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람, 조용하면서도 강했다
- 진보와 개혁, 중도세력까지 모두 끌어 안아
민주당 새 당 대표에 손학규 후보가 3일 선출됐다.
이날 당내에서는 정세균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손학규 후보의 손을 잡아줬다.
◆정세균-정동영 이전투구 때 비교적 조용했던 손학규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특히 정세균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이전투구에 실망한 당원들이 손학규 후보 쪽으로 표심을 넘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동영 후보가 소속된 민주희망쇄신연대는 '486'주자인 최재성 후보가 완주를 선언, 이인영 후보와의 단일화가 무산되자 정세균 대표가 후보단일화에 개입했다며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쇄신연대는 또한 정세균 후보에 대해 불법적인 필승결의대회, 줄세우기와 사당화 등을 지적했고, 정 후보는 이에 “몰염치한 선거개입을 중단하라”라고 맞불을 놓는 등 감정대립이 격화되기도 했다.
TV토론에서도 쇄신연대 소속 조배숙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친(親)정세균계인 최재성 후보의 신한국당(현 한나라당) 입당 전력을 두고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같이 정세균 후보 측과 정동영 후보 측의 난타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동안 손학규 후보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막판 정세균 후보 측에서 손학규 후보 측의 불법적인 여론조사 공표를 문제 삼았지만 손 후보 측에서는 성명을 따로 내지 않는 등 상대 후보의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정책 위주로 나갔다는 분석도 있다

◆‘담대한 진보’도 ‘야권연대’도 ‘중도’를 끌어안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기존의 '중도개혁주의' 노선을 삭제하고 '진보정책주의' 노선을 강화한 새 강령과 당헌을 통과시켰다.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은 하나같이 ‘진보’만을 외쳤다. 정동영 후보는 ‘담대한 진보’를, 정세균 후보는 ‘진보개혁세력 민생대연합’, 즉 지방선거에서 위력을 실감한 ‘야권연대’를 강조했다.
손학규 후보도 진보를 말했다. 하지만 손 후보는 최근 한 매체가 당의 노선을 묻는 질문에 8명 후보 중 유일하게 답변을 하지 않을 정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당 후보들이 모두 ‘좌(左)’쪽으로 치우치고 있을 때 그는 ‘중도 끌어안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당 대표 당선 직후 손 후보는 “진보와 개혁, 중도를 끌어안는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라며 “진보만 갖고는 야당은 할 수 있지만 집권은 못한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를 뒷받침하듯 당 일각에서는 진보 쪽으로만 기우는 정책 노선에 불만을 품은 중도 세력들이 결집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호남 표심(心)은 비(非)호남인 손학규를 택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후보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호남 지역 당원들의 전략적 표심이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손 후보는 대의원 선거와 당원 여론조사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선거 막판 판세 분석에서 정세균 대 정동영 대결로 굳어져 상대적으로 열세로 비쳐졌던 손 후보가 뒷심을 제대로 발휘한 것이다.
손 후보는 특히 호남 지역에서 정세균, 정동영 후보는 물론 안정적인 위치의 박주선 후보까지도 모두 제치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등 선전해 왔다.
지역적 한계에서 벗어나 정권교체를 이루고픈 호남 지역 당원들의 열망이 손 후보와 통했던 것이다.
언론인터뷰도 자제한 채 손 후보가 다닌 곳은 지역구였다. 그는 지역구를 찾아 1인2표제에서 첫 번째 표가 아닌 두 번째 표를 자신에게 달라고 호소하며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방식(전대룰)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던 그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당원들과 함께 하며 표심을 이끈 조용하면서도 강한 바람이었다.
<프런티어타임스 최정숙 정치부차장 frontier1@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