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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12-15 00: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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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득환 대기자
총선을 전후한 시기에 우리의 장치판 곧 정치지형은 늘 요동쳐 왔다. 보수진영은 그나마 그 틀 내부에서만 요동칠 뿐 늘 그 정치판 자체에는 큰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경우 내부 분열과 함께 그 정치판마저 깨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사실은 정당사에 잘 나타나 있다. 진보진영의 정치판은 그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고, 결합력 또한 그만큼 느슨한 셈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4개월 남짓 앞둔 지금 어김없이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의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직 새정연이 몇 조각으로 나뉠 지는 좀 더 두고 지켜봐야 한다. 명분(지역주의 극복 등)과 신당의 정치적 위상 등을 고려하면, 수도권을 대변할 하나의 중도 정당이 만들어져도 좋을 법 하다.

손학규 전 대표가 말했던 제 3지대가 바로 이곳 수도권이 아니겠는가? 누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우리의 정치지형을 형성하는 제1지역은 영남이고, 제2지역은 호남이다.

충청과 수도권(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하나의 새로운 중도정당이 창당되어 그 역할이 확장되면, 우리의 현실정치가 더 민주적으로 더 합리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곧 안정적 정치지형 형성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선 말과는 달리 천정배 의원(무소속) 중심의 신당창당은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분이 없을뿐더러 그의 정치력 또한 아직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13일) 새정연 탈당을 선언한 안철수 전 새정연 공동대표의 경우 그가 신당 창당의 기폭제 역할만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우리가 겪은 정치인 안철수는 아직 초보정치인으로 누군가의 협력을 구하지 않고 홀로 서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고려하고 오늘 행한 안철수 의원의 정치행보를 감안하면, 안철수 의원 뒤에 누군가 그림자 정치인으로 서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당장 보면,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안 의원의 그림자 정치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여길 수 있으나, 그 역시 아니다. 그렇다면, 그게 누굴까? 안 의원 주변 정치인의 말처럼 그의 탈당을 뒤 쫒아 연내에 새정연에서 30여명의 의원이 탈당할 것인가?

이 말을 우리가 신뢰할 수 있을까? 나는 없다고 본다. 안철수 의원 역시 현실정치에서는 초선으로 아직 정치세력화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아직 정치 정보 취합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구심정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적어도 박지원 의원 정도의 정보력과 정치력을 갖춘 인물이 그를 도운다면, 비록 종래에는 허수아비가 되고 말겠지만 그가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구심점 역할만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박지원 의원의 경우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인 자신의 형사사건 때문에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져 있다.

이 문제만 발생하지 않았다면, 안철수 의원의 정치행보와 무관하게 진보진영 곧 새정연의 정치판은 이미 크게 변해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안철수 의원의 탈당 선언은 정보력 부재로 헛다리를 짚었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

새정연 의원들 중 말처럼 행동할 의원 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이상과는 달리 충청과 수도권 중심의 정치신당은 꾸려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2012년 년 말 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에 이미 경험했듯이 정치바람은 자연의 바람과는 달리 그 풍향과 풍속을 아예 예측할 수 없다. 당시 정치신풍이라고 할 수 있는 안철수 신드롬이 일자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수의 의원들이 안철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그 신당에 합류의사를 피력하거나 급기야 참여하겠다는 서면에 서명날인까지 했다.

콕 꼬집어 그 의원의 이름들을 지칭하면, 그것의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자칫 명예훼손에 해당 될 수 있어서 그 이름들을 거명하지는 않겠다. 지금 현재 현실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의원들 몇 명의 이름까지 그기에 올라있었다. 그러나 그 정치신풍은 범국민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 사그라지고 말지 않았던가.

학습효과를 감안하면, 안 의원 중심의 정치세력화(원내교섭단체 구성 등)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전 공동대표였던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는 등 지금 새정연이 겪고 있는 내홍은 내년에 치러지는 4.13 총선 때문이 아니다. 이는 내후년(2017년) 12월에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사전 움직임이다.

이런데도, 안철수 의원에게서 그 구심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가? 나는 없다고 본다. 안철수 의원이 보다 확실하게 차기 대선의 주자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라면, 앞의 물음들에 그렇다고 답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앞서 밝힌 것처럼 아직은 안철수 의원의 정치력을 믿고 그를 따를 의원들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더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안 의원의 이번 탈당선언은 그가 자신의 정치미숙을 또 한 번 정치판에 드러낸 꼴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신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더라도, 앞서 지적한 것처럼 새정연 분당의 촉매구실만은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무늬일 뿐이다.

즉,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몰고 올 정치후폭풍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박지원 의원 등이 중심이 되어 호남신당이 꾸려진다면, 그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이 호남신당의 구심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가? 그렇게 믿는 것은 정말 아둔한 태도다.

호남신당이 꾸려진다고 한들 국회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는 등 차기 대선정치지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가 하면, 수권정당 또한 될 수 없다. 그런데도 그 신당에 합류할 국회의원의 수가 30여명이나 된다는 것은 아예 말이 안 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안철수 의원의 탈당선언을 끝으로 새정연은 그 동안의 당내 분당 논란에서 벗어나 수습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비록 안철수 의원이 새정연을 탈당했지만, 그것이 현실의 정치지형 변화까지 부르지는 못한다. 안 의원이 밝힌 정치의 세력화는 이내 지워지고 말 바닷가 백사장에 남긴 여름날의 발자국과도 같을 것이다.

2015.12.13. 정득환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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