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08-08-04 13:08:17
기사수정
▲ 대구대학교 정극원 법대교수
산은 정직하다.
아무리 높은 태산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멀리에 있는 원대한 산이라 하더라도 한발 한발 도전하는 자는 종래에는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정직함만이 있는 것이지 속이는 사술로는 이르지 못한다.

그래서 산은 절대 평등이 지배한다. 산은 누구에게라도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다. 약자에게도 강자에게도 똑같은 모습이다. 인간세계에서는 통하는 약삭빠른 새치기로는 또는 타인에게 편승한 무임승차로는 도저히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산은 절대로 차별을 하지 않는다.

지금 다들 힘들다고 한다. 앞으로의 경기는 더 그러할 것이다. 도전은 힘들 때에 더 빛을 발한다. 위기 때에 찾아오는 기회는 더 크다. 어렵기 때문에 이제는 더 물러날 곳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쉬운 것만이 예비되어 있는 것인가 보다.

태양이 아무리 거대하여도 다 비추는 것은 아니다. 태양이 비켜가는 응달에는 햇살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짧게 햇살이 드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 햇살이면 풀은 새싹을 튀우고 열매까지 맺는다.

사막에서 한 시간만 비가 내리면, 씨앗에서 싹을 내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고 일생을 마감하는 풀이 있다. 처절한 환경에서 자기 생존을 이미 터득한 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응달이라 하여 생명이 정지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세월을 기다리면 그 언젠가에는 응달에도 햇살이 들 날이 있는 것이다.

물을 웅덩이를 채우고서야 길을 나선다. 웅덩이가 비워있다면, 아무리 서둔다 하더라도 물을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아마도 한번 흘러가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그리도 세심한 것인가 보다. 뭇 사람들이 산에 왜 오르느냐고 묻는다. 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그 답을 찾았다.

"하산하기 위하여" 내려오기 위하여 그 힘든 산에 오르는 것이다. 더는 가미할 언어가 필요하지 않다. 그 마음에는 벌써 집착이 없는 것이다. 그 마음에는 벌써 초월이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이라면 세상에 고맙지 않는 것이란 없다.

그 마음이라면 세상에 사악함의 존재란 없다. 그 마음이라면 세상의 모든 것에 관대하여 진다. 그 마음의 심연에 터 잡고 있는 겸손으로 『명산기행』을 시작한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orldnews.or.kr/news/view.php?idx=33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