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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12-28 12: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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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네 사는 친구의 강권으로 교회다니기 2년여만에 결국 교회에 발을 끊었다.

일주일 단 한번 짧은 시간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반성하고 내 의지로 다스릴 수 없는 불만과 분노를 목사님의 설교와 성가대의 합창으로 다스리고자 했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목사의 설교는 완전 아전인수式이었다.

그 유명하다는 목사님이 이렇게 설교하신다.

"북한이 저렇게 못사는 건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예요. 저 아프리카 수단, 방글라데시가 왜 저렇게 못 삽니까? 예수를 믿지 않기 때문이예요."

나는 속으로 질문한다.

"목사님, 일찍 기독교를 받아들인 필리핀은 왜 저렇게 못 사는데요? 그리고 기독교신자가 거의 없는 일본은 왜 저리 잘 사는데요?"

목사님의 설교에 감복하는 대신 속으로 코웃음치고 비웃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져 갔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헌금을 내라고 하는덴 질려버렸다.

"저 미개한 외국에 우리 교회에서 선교사를 파견합니다. 우리 교회信徒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합시다.

하느님은 여러분이 내신 돈의 몇배를 여러분에게 도로 돌려드립니다...."

주일헌금 말고도 갖가지 명목으로 내라고 하는 특별헌금의 종류가 참 많기도 했다.

저렇게 헌금 모아서 으리으리하고 어마어마한 이 교회를 지었겠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뭘 하자는 것인가?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는 인파도 대단하고 이들이 주차장에서 제각기 차를 타고 나오는 장면은 자갈치시장은 저리 가라다.

지하철을 타고 오면 될 일을 왜 꼭 차를 몰고 교회를 오는지.

일요일 오전 대형교회 근처 도로변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차량행렬을 보는 것도 이젠 익숙해진 풍경이다.

'심방'이라는 이름으로 떼지어 몰려다니며 남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나 내 집에 오는 것도 싫다.

성서 어디에 그렇게 하라고 쓰여 있나?

교회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의문과 불신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고 결국 교회에 발을 끊은 것이 한 2년 되나보다.

이제 다시는 종교를 갖지 않을 것이다.

신앙으로 구원과 평안을 얻을려는 생각은 완전히 버렸다.

'템플스테이' 예산이 일부 삭감되자 불교계의 어르신들이 분노해서 "앞으로 청와대 여당의 전화는 일절 받지 마라"고 신도들에게 엄명을 내렸단다.

불교정신을 널리 포교하는 방법으로 템플스테이를 창안했다면 그것은 불교계가 알아서 할 일이지 거기에 왜 정부예산을 퍼부어야 하는 것이며 예산이 일부 삭감됐다고 청와대 여당의 전화는 일절 받지 말라니 그게 불교정신인가?

평범한 보통사람들도 그렇게 막가파식으로 나가지는 않는다.

뒤이어 천주교 사제단이 추기경을 향해 '추기경의 궤변'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정부를 편드시는 남모르는 고충이라도 있는지 여쭙고 싶다."며 심성 삐뚤어진 아이처럼 베베꼬인 말투로 공격을 하는 일이 일어났다.

엄격한 위계질서가 확립된 천주교에서 이런 하극상이 일어났다는 것도 놀랍지만 司祭들의 입에서 이런 市中의 양아치들이나 쓸 말투가 나온다는 것은 더 놀랍다.

추기경이 북한인권에 대해 언급했다고 '골수 반공주의자'로 매도하는 이런 수상한 司祭를 우리 언론은 변합없이 '진보성향'의 神父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왜 '로만 칼러'를 입고 있는가? 언제부터 '북한인권'이 천주교 사제들에게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었던가?

종교앞에서 法은 무용지물인가? 언론도, 정치꾼도 재벌도 모두 침묵한다. ......"양의 침묵'인가?

'대통령 직선제만이 살 길이다.'며 거리에 화염병이 춤추던 1987년의 그 소란 끝에 쟁취했다는 '직선제' 이후 종교계인사의 정치권 간섭은 이제 도를 넘어 이제는 누가 정치인이고 누가 종교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당대표가 되거나 대선후보가 되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이 종교계 지도자들이고 정치인들이 제일 신경 쓰는 것이 종교계의 반응이다.

정치판에 목사님들이 끼어들어 감놔라 대추놔라 훈수하는 것은 이제 흔한 풍속이 되어버렸고 정치꾼들이 종교계 지도자들 앞에 머리 조아리고 앉아 한 말씀 듣고 나오는 것도 정치판의 고정 메뉴가 되었다.

信者머리수가 票數로 보이니 정치권력이 종교권력에 꼼짝 못하는 것이고 종교계는 이 표수로 정치권력을 억누르고 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오염된 정치판이 종교계를 오염시키고 이것이 다시 전 국민의 이성을 오염시킨다.

세속과 신앙의 경계가 없어졌다. 참 대단한 나라다.

오늘 아침 조중동 신문의 사설에서 이런 종교권력의 횡포에 대해 뭐라고 했을까 궁금해서 사설난을 찾아보니 한 곳도 이런 문제에 대해 논평을 한 곳이 없었다. 언론계도 종교계가 너무 무서운 모양이다.

고작 제 3자를 시켜 칼럼에서만 부드럽게 비판하고 있다.

'우리 신문의 공식 논평은 아닙니다.' 이런 뜻이겠지.

더 한심한 것은 이렇게 뻔히 보이는 붉은 세력들을 우리 언론은 오늘도 변함없이 '진보성향'의 종교인으로 불러준다는 점이다. 親北이면 進步다? 누가 그렇게 구분하라고 했는가? 붉은 독버섯에 겁먹기는 그 막강하다는 언론기관도 별 수 없는 모양이다.

정치권력, 재벌권력, 언론권력에 이어 이제 종교권력이 횡행하는 대한민국...

대한민국......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할 수록 우울하다.

종교계 높으신 분들!

내 당신들한테서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소.

돈계산에 머리굴리면서 그리고 양아치나 할 소리를 입에 담으면서 누구를 계도하고 누구에게 복음을 전해준다는 말씀이오.

신부님, 목사님, 스님.....제발 말씀이라도 좀 품위있게 하시오!

<이태준 프런티어타임스 논설위원 frontier@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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