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義란 무엇인가?(What is justice?)
- "敗者는 正義를 論할 자격도 없다."
正義란 무엇인가?(What is justice?)
조선말 正祖가 죽고 순조가 왕위에 올랐을 때(1801년) 우리 역사에서 말하는 '황사영의 백서'사건이라는 것이 일어나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떼죽음 당하는 참극이 있었다. (서양에서는 나폴레옹이 무력으로 권력을 잡았을 때임)
황사영이란 사람은 어릴 때부터 재주가 뛰어나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었으나 머리가 뛰어난 사람들이 대개 한쪽으로 편향되는 경향이 있듯이 황사영 역시 천주교 신자가 되면서부터 모든 가치를 천주교에 기준을 두어 판단하는 외골수 예수쟁이가 되어 요즘말로 하자면 반골 反체제인사가 되었다.(황사영은 정약용의 조카사위다.)
천주교를 불법화하는 조선정부에 맞서 그는 천주교의 자유로운 포교를 위해서는 조선정부를 굴복시켜야한다고 생각해 중국에 거주하는 프랑스 主敎에게 프랑스 군대를 조선에 보내어 王을 굴복시켜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하얀 비단에 정성껏 써 인편으로 보내다 중간에 발각되어 미수에 그치고 말았는데 이것이 '황사영의 백서사건'이다.
길이 62cm 폭 38cm의 하얀 비단에 놀랍게도 13,000字에 이르는 漢字를 깨알같이 써 넣었는데 우리나라 천주교에서는 가장 신성한 보물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으로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는 모르나 지금은 로마 교황청에서 소장하고 있다.
황사영이 숨어지내던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에 있는 '베른 聖地'에는 이 백서의 복사본이 걸려있다는데 나는 아직 가 보질 못했지만 사실 가 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13,000字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의 편지엔 조선에서 처형된 中國人 神父, 周文謨의 체포와 처형과정을 설명하고 있고 또 수많은 조선의 천주교신자들이 당한 박해를 소상하게 기록해 놓았는데 황사영은 이런 고발내용과 함께 조선內에서 자유로운 천주교 포교를 위해서는 프랑스 군대를 보내 줄 것으로 요청하는 글과 함께 조선이라는 나라를 비하하는 글도 장황하게 써놓았다.
이 부분에 이르면 황사영이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인가 의심이 들만큼 심한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 '조선은 나라도 아니다. 군함 몇척만 보내주면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그런 나라다' 라고 묘사하고 있다. 사실이 그러하더라도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나?
원본은 조선 관헌에게 빼았겼지만 내용이 많이 완화된 수정본을 보고난 프랑스 뮈텔 主敎마저도 "음모의 대부분이 공상적이며 위험천만한 것으로 조선정부가 筆者에게 엄벌을 가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고 했을 정도였다.
프랑스인 主敎나 중국정부조차도 이 건으로 알게된 중국인 처형과 천주교 신자박해에 대해 조선정부로서는 할 일을 했다는 정도로 인식했던 이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는 '박해'라는 용어로 조선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묘사하고 있다.
외국군대를 불러들여 조선정부를 굴복시켜 달라는 내용의 편지가 어떻게 聖스러운 유물이 될 수 있나? 이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머리속엔 國家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것 같다는 느낌을 늘 받는다.
요즘 국내 서점가에서는 어떤 미국인이 쓴 '正義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엄청 잘 팔린다고 하던데 그래서 正義와는 거리가 아주 먼 이 나라에서 너도 나도 正義를 입에 올리며 토론을 벌이고 급기여 그 著者가 한국에까지 와서 직접 한 말씀하는 광경까지 벌어졌는데 사실 이런 현상에 나는 그냥 웃고 만다.
황사영과 조선정부........ 누가 正義의 使者인가?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들은 황사영을 순교자로 추앙하나 나의 기준으로는 그는 마땅히 받아야할 벌을 받았던 '많이 편향된 조금 모자라는 지식인' 정도로 인식한다.
설령 내가 천주교신자가 된다 하더라도 내 생각은 달라질 것이 없다. 황사영도 자신이 하는 일이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正義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황사영을 죽였던 조선의 통치자들 역시 나라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正義의 심판'을 내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천안함 침몰과 함께 46명의 우리 장병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참극을 놓고 저 멀리 미국이나 유럽의 의회에서 북한의 야만적 기습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았지만 정작 피해를 입은 대한민국의 국회에서는 어떤 결의안도 내놓지 못하고 온갖 '카더라'나 난무하는 꼴만 연출했었다. 지금까지도 그렇다.
그런 사람 모두 다 '正義'와 '진실'을 추구한단다. 단군이래 처음으로 굶주리지 않고 '풍요'라는 듣기에도 꿈만 같은 현실을 맞이하다보니 모두들 다 제 정신이 아닌 듯 하는 소리 듣다보면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한국인의 억척스러움, 부지런함, 영리함에다 장보고의 후예다운 도전적인 기업정신이 오늘의 성공신화를 창조했다고 자화자찬이 낯간지럽게 나온다. 그렇게 잘난 민족이 어떻게 수천년 異民族의 간섭과 지배를 받아야했으며 그렇게 잘난 민족이 어쩌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꼴을 당해야했던가?
우리가 잘나서 일본의 압제를 물리치고 해방을 맞았으며 우리가 힘이 있어 6.25사변을 당하고도 살아남았던가? 오늘 당장이라도 주한미군 철수하고 韓美동맹을 파기한다는 선언이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바로 죽은 목숨 아닌가?
뭐가 그리 잘났는가? 저 북쪽 압록강에서는 中國軍의 압록강 渡河훈련이 전개되고 있어도 우리는 탱자 탱자하고 나날이 즐겁게 살 수 있는 것도 알고보면 美軍이 이땅에 주둔하고 있는 한 중국군이든 북한군이든 함부로 침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존심리가 작용한 결과 아닌가?
중국군이 왜 압록강 渡河훈련을 하며 필요도 없는 두만강에 다리는 왜 만들며 북한 곳곳에 중국정부가 몇십년 기간의 조차지를 왜 확보하고 있는지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민족, 민족, 민족타령하며 묻지마 퍼주기에 골몰하는 남쪽 사람들을 보면 수천년 못나게 살아온 민족에겐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설명해 주는 것 같다.
뭐가 正義란 말인가? 스스로 나라를 지킬 의지도 없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정신도 없이 선심쓰고 인심쓰는 天使役만 할려고 한다.
100여년전 미국의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조선은 극도로 무기력하며 최소한의 저항을 할 능력도 없다....전혀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조선을 일본에 넘기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경복궁에 일본 낭인들이 칼을 들고와 왕비를 죽이는 해괴한 사건이 일어나고 王은 겁을 먹고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가는 꼴을 보고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누가 敵이고 누가 친구인지조차 판단 못하기는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뭐가 달라졌나? 주한미군철수와 한미동맹 파기선언이면 그날로 대한민국은 끝 아닌가?
제각기 살아남기 위해 '장군님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몰래 몰래 배우고 연습하느라 바쁘겠다. 그렇게 숱하게 당하고 더러운 꼴을 보고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국민에게 내일은 없다.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외적에 대항해 싸울 의지가 없는 집단에겐 정의란 없다.
정의가 무엇이냐고? 정답 없는 논쟁으로 시간보내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앞으로 닥칠 환난과 재난에 대비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현명한 국민이 취할 자세다.
"敗者는 正義를 論할 자격도 없다."
<프런티어타임스 이태준 전 편집국장 frontier@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