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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9-23 20: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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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봉산에 오르는 정극원 교수
홍천 팔봉산(해발 329미터)

애틋함이여!
그리하여 8봉인가.
더 늘어 트리면 추하기에
난간에 멈추어 끝낸 8봉인가 보다.
달려왔으니 멈추어 솟아오름이다.

솟아오름이여!
그리하여 8봉인가.
원인이 있었기에 제1봉으로 솟았다.
결과가 있었기에 제8봉에 우뚝 맺었다.
기승하여 전결이 되었다.
일으켜 솟았으니 사무침이 울렁이는 것이다.

마른 모래에 파고들듯,
걸음을 삼키는 숲이다.
휙 잡아당기는 소나무가지이다.
팔봉산은 마음이 밖으로 도망하지 못하게 하고서,
보여주려는 것을 참 많이 비장하고 있는가 보다.

질김이다.
뿌리인듯,
바위인듯,
인연인듯,
매듭인듯,
소나무와 바위가 일체가 되었다.

연한 푸름처럼 피어오르는 솔잎이다.
바위가 둥실 떠올랐다.
바위가 창공의 푸르름속에 솟았다.
바위가 허공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소나무가 묶었다.
소나무가 거물처럼 매듭을 만들고 있다.

제1봉이다.
솟은 바위이다.
단애가 가로놓여 더는 나아갈 수 없다.
고색창연이 되었다.
애오라지 바위의 고색이다.
햇잎처럼 막 피어난 솔잎이 창연하다.
제1봉의 소나무가 그렇게 의연하다.
누구라도 제1봉에 앉으면,
바위와 소나무의 고색창연이 만든 떨림을 마주할 것이다.

길 떠나는 애틋함도
헤어짐의 사무침도 다 용해되어 있다.
떠나는 이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다.
마중하는 이도 차마 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글썽이는 눈물을 내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봉우리 넘어서면 떠남이며
봉우리 내려오면 마중인 것이다.

애절하다.
그저 내려다본다.
올랐으니 내려다보기가 용이한 것이다.
고개를 숙이면 홍천강이 유유하다.
은빛 비늘처럼 강물이 일렁인다.
일렁이듯 생명이 요동치고 있다.
팔봉산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쳤다.

멈춤인듯 마주한다.
흐르는듯 떠나보낸다.
그 마음 다 안다는 듯
도도한 물살은 그저 말이 없다.
홍천강이 제1봉에서 제8봉까지 그렇게 휘돌아 흐르는 것이다.

제2봉이다.
그곳에 햇살이 멈춘다.
겨울에는 찬바람이 모질 것이다.
제2봉이 햇살을 비축하기에 여념이 없는듯 하다.
제2봉에는 3부인당집이 있다.
그곳에 모셔진 이씨, 김씨, 홍씨이다.
한 겨울에도 그 당집은 따듯하여질 것이다.
비축한 햇살이 그렇게 소용될 것이다.

제3봉이다.
급전직하 낭떠러지이다.
호락하지 않으려는듯,
그렇게 인고하여 오르는 제3봉이다.
제3봉이 까탈을 부린 데는 이유가 있다.
정상(해발 327미터)인 것이다.
회돌이의 물길이 더디고 더디다.
그제서야 귀퉁이 돌아서서 떠나는 물길이다.
제3봉에서 바라다보는 물살이 저기 멀리로 행차를 떠난다.

제4봉이다.
해산굴이 캄캄하다.
다 비우고 가라는듯,
둥굴이 그렇게 명령하고 있다.
채우면 빠져나갈 수가 없다.
비워야만 빠져나갈 수 있다.
해산굴의 의미이다.
삶이란 채움이 아니라 비움인 것을,
팔봉산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바로 그 비움인 것인가 보다.

제5봉에 오른다.
난간의 노송이 가냘프다.
바람도 맞았을 것이다.
그 뿌리가 튼실하게 되었다.
비도 맞았을 것이다.
그 잎이 푸르게 핀 것이다.
눈도 맞았을 것이다.
그 기상이 의연하게 된 것이다.
그 모양새는 가냘퍼도
그 기상은 천하를 아우르는 것이다.

제6봉과 제7봉사이다.
터 넓은 그곳이다.
통바위에 털썩 앉는다.
무언가 전할 것이 있는가 보다.
이편의 바람과 저편의 바람이 교차한다.
부딪혀 더 풍성하여 진 것이다.
그 바람을 맞아서 무성하여진 나무들이 그 증거이다.
우람한 나무들이 그곳에 빼곡하다.
상생이란 부딪혀도 더 무성할 수 있음인가 보다.
전할 것이란 바로 상생인가 보다.
팔봉산의 유구함은 바로 그 봉우리마다의 상생에 있는 것이다.

사무침이여!
그리하여 8봉인가.
그 남음은 미련인가.
그 보냄은 아쉬움인가.
남은 자의 사무침이 보낸 자의 사무침과 다르지 않다.

제8봉이다.
마지막 오름이다.
밧줄을 타고서 끙끙대며 오른다.
남음도 보냄도 그곳에 다 남겨둔다.
팔봉산이 깃발처럼 펄럭인다.
흔드는 바람은 떠나도 펄럭이는 깃발은 남는다.

애틋함도
일으킴도
사무침도
깃발처럼 팔봉산에 온전하게 다 남겨두고서 하산한다.
오름이란 결국 내려오기 위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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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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