될 일이란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렇지만 김 의장은 여야 합의로 국회의장 무당적(無黨籍) 제도를 도입한 입법취지에 맞게 비교적 자유로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비록 한나라당 출신으로 임기후 당연히 그 당적을 되찾겠지만, 정권 초기의 극도로 혼란한 상황을 잘 수습하게 된다면, 무당적 국회의장으로서 한 그의 최상의 합리적 결단이 장래 당 원로로서의 활동에 어떠한 제약도 될 수 없다. 오히려 현명한 결단을 통해 의정혼란을 수습한 인물로 길이 남게 된다.
적어도 여·야당은 더 이상 양보가 어렵게 보인다. 극단적인 대치와 폄훼는 이미 도를 한참 넘어섰다. 더욱이 단전·단수로써 인간으로서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맛보게 해야 한다는 말은 시정잡배들, 깡패들이나 할 얘기다. 이렇듯 이미 제각기 자기 당의 압박과 강력한 청와대 의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양당에 해법을 찾으라고 하는 것은 곧 현재의 대치정국을 계속하라는 말과 다름 없다.
국회법에 의하면 사실 ‘직권상정’이란 말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동법 제85조의 특별절차가 있을 뿐이다(“의장은 심사기간을 정해 안건을 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으며 위원회가 이유 없이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는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직권상정에도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으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절차는 무엇일까. 우선 강공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의 분위기를 다소 안정시켜야 한다. 그리고는 다음의 순으로 문제를 풀어주면 좋을 듯하다.
첫째, 위헌판결을 받았거나 올해로 효력이 정지되는 법안과 경제살리기법안·예산부수법안·사회개혁법안 중 “순수하게” 당장 시급한 법안은 바로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중에도 소관 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법안이 있다면 이는 재검토해야 한다.
둘째, 적어도 앞장서서 협상에 임하는 원내대표 등이 발의한 법안들, 이른바 홍준표법안, 나경원법안 등은 내용상 극도의 국민분열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스스로 자기의 발의법안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 법안을 관철시키려다보니 이런 사태까지 이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셋째, 발의 또는 수정발의한 지 며칠 되지 않는, 국회법상의 절차 하자가 있는 법안들은 최대한 절차에 맞도록 진행해야 한다. 직권상정에 무임승차하려던 법안에 제 발목 잡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법안들은 이번 처리목록에서는 제외해야 한다.
넷째, 김형오 국회의장은 과거의 직권상정에서 지혜를 발휘했던 사례를 교훈삼아 더 이상 all or nothing의 관점에서 법안을 바라봐서는 안된다. 직권상정 요청법안이 의장에게 제출되더라도 그 중 문제 없는 법안은 본회의 상정하고, 문제가 심각한 법안과 보다 충분한 재논의과정을 거치거나 여론수렴을 요하는 법안들은 더 검토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과 수년전인 2006년 5월, 지금은 비록 뒤바뀐 입장이지만, 김원기 의장이 직권상정 요청된 법안 16개 중 합의가 덜 된 로스쿨법안 등은 이를 재논의토록 되돌려 보내고 당시 시급한 도정법·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등 4개만 상정하려다가 결국 동북아역사재단법 등 3개를 추가하여 7개 법안을 통과시킨 전례도 있다.
이를 간략히 정리해 보자. 여당에서 스스로 직권상정 요청법안을 최소화시켜라. 적어도 원내대표 등은 자기 제출 법안을 유보하는 등 모범을 보이라. 발의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절차하자 법안은 제외하라. 국회의장도 요청받은 법안을 엄밀히 선별하여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라.
소수 야당에게 자기 정체성을 포기하도록 무조건 양보만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여·여당이 이러한 해법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러한 의지를 천명한다면 야당도 이를 믿고 본회의장 점거를 해제할 것으로 본다.
우리 국민들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통 큰 정치적 결단을 기대한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상실(喪失)의 시기에 그의 합리적 판단에 환호를 보낼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청 법안]
(1) 위헌판결을 받았거나 올해로 효력이 정지되는 법안
공직선거법, 주민투표법, 국민투표법, 공직자윤리법, 지방교부세법, 대부업법, 의료법, 언론중재법, 신문법, 방송법,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 활성화 특별법,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전파법, 저작권법 등
(2) 경제 관련 법안
채권추심법, 한·미FTA비준동의안, 국가재정법, 외국환거래법,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거래법, 산은법, 한국정책금융공사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예금자보호법,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중소기업은행법,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법, 신용보증기금법, 기술신용보증기금법, 여신전문금융법, 신용정보 이용·보호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토지임대부 분양 주택 공급 촉진 특별법, 공공토지 비축법, 국토 계획·이용법, 토지이용규제기본법, 측량·수로조사·지적법, 자동차관리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건축법,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에너지기본법, 석유·석유대체연료사업법,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산업집적활성화·공장설립법, 한국환경공단법, 수도법,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 연계에 관한 법률, 식품위생법, 혈액관리법,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발제한구역 지정·관리 특별법,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 제주도특별법 등
(3) 사회개혁법안
통신비밀보호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북한인권법, 교원노조법, 초·중등교육법, 학교용지 확보 특례법, 정보통신망법, 국가정보원법, 대테러활동법,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소송법,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 등
(4) 예산 부수 법안
지방세법, 교육세 폐지법, 농어촌특별세폐지법, 교통·에너지·환경세 폐지법, 주세법, 한국수출입은행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승강기 제조·관리법, 한국과학기술원법,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법, 한국연구재단법 등
신봉기 취재기자
200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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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 토공, 통합결과가 암울하다
신봉기 취재기자
200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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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을 욕되게 하지 말라
헌법재판관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듯이 답변한 것을 두고 국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종부세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 입장을 어떻게 예상하는냐는 최경환의원의 국정질의에 대하여 한 답변이 문제된 것이다.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관은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조직이고 고도의 정치적, 윤리적, 법적 책임을 지는 공직자이다.
이 시대에 우리가 기대하는 헌법재판관이란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가? 그들도 단순히 한 사람의 개인인가? 아니면 평범한 법조인이라도 모름지기 헌법재판관이 되었다면 그 때부터라도 그 처신이 달라져야 하는 것일까?
약 15년전, 헌법재판소에 연구관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부장급 파견 판,검사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지인들로부터 가끔 연구관들이 식사 초대를 받기도 했었다. 어느날, 한 잔 술을 함께 하는 날, 기분좋게 술기운이 돈 한 부장판사인 파견연구관 왈, "판사도 사람입니다...!"
그 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의 술주정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그의 고독한 법관으로서의 삶을 얘기하자는 것이다. 평범한 부장판사 한 사람도 이럴진대, 헌법재판관이야 오죽할려나 생각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헌법재판관의 삶은 적어도 그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될 때부터라도 달라져야만 한다. 그 전부터 고귀한 삶을 유지해 온 사람이라면 더욱 좋다.
그런 의미에서 말이야 뭘 못하냐는 식으로 헌법재판관의 권위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극도로 자제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이다.
요즘 들어 국가기관도 자기에게 불리하면 헌재를 비난하는 것을 종종 보는데, 헌재의 위헌 결정은 다른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구속한다는 대세적 효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 점은 국회도 마찬가지다. 이해관계인들도 다르지 않다. 자기에게 유리하면 박수 치다가도 자기와 입장이 다른 결정을 하면 매몰차게 몰아세운다.
헌재의 권위는 그 결론을 떠나 일단 존중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논란이 종식되는 효과를 가져야 한다. 모두가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국가기관들도, 국민들도,... 자기 구미에 맞지 않으면 매몰차게 몰아세우니 너무나 안타깝다.
이번 강만수 장관의 국회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강 장관은 헌재의 권위와 주심 헌법재판관을 더 이상 모욕해서는 안된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헌재에 온갖 짐을 뒤집어씌워서도 안된다.
오래 전에 독일 연방헌법재판관의 후임 선출을 두고 한 독일 교수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짜이퉁'(FAZ)이라는 가장 저명한 독일 일간지에 기고한 글을 번역하여 옮긴다. 헌법재판관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우리 헌법재판의 모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 국민들이 바라보는 기대치이다.
더 이상 헌법재판관을 몰아세우지 말라. 고독을 씹으며 고민하는 그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말라. 맘에 들지 않아도 그들의 결론을 존중해주라.
헌법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며 내 뱉는 이 시대의 한 법학자의 절규이다.
아래 글은, 헌재에 근무할 당시, 이 글이 좋아 당시 초대 헌법재판소장이신 조규광 소장님께 소개했고, 그와 마주앉아 함께 번역했던 글이다. 깊이 곱씹어볼 가치있는 글이어서, 묻어 둔 오래된 책에서 다시 꺼내어 글 의미를 되새기며 여러분들께 일독을 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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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헌법재판소는 우리 민주공화국 헌법에서의 貴族的 要素이다. 8頭裁判部의 5인 裁判官은 경우에 따라서는 6천만 국민과 국민대표자의 다수에 반하는 재판을 하기도 한다. 헌법재판소가 貴族的이라고 한다면 이에 더하여 知性과 人格을 갖춘 엘리트로 구성되어야 한다. 엘리트 자격이 있는 집단에서 - 생명의 약동(elan vital)을 통하여 그리고 그들의 천부적 중심(Begabungsschwerpunkte)을 통하여 상하로 단계적 관계에 서 있다 - 주의깊게 선발되고 심사를 거치는 選拔節次를 통함으로써 비록 솔로몬과 같은 현자는 아니지만, 法曹엘리트 가운데에서 最高의 知性的 人士들 중 最頂上의 현명한 裁判官을 찾아내어야 한다. 최고의 적임자를 찾기 위해서는 그 스스로 엘리트의 能力을 갖추어야만 한다. 이것은 헌법재판관들의 協力權 또는 拒否權을 말하는 것이리라.
엘리트能力이 있는 자는, 예컨대 사회의 客觀的 價値 있는 目標를 위하여 평균 이상으로 全力을 다할 수 있는 자, 윤리적으로는 人間尊嚴的이고 知性的, 文化的으로는 高尙한 生活方式으로 水晶과 같이 순수함 그 자체인 자, 自由를 의무와 위험의 자유롭게 선택된 引受라고 보는 견해를 가진 자, - 의회와 언론의 소음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 여유와 성찰로써 創造的인 思想을 기대할 수 있는 자, 奢侈 대신에 連帶性으로써 모범을 보이고 자신의 정신적인 指導原理에 따르는 자, 名譽를 힘을 다하여 성실하게 一般的인 最高善(das allgemeine Beste)을 위한 最高人들의 競爭으로 받아들이는 자, 事物과 모든 人間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客觀的이고 中立的이며 또한 公正한 자, 부분적으로는 단순한 삶의 행복을 禁慾的으로 抛棄하는 자이다. Hegel에 의하면, 支配意識(희구, 요구, 향락)이 아니라 下人意識(노동, 봉사, 탐욕억제, 수양, “주는 것”(Leistung)에 대한 평가 추구)이 엘리트임을 말한다.
- Prof. Dr. H. Hummel-Liljegren -
※ 이 글은 "Hirsch 연방헌법재판관 후임자 물색에 있어 선발임무"에 대하여 Prof. Dr. H. Hummel-Liljegren이 1981년 6월 23일자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FAZ)에 게재한 글이다. Säcker, Das Bundesverfassungsgericht, 3. Aufl., S. 33.
※ [번역] 신봉기, 헌법재판관 선출제도 소고 - 독일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에 관한 제도와 실제 -, 현대공법과 개인의 권익보호, 양승두교수 화갑논문집, 1994, 1087/1088면.
신봉기 취재기자
200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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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토공 통합, 이런데도 강행해야 하나?
가장 방만한 공기업 중 하나인 주공의 비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번에는 "노무현 정부 5년간의 인사 채용 자료 전부가 폐기"되었다는 보도다(동아일보 8월 13일자).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밝혀질 것인가? 다음에는 어떤 유형의 비리가 나올 것인지 오히려 흥미롭기까지 하다.
얼마 전에는 2005년 퇴사한 전직 주공 고위간부가 부회장으로 있는 회사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20여건의 설계용역 수주과정에서 거액의 뇌물공여 혐의로 현직 모 간부가 즉각 구속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주공 내부부서 3개가 쑥대밭이 되었고 주공은 자정 선포식까지 했었다.
이러니 나에게까지 온갖 압박을 하면서도 "나중에 주공과 토공이 통합되면 그 통합공사와도 잘 지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했던가 보다.
주공의 방만경영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깊은 얘기가 필요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채 정도가 전체 약 40조원 중 30조5천억원이 금융부채이고 직원이 4700명이나 되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이렇게 부정과 부패, 방만과 태만, 무례와 약자에 대한 군림, 학자(學者)나 학회(學會) 억압 등에 익숙해 있다.
현재 정작 소관부처인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은 이른바 「공기업선진화방안」을 발표한 이튿날까지도 공기업특위와 민생특위에서 그 통합 여부, 통합공사 이전지역 등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그런데 8월 12일 오후 공기업특위에서 한 국토해양부장관은 내년 통합, 금년 구조조정 등 일정이 기획재정부의 입장과 근본적으로 같다고 답변하였다).
그런데도 공기업 통폐합․민영화를 총괄 주도하는 기획재정부와 청와대․여당 핵심관계자 등이 내세운 ‘공기업선진화방안’을 보면, 규모가 크고 인원수가 많은 주공 중심의 통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 대세이다.
그러나 이렇게 썪고 곪은 주공(住公)을 그냥 둔 채로 통합하는 것이 타당한가.
현재 국가 총부채의 3분의 1(주공부채 약 40조원, 토공부채 약 27조원, 합 약 67조원), 통합되면 불과 몇 년 되지 않아 부채 100조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또 그것이 우리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는데도, 제대로 된 분석과 대책도 없이, '신의 직장' 공기업에 대해 철퇴를 가하겠다거나, 가장 상징적인 공기업선진화 추진실적을 달성하겠다는 명분만으로 통합을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 고집도 시기와 상황을 보고 부려야 한다. 지금 그러한 고집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공의 현주소가 이러한데도 이것을 그대로 둔 채로, 주공과 토공을 통합하여 단일 공사(公社)를 설립하겠다는 정부의 고집은 어불성설 그 자체다.
이 정도의 부패 상태라면 주공과 소관부처인 국토해양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내부적인 부적절한 직원들을 가려내는 일이다.
지난 7월 31일, 주공 최재덕 사장이 "100% 클린 주공 선포식"을 하고 "'5클린' 운동"을 선언하는 등 내부적인 단속에 들어갔는데 이러한 클린 선언의 진행경과를 보고 구조조정이 충분히 선행된 이후에 통합 문제를 진척시키는 것이 순서다.
정부는 이렇게 어두운 구석이 많고 또 어두운 것에 익숙한 주공에게 먼저 충분한 구조조정을 요구해야 한다. 적어도 조직의 슬림화를 신속히 요구하여 국민의 기대수준에 맞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통합을 시도해야 한다.
특히 주공은 직원 단속과 부적격 구성원들의 가려내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부터 먼저 해야 한다.
이제 보니, 학회와 학자들에게까지 명예훼손과 모욕적 행위, 학문의 자유 침해행위를 하고도 이렇게 무감각한 것을 보면 내가 경험하고 있는 주공의 도를 넘는 무례한 행태가 그 조직 자체의 생리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국민들이 주공으로부터 가장 먼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시해야 한다.
신봉기 취재기자
2008-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