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연헌법질서와 형사사법 체계를 훼손하는
특검범 강행 처리 입법을 중단하라
- 공소유지 여부 결정 권한 부여는 중대한 위헌 소지가 있다 -
더불어민주당이 2026년 4월 30일 발의한 「윤석열 정권 검찰청·국가정보원·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조작기소 특검법')은 검찰권 오남용 의혹의 진상을 규명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내용은 우리 헌법이 정한 권력분립과 형사사법 절차의 기본 원리를 중대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검찰권 남용 의혹에 대한 독립적이고 엄정한 조사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적 제도인 특별검사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진행 중인 재판에까지 사실상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특검법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수사 조작 의혹의 규명 필요성이 기존 형사사법 체계를 우회하거나 훼손하는 입법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진술 회유 의혹이나 수사 유도 정황은 사실관계에 따라 엄정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 질서를 흔드는 방식의 특검 설계는 또 다른 권한 남용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특검에 이미 기소되어 재판 중인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공소취소의 길을 열어 주는 것으로, 중대한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 본인 관련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구조는 이해충돌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과도 배치된다. 이는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셋째, 법안의 수사 대상과 권한 범위는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국정조사에서 다룬 7개 사건 외에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성남FC, 경기도 법인카드 사건 등 5개 사건이 추가되어 총 12개 사건이 특검 대상이 되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등 이미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된 사안이다. 국정조사 후속 입법이라는 명분과 실제 특검 대상의 범위 사이에는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
넷째, 특검 조직의 규모와 권한 역시 예외적 제도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법안은 특검보 6명, 파견검사 30명, 특별수사관 150명 등 총 357명 규모의 조직을 최장 180일간 운영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역대 최대 규모다.
기존 검사가 특검 지휘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공판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관계기관에 대한 강한 통제 수단까지 두고 있어 또 다른 형태의 권한 집중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
다섯째, 특검 사건을 담당할 영장전담법관을 별도로 지정하도록 한 조항은 사법부 독립의 측면에서도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법원 구성과 재판 배당의 독립성은 사법권의 본질적 요소이며, 입법권이 이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특정 성향의 판사를 지정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여섯째, 이번 법안에 대한 우려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나오고 있다. 정의당 역시 "입법권력이 대통령 엄호의 목적으로 특검법을 남용하고 사법 절차를 뒤흔드는 선례를 경계한다"고 공식 성명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이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정쟁이 아니라,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이라는 헌정 질서의 근간과 관련된 문제임을 보여 준다.
이에 경실련은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에 사실상의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을 즉각 재검토하고 삭제하라.
대통령은 재판 당사자로서 이 법안과 특검 임명 구조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 이해충돌 우려를 해소하라.
국회는 특검의 수사 범위를 국정조사 대상과 합리적으로 정합시키고, 진행 중인 재판과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조항을 전면 재검토하라.
검찰권 남용에 대한 개혁은 필요하지만, 그 개혁은 어디까지나 헌법 질서와 적법절차의 틀 안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경실련은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한 실질적 제도 개혁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법치주의와 형사사법 절차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입법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 국회는 특정 사건과 특정인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를 넘어, 헌정 질서와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책임 있는 입법으로 돌아가야 한다.끝
2026년 5월 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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