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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9-30 18: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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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이다.
노랗게 담금질하고 있는 논이 풍요롭다.
회상의 미소가 절로 난다.
옛날의 허수아비에 비하면,
신식 패션으로 단장하고 있다.
그런데 깡통줄이 안보인다.
참새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던 깡통소리였다.

허수아비에 속을 참새는 없다.
인간을 닮아 영악하여진 참새이다.
그래도 농부들이 허수아비를 내거는 이유는,
참새와 소통을 하려는 마음에서이다.
허수아비를 만드는 수고를 다하였으니,
벼이삭을 좀 덜 따먹어달라는 부탁인 것이다.

들판의 결실이,
어찌 씨뿌리고 가꾼 농부의 땀만으로 완성될까.
적당한 때에 비가 내렸을 것이고,
때맞추어 바람도 불었을 것이고,
햇살을 그 뜨거움을 보태었을 것이다.
허수아비도 일조를 하였을 것이다.

들판의 결실은 농부의 것이 아니라,
그 열매 맺음은 자연의 것이다.
자연은 그렇게 합작을 해놓고서 농부에게 수확을 선사한다.
자연으로부터 받기만 하는 인간이다.
그 받음에 고마운 마음이 발동한다면,
세상은 더 많은 배려로 활발할 것이다.
막상 결실이 끝나면 또 인색함에 젖어드는 인간이다.
이루어내는 것은 오로지 자기공덕이니 말이다.

모든 것이 씨익 지나쳐 가고 만다.
결실을 만든 시간이 그렇고,
아스라한 풍경이 그렇고,
저 홀로 바쁜 행동이 그렇다.
그것을 감지하게 되면,
마음에 욕심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작은 욕심에 집착하게 된다.
세월의 의미는 그것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이 그렇게 욕심에 젖어 간다.
조그마한 것조차도 절대로 놓지 못하는 것이다.

아마도,
자연을 가까이 하지 못하여,
너그럽지 못하여서 그런가 보다.
아마도,
산을 가까이 하지 못하여,
호탕하지 못하여서 그런가 보다.
스스로를 가두는데 익숙하여진 탓이다.
마음을 열면,
바람의 소통처럼 그렇게 너그러워 질 것이다.

비만 내려도,
대기의 공기들이 정화되어서,
사람의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고마운 것이다.
청명한 날의 상쾌한 느낌이다.
그 고마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또 다시 자기생활에 바쁠 것이다.
비의 고마움은 쉽게 망각되는 것이다.

잊혀지는 시간은 오래이고,
고마운 시간은 짧은 것이다.
사람이 자연을 능가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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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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