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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4-21 0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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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두산
우두산(해발 1046미터, 의상봉:1038미터)


나무가 큰다.

거목이 된다.

거목의 활엽수이다.

그늘을 준다.

봄에 연약한 새싹을 튀우는 것은 여름에 그늘을 주기 위함이다.

햇살을 준다.

가을에 단풍이 지는 것은 겨울에 따사한 햇살을 주기 위함이다.

그 그늘 때문에,

그 햇살 때문에,

땅이 고마운 것이다.


세월이 장구하다.

은행나무가 그 증거이다.

고견사 앞마당의 은행나무이다.

은행나무 위로 때 아닌 눈이 내린다.

아침바람이 툭 건드린다.

바람은 아침에 심심하였던가 보다.

눈발이 휘장처럼 흩날린다.

흩날림 속에서 나무가 더욱 성대하다.

산에 광풍이 부는 까닭인 것이다.

광풍에 견디는 의연한 산이다.

고견사의 은행나무가 산을 닮았다.


천년세월이 짧다.

풍파를 견딘 은행나무이다.

견딤이었으니 세월을 인계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세월의 흔적으로 그루터기가 넓다.

흔적보다 더 넓은 터전이 생긴 것이다.

후계할 나무가 그 터에 자랄 것이다.

나무의 절묘한 생명법칙이다.

수명을 다할 즈음에 새나무가 자라날 것이다.

앞선 그 생명을 후계할 것이다.

고견사의 은행나무가 홀로 외로운 것이다.

고견사의 은행나무에게는 아직 후계할 나무가 없다.

천년의 상념에 홀로 젖어 있다.

앞으로 그 세월을 더 견딜 것인가 보다.

견디어야 하는 것이니 저 홀로 감당하고픈 것이다.

고독을 깨는 아침바람이 그저 고마운 것이다.

하얀 눈까지 몰아온 바람이었으니 더 그러한 것이다.


지존(至尊),

탄성이 된다.

소의 머리모양의 우두산이다.

의상봉은 지존이다.

여타의 봉우리가 시샘도 않을 것이다.

엄지를 치켜세우듯,

천길단애의 의상봉이다.

가파름에 소름이 끼친다.

계단이 없었더라면,

누구의 범접도 허용치 않았을 것이다.

의상봉이 지존인 까닭은,

우뚝 솟은 형상만이 아니다.

절경을 보여주고자 함인 것이다.

수직으로 내려다본다.

바위와 나무의 아스라한 조화이다.

수평으로 바라다본다.

장군봉에서 비계산까지의 의기투합이다.

종으로 바쳐주고,

횡으로 펼쳐주고,

인간사는 것의 행복이 바로 거기에 있다.

지존인 의상봉의 숨은 뜻이 바로 인간의 행복인 것이다.


걸음을 옮긴다.

차마 떠나지 못하는 재촉이다.

의상봉의 감동의 전율에서 도망한다.

길이 감추어진 능선이다.

눈에 보이는 길이 아니라,

마음의 길로 가라는듯하다.

맞은편의 평바위에 앉는다.

땀을 훔친다.

그것은 바람의 할 일이다.

오르느라 버거웠던 의상봉이다.

차마 눈을 맞출 수가 없다.

지존인 의상봉에 갖추어야 하는 예의이다.

창대하게 솟은 의상봉이다.

그 거대함이 마천루같다.

모름지기 지존이란,

뒤에서 보는 모습이 더 장대한 것이다.


정상에 선다.

그냥 터 일뿐이다.

터에 뿌리를 내린 그루터기처럼 갈래의 길이다.

정상에서 길이 펼쳐진다.

멀리의 매화산이 아른거린다.

근접한 비계산의 모습이 닭같다.

하늘을 비상하는 닭모습의 비계산이다.

바위가 정상의 솟아오름에 일조했다.

바위는 그렇게 소명을 마칠 것도 같건만,

세상에 다하지 못한 미련이 남았다.

천 가지의 형태가 된다.

만 가지의 물상이 된다.

천태만상의 바위능선이다.

조물주가 우두산을 훔쳐보았을 것이다.

천지창조의 모범답안이 그 바위에 깃들어 있다.


몽환이다.

헤매인다.

바위 위에 소나무이다.

소나무를 호출하는 바람이다.

바람을 이끄는 구름이다.

구름을 비추는 계곡이다.

도무지 저 홀로인 것은 없다.

막 피어난 참꽃 하나가 오히려 애틋하다.

무엇을 다툴 것인가,

무엇을 먼저 내세울 것인가.

정지하여 풍경의 절경이다.

산은 정지하여 몽환이 된다.

마음은 더욱 격하게 요동친다.

그 풍경의 감탄 때문이다.

마음의 요란을 정지시킬 수 있다면,

신선이 되고 말 것이다.

산이 그렇게 애걸하고 있다.

정지하지 못하는 인간이 그저 왜소하다.


마장재이다.

고갯마루이다.

고갯마루의 소용됨은 소통하기 위함이다.

계곡의 바람이 달려가는 곳이 고개이다.

고개는 바람이 산을 넘는 통로이다.

고갯마루가 패인 까닭이다.

영겁의 세월에 바람이 스친 것이다.

바람에 패여 고갯마루가 부드럽다.

모름지기 소통이란,

비단처럼 부드러운 것이다.

마장재를 타고서 하산한다.

내려오는 마음이 고갯마루를 닮았다.

하염없이 부드러운 마음이다.


샛길이다.

한 걸음에 닿는 바위이다.

산에서의 외딴 섬같다.

조망하기가 좋다.

위로는 의상봉이다.

아래로는 견암폭포이다.

허공에 눈길을 둔다.

나무의 푸름을 본다.

푸름이 공기의 입자같다.

푸름에서 나오는 청아함이다.

섬처럼 바위에 앉는다.

귀를 열려고 눈을 감는다.

사각거리는 나무의 울림이다.

솔밭에서 시작한 잎의 흔들림이다.

산 전체가 잎의 선율에 빠졌다.

산을 깨우는 고운 선율이 된다.

잎의 흔들림에 우두산이 통째로 깨어났다.

우두산의 선율이 너무 고와 하산을 잊었다.


산행일: 2009년 4월 4일



[덧붙이는 글]
(사) 대한민국자생란협회 대전지회 카폐에 있는 우두산 자료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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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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