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0-12-26 20:50:04
기사수정
2012년부터 로스쿨 졸업생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법조시장에 진출한다.
혹자는 실력이 모자라 걱정이라 하고 로스쿨 교육이 미흡하여 그들을 어떻게 믿고 채용하겠냐며 많은 우려를 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로스쿨 교육 목표와 제도도입 배경 등을 간과한 평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비판론자들의 주장에 따른다면 IT, 의료, 전문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안에 대해 법학 중심의 교육을 받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들이 모두 잘 해결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러했던가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비판은 타당성이 크게 떨어진다. 한 마디로 설득력이 많이 약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학부에서, 그리고 졸업후 직장에서 다양한 전문적 실무경험을 한 비법학도 출신자(미수자)들이 훨씬 장래에 희망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그들이 당면한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당면과제라 함은 주지하듯이 변호사시험 합격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법학기수자나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학생들이 4년 이상 선행학습해 온 법학에 대한 전반적 체계와 내용에 대한 부족함을 우선적으로 메우는 일이다. 실제로 로스쿨에서도 그런 선행학습 부족이 교육에 가장 큰 어려움을 가져오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들이 졸업 첫 해에 합격하지 못한다는 등식은 성립될 수 없다.
혹여 한 두 해를 꿇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창피한 일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 다음에 맞이할 그들의 든든한 전문성을 변호사 활동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문성은 로스쿨 재학중에 배양할 수도 있고 이미 개별 전공 학부에서 키워왔을 수도 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재산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전문성'이라는 자산은 기성 변호사들이나 법학기수자 변호사들에게는 엄청난 위협적 무기로 기능하게 된다.

그렇기에 소송기술, 법리적 사고와 해석에 다소 모자란다고 하여 이들을 불안하다고 하거나 수준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한 비판은 곧 그들의 전문성에 바탕한 법조시장 진출을 두려워한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이는 기성 변호사들이다.
즉, 법학기수자 중심의 변호사시장에서조차 견뎌내지 못하거나 견뎌낼 수 없는 기성 변호사들이다. 경쟁력이 약한 기성 변호사들이다. 그들이 더욱 로스쿨 출신자들의 실력과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고 떠들고 있다.

이제 그들은 시급하게 국제화를 시도해야 하고 나름의 고유한 전문성을 차곡차곡 키워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도 살 수 있고 남아날 수 있다. 자기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면서 오히려 로스쿨 출신자들이 실력이 없다는 말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기성 법조인들이 느끼는 로스쿨 출신자들로부터 받는 위협,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벌써 그러한 조짐이 일고 있지 않은가.

조금 전에 접한 "입사 6개월 변호사도 퇴출" 제하의 한 기사(매경닷컴)는 이러한 전조를 보여준다. 그 요지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로펌에서도 실적 낮은 소속 변호사들에게 전례 없는 퇴사조치를 취하거나 성과급 미지급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배운대로 해왔고 새로운 영역에 대한 개척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해 온 기성변호사들의 현실이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성 변호사들도 공부해야 한다.

변호사는 법에 관련된 모든 문제를 척척 해결해낼 수 있는 '만능(萬能)'법조인이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사회에서도 변호사는 모든 분야의 문제를 다 해결해내는 해결사라는 '환상(幻想)'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잘못된 자각과 환상이 그들을 더욱 망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배출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무조건 실력없다 매도하지 말고, 공생하여 국가와 사회에 보다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를 기대해 본다.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덧붙이는 글]
모두가 로스쿨 도입이 실패라고 말한다. 일본이 실패했으니 그것을 거의 그대로 들여온 우리도 실패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글은 우리의 현행 로스쿨 제도가 실패가 아니라는, '우리 로스쿨 제도와 교육을 위한 항변'이다. 어렵게 도입된 로스쿨 제도의 성공적 도입과 정착을 바라는 마음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orldnews.or.kr/news/view.php?idx=959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신봉기 취재기자 신봉기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현)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 뮌스터(Muenster)대학교 법과대학(법학박사), (현)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현)한국지방자치법학회/한국토지공법학회/한국비교공법학회 부회장, (전)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보, 동아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사법시험(2005, 2007) 및 행정고시(2003, 2001) 2차시험위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