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사람에게 가장 존경하는 先人을 꼽으라면 십중팔구는 세종대왕 아니면 이순신 장군이지만 조선시대엔 그렇지 않았다. 조선시대를 통털어 가장 존경받았던 인물이라면 단연 尤庵(우암) 송시열이었다.
송시열은 인조, 효종, 현종, 숙종 4대에 걸쳐 벼슬한 주자학의 巨儒로 왕조실록에 무려 3000회 이상 등장하는 최고의 기록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고 조선 5백년을 통털어 聖人을 의미하는 자(子)의 칭호를 받은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송시열 死後 90년이 지나 조선정부는 송시열을 기리는 宋子大典을 편찬해 이를 공식화했었다.
요즘 사람들은 송시열이 누군지 잘 모르지만 조선시대엔 조선 500년을 통털어 가히 聖人의 반열에 올랐던 최고의 知性人이었던 것이다.
老論의 開祖로서 지독한 당파싸움의 한 가운데에 있었고 끊임없이 당파싸움의 단초를 제공했던 송시열이 어떻게 조선朝 최고의 지성인으로 추앙받는지는 지금의 가치관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평평한 땅덩어리가 우주의 중심이고 우주의 중심엔 다시 中國이 그 중심에 있다고 믿었던 당시의 儒家들의 인식으로는 송시열이 최고의 지성인이라는데엔 조금도 이의가 없었다.
장희빈이 아들을 낳자 숙종은 너무 기뻐한 나머지 이 어린 아이로 하여금 후계를 잇고자 원자책봉을 서둘렀는데 송시열이 상소를 올려 완곡히 반대하는 의견을 전했다가 결국 사약을 받고 죽었는데 그때 그의 나이가 82세였다.
사약을 받지 않았더라면 얼마를 더 살았을지 모른다.
이 송시열이 사약을 받고 죽기 직전 그는 明나라 황제가 살았던 방향으로 절을 하고 자신이 죽고 나면 明 황제 神宗과 毅宗(의종:明의 마지막 황제)을 모시는 祀堂을 짓고 두 명의 明 황제를 잘 모실 것을 당부하고 죽었다.
지금 충북 괴산 화양리에 있는 만동묘가 바로 그 祀堂이다.
한양을 향해 절한 것이 아니고 중국 황제가 있던 곳을 향해 절을 하고 중국 황제를 잘 모시라는 당부를 하고 죽었는데 이런 기이한 행태가 송시열이 '宋子'로 등극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니 요즘 사람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황당하기까지한 행적이지만 그 시대의 가치관과 지식인 사회에서의 분위기로는 그것이 매우 훌륭한 巨儒다운 처신이라고 칭송이 자자했었다.
그때 明이라는 나라는 중국땅에서 사라지고 淸나라가 들어선지 어언 반세기가 더 흘렀음에도 그는 여전히 明을 숭상하고 흔적도 없는 明皇室을 향해 충성을 다짐했던 인물이었다.
어느 날 서해안에 중국인 어부가 표류해 왔는데 그 중국인 어부를 통해 마지막 明황제 毅宗의 피붙이가 중국 어디엔가 살아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감격해 울었다고 하니 송시열의 慕華思想은 기독교 광신도는 저리가라할 정도였고 이런 광적인 慕華思想에 젖은 송시열을 宋子라 칭하며 극진한 존경심을 보여줬던 조선의 지식인들 역시 지금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먹물들의 기이한 행태는 지금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련과 최대의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 모두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시장경제라고 부른다.)를 채택한지도 오래되었고 사회주의는 이제 역사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폐기된 한 때의 사상으로 전락했건만 이 나라엔 아직도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팔푼이들이 있는가하면 권력을 세습하면서 주민을 굶겨죽이는 포악하고도 무능한 김일성왕조를 흠모하는 변태족속들도 있고, 그들만의 정서와 그들만의 가치관으로 대한민국안에서 결코 융합되기를 거부하는 일부 이해난득의 세력도 있다.
그런가 하면 밑도 끝도 없는 '카더라'를 모아서 '카더라'경전을 신봉하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만큼 건설한 위대한 지도자를 모함하고 깎아내리는 일에 혈안이 된 정신장애아들과 대한민국이 조국임을 부정하고 저 북쪽 김일성왕조를 찬미하는 반역세력들이 진보니 민주화세력이니 하며 기세등등해서 설치는 꼴을 보고 산다.
이런 현상의 배경엔 가증스런 반역세력, 반체제세력을 민주화세력, 진보인사라 영웅시하고 미화해준 얼치기 먹물들의 공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모든 가치를 중국의 잣대에 비교해서 판단했던 송시열을 조선최고의 知性으로 추앙했던 조선의 지식인을 마냥 비웃을 일은 아니다.
망하고 없는 明朝를 향해 절했던 송시열을 宋子라 칭송했던 조선정부나 '절대중세봉건왕조집단' 김일성왕조를 향해 절하는 반역세력들에게 민주화운동했다고 거액의 보상금을 주는 대한민국 정부나 뭐가 다른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별로 없다.
<프런티어타임스 frontier@frontiertimes.co.kr>
[덧붙이는 글]
慕華思想(모화사상): 중국의 문물을 흠모하여 따르려는 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