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 단순한 '여성드라마'가 아니다
- 생생한 '직장잔혹사', 샐러리맨 공감 이끌어내

▲ "MBC월화 드라마 역전의 영왕"/프런티어타임스 이수아기자
'여성'을 앞세운 드라마 '역전의 여왕'이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시청자까지 사로잡고 있다. 생생한 '직장잔혹사'로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지난주 방송을 시작한 MBC 월화극 '역전의 여왕'은 2009년 화제작 '내조의 여왕' 시즌2 격 드라마다. 제목 그대로 '인생 역전'이 주제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게 최고의 행복이라 생각한 커리어우먼 황태희(김남주 분)가 결혼 후 예상치 못한 풍랑을 이겨내면서 '인생 역전'의 짜릿한 순간을 누리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역전의 여왕' 속 여성들은 '내조' 때와는 달리 직접 두 팔을 걷어붙인다. 전작처럼 남편의 출세를 위해 뒤에서 내조하고 상사의 사모 님들에게 굽실거리던 아내들은 없다. 주인공 황태희(김남주 분)을 비롯해 한상무(하유미 분), 백여진(채정안 분) 등 여성 캐릭터들은 일을 통해 꿈과 자아를 성취한다. 주방이나 엄마들 계모임의 무대에서 벗어나 살벌한 직장으로 야심차게 뛰어 든 여성들의 활약을 볼 수 있는 것.
패션의 향연도 펼쳐지고 있다. 30~40대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 김남주를 필두로 채정안, 하유미 등 여배우들이 선보이는 스타일이 시선을 끌고 있는 것. 지난해 '내조룩'과 '물결펌' 을 유행시킨 김남주의 헤어스타일과 패션은 벌써부터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여성 시청자의 호응이 뜨겁다. 현재 4회까지 방영한 '역전의 여왕'의 평균 시청률은 10% 가량. 이중 30대 여성 시청자의 점유율이 가장 높다.
그런데 남성들의 반응도 만만찮다. 이번 주 방송한 리얼한 '직장 잔혹사'가 즉효했다. 황태희의 남편 봉준수(정준호 분)가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회사에서 벌이는 눈물겨운 사투가 남성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옛 연인인 백여진(채정안)을 팀장으로 모시고 있는 준수는 5년째 말단사원에 머물고 있다. 준수는 떳떳한 가장의 모습을 보이고 마음에 태희와 딸에게 '승진했다'고 말하지만, 이내 거짓말은 들통난다.
설상가상으로 준수는 갑작스런 회사의 구조조정 바람에 정리해고 대상자로 뽑혔다. 구조조정 본부실에서 희망퇴직서를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는 준수. 다급해진 그는 군대시절 자신이 괴롭혔던 후임병이었던 구용식(박시후 분)본부장을 찾아가 "난 우리집 밥줄이다. 내 사정 한번만 봐주면 그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하며 울면서 애원하기에 이른다.
준수의 눈물겨운 사투는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가족을 위해 직장에서 바동대는 준수의 모습은 평범한 우리네 아빠들 그 자체. '구조조정'이라는 매서운 칼날에 속수무책으로 내쳐지는 샐러리맨들의 애환은 안방극장을 눈물 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역전의 여왕'은 여성들의 시선을 끌만한 아이템이 많은 작품이다. 그러나 '여성'만을 위한 드라마는 아니다. 샐러리맨들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드라마다. 남성 시청자들이 '역전의 여왕'에 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세술과 잔혹사가 난무하는 직장에서 태희와 준수가 어떤 전투를 벌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런티어타임스 이수아 기자2sooah@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