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가 공주의 남자들을 만났다"
- 이재오, 친박에 화해 제의 "뭉쳐 정권재창출 하자"
이재오 특임장관이 28일 친박(박근혜)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여의포럼' 소속 의원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오찬을 가졌다.
이 장관은 이날 낮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이경재.김학송.유기준.최구식 의원 등 포럼 소속 의원 10여명과 점심을 들면서 "대선 과정에서 어느 편에 섰든 그 것으로 다 끝났다."며 "이제는 화합하고 뭉쳐서 정권 재창출을 할 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친박계 의원들은 특별히 맞장구를 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동의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장관은 미리부터 오찬장에 도착해 속속 들어오는 의원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고, 포럼 소속 의원들도 우호적으로 이 장관을 대했다. 포럼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이 장관 덕에 이제 지역구에 가면 90도로 인사를 하고 악수하면서 주민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여의포럼 소속 의원들과 이 장관의 이날 만남은 정치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여의포럼'은 18대 총선 당시 '공천학살'의 대상이었던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 성격이 강하다. 이런 '여의포럼' 소속 의원들을 당시 '공천학살'의 배후로 의심 받았던 이 장관이 직접 만난 화해를 제의한 것으로, 친이-친박 사이의 해빙 분위기를 확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더불어,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 이후 조성된 '훈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왕의 남자'로 통하는 이 장관이 이 대통령의 화합 의지를 친박계에 성실히 전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이처럼 친이-친박 사이의 화해 무드를 곱게만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양 계파의 화합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다시 한번 굳히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이에 대한 경계심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친이(이명박)계 일부는 "이 장관이 '왕의 남자'로만 충실할 뿐 친이계 좌장으로서의 역할은 별로"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친이계 관계자는 이날 이 장관과 친박계 의원들의 오찬을 "왕의 남자와 공주의 남자들이 만난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또 "친이-친박이 화해한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며 "누가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프런티어타임스 윤종희 정치부장 yjh_1120@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