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유동성 불안 결국 한국은행이 진정시킨다
- 결국 바닥은 있다 인내심 갖고 대처해야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처방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3일 증시는 전 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만연한 가운데 신흥국가들이 잇따라 국제 통화기금(IMF)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고 증권시장은 연일 폭락 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1000선도 위협받고 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4.88P(7.47%) 급락한 1049.71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사흘째 급락하며 11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11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05년 8월31일(1083.33)이후 3년2개월만에 처음이다.
장 초반 선물가격 급락으로 코스피 시장에는 올해 10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23일 원.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달러당 1,436.00원까지 치솟았다가 45.80원 폭등한 1,408.80원으로 마감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9월 이후 10년여 만의 최고치다.
정부가 은행들의 외화 차입을 지급 보증한다는 조치는 겨우 하루 약효를 발휘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998억원을 순매도하며 7일째 팔자 행진을 계속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6일 43.08%였던 외국인 지분이 42.70%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52만5000원에서 47만2500원으로 낮아졌다. 주식·채권·부동산 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들은 채권도 팔아치우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22일까지 3조1369억 원 어치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이날 증권시장은 아르헨티나의 국가부도 가능성, 파키스탄의 구제금융 신청,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서유럽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률이 제로(0)에 가까운 0.2%에 불과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 보고서,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일본의 경기 침체 등 해외의 암울한 소식들도 투자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이날도 한국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5천억원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금융위원회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보유한 국공채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 결국 바닥은 있다 똑 부러진 대안보다는 인내심 갖고 대처해야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속 시원한 똑 부러진 대안은 없는 만큼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실물을 회복시킬 수 있는 내수 진작책을 확실하게 추진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증시가 맥없이 연일 추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미국 증시와 유럽 증시의 급락에 환율 상승,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세 등을 지목하고 있다.
며칠째 정부가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해외에서 전해오는 악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런 악재들이 과도하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전체적으로 경기 부진이 심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바닥이 어디인지에 대한 감이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결국 바닥은 있다,인내심 갖고 대처 할 필요가 있다.
- 한은,은행채 매입 증권.자산운용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 비상계획 수립
한국은행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의 하나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 등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은 발권력을 가진 기관으로서 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것은 어려우며 다만 국공채나 은행채를 환매조건부(RP) 방식으로 사들여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영리기업인데 이들 기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려면 금통위를 거쳐 특별융자를 해줘야 한다고 밝히고 따라서 유동성을 지원한다면 RP로 이들 기관이 보유한 통안채나 국채를 한은이 매입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5조원 규모 은행채를 매입해달라는 은행권의 요구에 대해 25조원은 4분기 만기 도래하는 전체 은행채 규모인데 이를 전부 중앙은행이 인수할 필요는 없다며 이러한 상황은 아주 극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가 요구하는 내용은 한국은행이 컨틴전시 플랜으로 설정해 놓고 있는 만큼 위기 진행 상황에 따라 시행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최종 결정권한은 금통위가 갖고 있다면서 그런데 금융위는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한은에 정책을 요구하거나 압박하는 황당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패닉에 빠진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고 실물경제의 전이를 막기 위해 은행채 매입이나 증권.자산운용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에 한국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 미국 FRB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응도 효과를 고려해 늦지 않토록 실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