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휴전'SD vs 정남정'숙명적 대결예고
- 후임총리 임명이후 연말 대권레이스 본격화이전 충돌 가능성 전망돼
한나라당 친이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세력과 정두언-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소장파간 갈등이 진정돼 잠정휴전에 돌입했으나 숙명적인 대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양측간 갈등은 최근 몸을 낮춘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입, 휴전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 장관은 지난 1일 밤 이상득 전 부의장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는 정두언-정태근 의원을 만나 이명박 대통령이 일련의 갈등양상에 진노하고 있다고 전한 뒤 파문이 확산되지 않도록 할 것을 회유했는데, 두 의원은 일단 이를 따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두언 최고위원측 인사는 “이 장관이 심정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밝히며 이재오 장관이 이상득 전 부의장 책임론에 대해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이 전 부의장측 인사는 “솔직히 이재오 장관이었다면 그렇게 예의 없이, 정치적 도의도 없이 공격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 장관과 이 부의장과의 관계도 실제로는 별로 나쁘지 않다”면서 이 특임장관이 편파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 정가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 집권초기 소위 ‘만사형통’논란 속에서 이 전 부의장에게 반기를 들었던 정두언-정태근 의원에 대한 보복차원의 사찰이 이뤄졌을 가능성과 함께, 치열한 차기 대권경쟁 속에서 이번 파문은 쉽사리 수그러들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상득 전 부의장측이나 정두언-남경필-정태근 의원측이나 서로 숙명적인 대결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 “이재오 특임장관의 중재로 잠정휴전에 들어갔다고 해도, 대권레이스 본격화를 앞두고 양측간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장관의 중재도 사실상 미봉책인 것 같다. 조만간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SD(이상득)계와 소장파의 충돌시점은 아마도 후임 국무총리가 임명된 이후 연말쯤 차기대권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점화되기 전이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로 지목된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지난달 31일 “이상득 의원이 청와대와 국정원에 의해 사찰이 이뤄진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해 당내갈등의 새로운 불씨를 당겼는데, 정 의원은 친이계 내부에서 소장파 실세로 통하고 있는 인물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정 의원은 “지난 8월1일 이 의원과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전하고 바로잡아 달라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요청했다”며 “이 의원에게 얘기한 이유는 청와대와 국정원에 의해 사찰이 이뤄진 것을 이 의원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고발할 줄 몰라서 안 한 것이 아니다. 침묵한 것은 정부 스스로 법에 근거하지 않은 국민 감시를 바로잡기 바랐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같은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남경필 의원 역시 “조지 오웰의 ‘1984’를 보면 ‘빅 브라더’가 등장한다”고 운을 뗀 뒤 “지금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키도 했다.
특히 남 의원은 “이 문제는 단순히 덮어지지 않을 것이며 정권말기에 야당이나 권력기관의 정보누수로 인해 밝혀지면 다음 총선-대선을 못 치를 것”이라고 비판,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반면 이상득 의원은 연찬회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것 아니냐. 욕을 안 먹는 사람 어디 있나”라고 언급하는 등 불편한 심경을 피력했으나 구체적인 대응은 없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상득계와 이재오계로 나뉜 친이계 내 권력암투로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논란이 빨리 매듭지어지지 못할 경우 여당내분이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오는 2012년 국회의원 총선 및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친이계 내부갈등이 격화되면 여권내 잠룡들의 대권행보와 맞물려 사분오열이 될 가능성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한 정가 관계자는 “어쨌든 일단 당내갈등이 봉합돼 다행이다”라면서도 “이상득 의원과 소장파간 충돌상황은 언제든 올 수 있다. 다만 킹메이커 역할이 기대되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중재와 화해를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둘 것인지 기대를 걸고 있다”고 언급해 귀추가 주목된다.
<프런티어타임스 송현섭 편집국장 21cshs@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