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황식에 백기든 까닭… '빅딜?'
- 김황식 "박지원이 상당한 호감 표한다는 얘기 들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엄정한 검증을 해야 할 여야 수뇌부가 청문회 직전, 대통령과 술과 밥을 곁들여 만찬을 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더 적절치 않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이 29일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겨냥해 비판한 말이다.
30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날에 이어 민주당이 병역기피 의혹과 4대강 감사결과 발표 지연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김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공세수위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앞서 '8·8 개각'에서 김태호 총리 전 후보자를 매섭게 몰아붙여 자진 사퇴로 이끌고 간 민주당이 이번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전혀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이 그나마 집요하게 병역기피 의혹을 따져 묻자 김 후보자는 "의심의 눈으로 보면 어쩔 수 없지만, 법조인으로 나가려는 사람이 부당한 방법을 썼겠느냐"며 "현재도 같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비하 아닌가 생각한다"고 오히려 역공을 펼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보수시민단체 관계자는 "확실히 지난번 김태호 인사청문회 당시와 비교할 때 민주당의 공세가 약해졌다"며 "김 후보자의 지명전, 청와대와 민주당이 사전 교감을 했다는 소문이 낭설은 아닌 모양"이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은 후임 총리 지명과 관련, 여권에 협조할 뜻이 있음을 수 차례 밝혔다.
김 후보자의 총리 지명, 하루 전인 지난 15일 박지원 원내대표는 "여권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외의 발언을 했다.
여기에 더해 16일 조영택 대변인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 인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편중 인사, 불균형 인사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며 "김 내정자는 대법관, 감사원장 등 주요 공직을 거치면서 검증이 이뤄진 인물로 알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와 관련, 김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총리 지명 이틀전,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났다고 언급한 뒤, "대통령실장으로부터 '박지원 대표도 저에게 상당한 호감을 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민주당은 갑자기 김 후보자에 대해 관대해졌을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단서는 16일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공동대표 :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 민주당 이낙연 의원,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의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이야기> 출간기념회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밝힌 뒤 "문제는 개헌논의가 쉽게 풀어지지 않는 것인데 이는 야당이 조건을 붙이기 때문"이라며 "일단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사회를 보던 이주영 공동대표가 "국회 개헌특위에 민주당도 함께 하는 것 맞죠"라고 묻자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뭔가를 양보해야 동참할 수 있다"고 언급,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에 따라 정가 안팎에선 김 후보자의 총리 지명과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의 출간기념회장에서의 상황을 맞물려 보면 여권과 민주당이 뭔가 빅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어쨌든 김 후보자의 총리 인준이 1일 예정된 가운데 민주당이 이번 인사청문회에선 날카로운 공세를 거둔 까닭에 대한 의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프런티어타임스 이민기 기자 mkpeace21@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