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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1-23 21: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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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는 역사속의 偉人이 되어버렸지만 그들이 정치인으로 활동하던 시절엔 수많은 政敵과 언론으로 부터 비판, 비난을 한몸에 받기도 했었다. 처칠과 링컨이 그랬다.

가난과 無學 그리고 볼품없이 깡마르고 촌스런 외모로 동부의 귀족들로부터 비웃음을 많이 받았지만 링컨이 그런 조롱에 화를 내거나 불쾌함을 내색하는 일은 없었다. 그냥 못 들은 척 하거나 싱긋이 웃어넘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에 비하면 처칠은 명망있는 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나 귀족학교를 다녔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영국의 귀족출신으로 노동당 당원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지만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국민들을 즐겁게 했던 정치인이기도 했다.

처칠의 유머는 하도 유명해서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며 웃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유머는 처칠을 엄청 미워했던 에스터 夫人과 주고 받았던 舌戰이다.

영국 의회사상 최초의 여성의원이었던 에스터 夫人은 여성참정권에 반대하는 처칠을 무지무지하게 증오했었다. 의회에서 에스터 부인이 처칠을 공격하며 "내가 만일 당신의 아내라면 나는 서슴치 않고 당신이 마실 커피에 毒을 타겠다."고 악담을 퍼붓자 처칠은 재까닥 이렇게 응수했다.

"내가 만일 당신의 남편이라면 나는 서슴치 않고 그 커피를 마시겠다."
처칠은 아침잠이 많아 지각을 잘 했다. 이걸 그의 정적이 문제삼아 저런 사람이 어떻게 지역 유권자를 위해 일할 수 있느냐고 비난하자 처칠은 태연히 이렇게 응수한다."당신도 나처럼 예쁜 아내를 데리고 살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요."

폭소가 터졌음은 물론이다.

어제 미국에선 오바마의 '51초 침묵'이 전 미국을 감동케 했다고 한다.

'51초의 침묵'이 뭔가해서 뉴스를 자세히 읽어보니 아리조나州에서 일어난 총기난사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연설에서 9살 여자아이 '크리스티나 그린'을 언급하며 "나는 우리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과 같이 좋았으면 한다."는 부분에 이르자 그만 목이 메었던 모양이다.

오바마의 딸과 동갑인 9살짜리 아이의 희생에서 자신의 딸을 생각했을 것이고 그러자 그만 목이 메어 연설을 중단하고 목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다 51초의 침묵이 생겼던 모양인데 이 '51초의 침묵'이 명연설이라고 전 미국이 극찬했다는 내용이었다.

어느나라 정치인들처럼 눈물을 흘리며 우는 모습이 아니라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해 생긴 침묵이 이렇게 감동적이었다니...

오바마에게 적대적이었던 政敵들과 비판적이었던 언론마저도 격찬했다는 오바마의 '51초의 침묵'엔 진심과 신뢰가 녹아 있었기에 감동을 불러일으킨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목메임이 '계산된 쇼우'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믿었다는 말이다.

신뢰란 사회구성원을 연결해주는 보이지 않는 밧줄이다.

나같은 이름없는 匹夫에게는 개인적 자산(individual property)이 되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에게는 공공의 자산(public property)이 되며 그 사회 전체로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되는 것이 신뢰이다.

우리 사회에 과연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있는가?

아니 우리 사회에 신뢰가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가?

신뢰는 인격에서 나온다.

불법과 편법 그리고 꼼수에 능한 사람이 출세하는 사회에서 신뢰나 인격을 찾는다는 것이 우습다.

병역면제, 탈세, 위장전입이 출세의 기본이 된 나라에서 준법은 무능한 사람에게나 필요한 덕목이고 신뢰란 융통성 없는 사람에게나 찾을 수 있는 덕목이 되어버렸다 . 그 사회가 바로 날마다 선진국 타령하는 이 대한민국이다.

그러고서 國格을 높이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으니 그 위선이 온 나라에 냉소와 불신을 충만케 하는 것이 아닌가? 군에 안 갈려고 제 손가락 짤라 병역면제자가 된 사람이 道伯이 되고 민주투사가 되는 사회.......

'아니면 말고'式의 폭로로 한탕주의에 정치생명을 거는 정치인, 상식을 초월해 입맛대로 판결하는 判事나으리들. 궁물맛에 중심잃고 딸랑이가 되어버린 언론사 글쟁이들...

황당한 김대업이가 온 나라를 흔들고 대통령을 결정하는 사회 主敵에 아첨하고 利敵행위를 일삼는 자들이 평화세력, 민주세력이 되는 사회 저 멀리 유럽이나 미국까지 갈 것도 없다.

한국인이 우습게 본다는 일본만 해도 우리같이 막가파식으로 살지는 않는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일본 의원이 스스로 의원직을 내놓고 그 아버지까지 일본국민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먹은 적이 있는데 오늘 신문을 보니 최근 일본 민주당 의원이 '자민당 간사장의 아들이 뇌물을 먹었다.'는 허위폭로를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내놓고 민주당 지도부 전부가 물러난 일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라면 그런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는 거의 매일같이 일어나지만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내놓았다는 소리는 여태 들어본 적이 없다.

유머는 찾아볼 길이 없고 선거때만 되면 거액의 돈뭉치가 날아다니고 고소 고발장이 춤추는 나라!

필요하면 김대업같은 파렴치범이 열사가 되는 나라!

거짓말 한번에 백악관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또 대통령후보직에서 물러나기도 하는 나라도 있는데...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코웃음 칠 수 밖에 없는 냉소가 충만한 나라, 아! 대한민국.........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사람들은 정치인탓을 하지만 그런 정치인이 외계에서 온 것도 아니고 바로 우리들 사이에서 선출된 사람들 아닌가?

사회를 이렇게 불신하게 만든 제1차적 책임은 그런 타락한 사람들을 정치인으로 밀어주고 권력의 단물을 같이 빨아먹으며 공생하는 언론먹물들에 있다고 나는 늘 생각한다.

한국 언론인과 지식인의 위선에 나는 늘 구토를 느끼는 사람이다.

<프런티어타임스 이태준 총괄국장 frontier@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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