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發 사정 폭풍, 얼음 정치공화국
- 검찰,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현역11인 긴급 압수수색 강행
검찰이 지난 5일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된 현역의원 11명에 대해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는 시각에 전격 압수수색을 강행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급속도로 살얼음판이 됐다.
특히 국제적인 행사인 G20정상회의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정기국회 회기 중 자행된 검찰의 긴급 압수수색에 정치권은 한마디로 의욕 상실에 걸려 버렸다.
국회의원의 권한인 행정부의 대한 견제와 입법에 대한 가치가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에 묻히면서 법으로 보호하는 정치후원금이 소액다수의 정치헌금으로 변절돼 전달되는 과정에서 시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 지금사태다.
박희태 국회의장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박 의장은 "강제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더욱이 G20 정상회의와 같은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이런 일이 일어나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고 한종태 국회대변인이 전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도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는 증거인멸 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국회의원 입장에서 볼 때 그 명예가 심각하게 손상되는 일"이라며 "검찰이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며 정옥임 원내공보부 대변인이 전했다.
정 대변인은 "한나라당 원내입장에서 이 검찰조사를 신중히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형환 대변인 역시 "전에 없던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면서도 "모든 일은 법대로 처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대변인은 "10만원 소액 후원금 제도에 대한 논란이 큰 만큼 사실관계 등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과잉수사이며 검찰권의 권력남용"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금년 2월부터 조사가 진행되던 것이고 특별히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하필 정기국회의 본회의 대정부질문 중에 일시에, 그것도 집단적으로 12명의 의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분명한 과잉수사"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특히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코 앞에 두고 정치권의 분란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것이냐"며 "상식에 반하고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인데 검찰은 무슨 특정한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작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는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알려진 시각에 국회 대정부질문자로 나선 민주당 장세환 의원에게 준비된 원고대신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에 대해 정부를 겨냥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장 의원은 "검찰이 비상계엄령 시절 외에 국회 회기 중에 그것도 대정부질문이 열리는 기간 중에 10명 이상의 의원들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적이 있느냐"며 "국회를 이렇게 무시 멸시해도 되느냐"고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은 즉각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치권에 대한 총체적 비상상황으로 규정, 검찰의 국회탄압에 대해 분연히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는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공갈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대한민국 국회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야당 탄압을 넘어 정치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정치는 없이 통치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힘을 다해 이명박 정부의 폭정에 항거하고 민주주의와 의회정치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검찰의 국회 탄압에 대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오는 7일 오전 박지원 원내대표 비상시국 기자회견을 갖고, 오후에는 긴급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개최키로 했다.
8일 오전에는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등 야5당 원내대표회담을 갖고 검찰의 국회탄압 공동 대응책을 강구키로 했다.
또한 국회 본청에서 실시할 4대강대운하반대결의대회에서 국회를 말살하려는 검찰의 태도에 대한 규탄도 함께 진행할 것을 밝혔다.
한편, 검찰의 이번 긴급 압수수색 대상은 한나라당 이인기·권경석·신지호·조진형·유정현, 민주당 최규식·강기정·조경태·유선호·최인기,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의 지역 사무실과 회계담당자 자택 등 의원 11명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1000만원 이상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을 우선 압수수색 대상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후에도 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로 국회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향후 여야간 합의에 의해 진행될 SSM 규제법과 4대강 예산안 및UAE파병안 처리 등 중요 현안도 새롭게 전개될 판국이다.
당장 검찰의 압수수색 이전에 박희태 국회의장이 여야간 대화와 화합을 통한 원만한 국정운영 요청 목적으로 제안한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간의 8일 회동이 진행될 지도 의문이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국회 본연의 위상이 갑자기 불어 닥친 여의도발 사정 폭풍에 맞서 어떻게 전개될 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프런티어타임스 임효준 정치부장 dreamech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