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소탈한 모습으로 국민들과 '스킨십'
- KBS 아침마당 출연...모친 생각하며 눈물, 부인 앞에선 왠지 '미안'
이명박 대통령이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추석 연휴 첫날인 21일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최고 통치권자가 아닌 한 어머니의 아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냈고 김윤옥 여사도 한 남편의 부인, 그리고 손자.손녀의 할머니로서의 일상사를 들려줬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면서 "항상 '당당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큰 교훈이 됐다."며 "어머니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신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 새 옷을 사드린다고 약속했는데 지킬 기회가 없었다.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대통령은 또 "가난하든 어렵든 가족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화목해야 하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며 "가정이 바르게 서면 그게 다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가난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도 소회했다.
이 자리에는 이 대통령이 대권 주자이던 2006년 12월 우연히 도왔던 청각장애 풀빵장사 부부도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젊은 시절 풀빵 장사를 해봤던 이 대통령은 "당시 점심때 갔는데 이 부부가 솜씨도 서툴고 해서 굽는 방법을 알려줬다."면서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사인을 받으려고 하기에 한 봉지씩 사면 사인을 해주겠다고 해 손님이 구름같이 몰려왔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이 대통령은 이 부부가 가져온 풀빵을 먹어보면서 "그 때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방송중 얼마전 태풍 곤파스로 피해를 본 충남 태안의 한 이장에게 "며칠 전에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파손된 방파제에 대해서 임시 예산을 책정했다."며 위로했다.
그는 또 "낙과가 많이 생겨 힘드신 분들이 많다."며 "정부가 이제 보상도 해드리니 이럴 때 용기를 갖고 함께 극복하면 다음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마음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이후 기억에 남는 감동 순간에 대해 "어머니는 다리가 불편해 일을 못하고, 지하방의 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쫓겨나게 생긴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어린이가 편지를 써서 도움을 청했다."면서 "그래서 주변은 모르게 긴급히 임대아파트와 일자리를 구해준 후 모녀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살고 있다고 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김윤옥 여사는 대통령 남편과의 일상사에 대해 숨김없이 털어놨다.
우선, 김 여사는 남편 월급 문제에 대해 서운함을 비쳤다.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기업을 할 때는 통장관리를 내가 했지만, 서울시장 재임시절에는 재단으로 바로 보내 내가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통장관리를) 내가 할까 했는데, 나한테 얘기도 없이 이 대통령이 월급을 기부한다고 했더라."며 "나도 직접 대통령 통해서 못 듣고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김 여사는 특히, 진행자가 이 대통령에게 '월급 얘기가 나오니 말씀이 없으시다.'고 말하자 "지은 죄가 있으니까 말 못하죠."라고 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이 대통령도 "하하하"하고 웃는 것으로 위기관리를 했다.
김 여사는 하지만 "처음엔 섭섭했지만, 여기 와서 고아원이나 독거노인을 찾아보니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많더라."며 "내가 직접 해보니 우리 대통령이 왜 돈을 내놓는지 알게 됐다. 있으면 더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남편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표현했다.
이와 함께 김 여사는 "예전에 작은 차 앞에 3명, 뒤에 3명이 타서 여행을 함께 갔는데, 목적지가 몇 시간이 지나도 안 나와서 포기하자고 했더니 이 대통령이 차를 갑자기 길가로 세우고 다 내리라고 하면서 엄청 야단을 쳤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이어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먹는데 딸들이 '우리들은 결혼하면 출가 외인이라 괜찮은데, 엄마하고 아들은 평생 같이 해야 하니 불쌍하다'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사실 그 곳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중요한 곳이어서 차를 스톱시키고 '이러이러하니 기왕에 고생했지만 가자'고 이유를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의 근검절약과 관련해 "남자 분들이 너무 아끼라고 하면 여자들은 반발이 나서 오히려 안한다."면서 "적당한 선에서 하면 더 아끼게 되는데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김 여사는 또 "이 대통령이 워낙 열심히 일을 하다보니 주위에 있는 분들이 고달프다."며 "그것만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노조위원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그러면서도 남편이 힘들어할 때 힘이 되어준 얘기도 꺼냈다.
집권 초기 쇠고기 파동 때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생명이 태어나려면 입덧 기간이 있는데 지금이 그때인 것 같다. 바다에는 파도가 쳐야 산소가 공급돼 물고기가 살듯이 마찬가지로 세상살이는 시끄럽다.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며 격려한 것을 소개한 것.
대통령의 식성에 대해선 "결혼한지 40년 됐는데 반찬투정 한번 안했다."는 말로 완벽하게 설명했으며 "다만 어릴 때 보리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보리밥은 싫어한다."고 전했다.
또 "딸들이 (대통령을) '호기심 천국'이라고 한다."며 "한번 집중하면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안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전했다.
<프런티어타임스 윤종희 정치부장 yjh_1120@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