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외교관 아들 "외교부 판도라 상자 열렸다"
- "유명환 사태, 특권의식 심각성 그대로 보여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이 외교부 통상전문 계약직에 특별채용된 것과 관련, 그 파장이 심상치 않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3일 외교부 청사 2층 브리핑룸에서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고용되는 것이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딸도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공모응시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장관의 이 같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가라앉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부가 유 장관의 딸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없었는지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까지 이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외교부 장관의 딸을, 그 것도 한 사람만 특채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인가."라며 "또 다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장관 딸만 특채하면서 과연 '공정한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특별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특별채용'도 이명박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인가."하고 쏘아붙였다.
여당인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도 자신의 트위터에 "'공정한 사회'는 모든 사람의 가슴을 끌어당기는 깃발인데 깃발 든 사람이 벌거벗고 있으면 사람들이 깃발을 보겠는가, 몸뚱이를 보겠는가 탄식이 나올 뿐이다."고 개탄했다.
이와 함께, 이날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안그래도 취업 문제 때문에 무척 예민한데, 완전히 (유 장관이) 불을 질렀다."고 탄식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날 정치권에서는 "이번에 낙마한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나 신재민 문화부 장관 내정자 경우보다 유명환 장관 문제가 더 큰 만큼 사퇴까지 가지 않겠느냐."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의 폐쇄성과 특권의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날 한 전직 외교관 아들은 "보통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외교부에 일부러라도 특별채용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유 장관과 딸이 이런 부분을 그냥 간과했다는 자체가 외교부의 폐쇄성과 특권의식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식 외무고시를 통하지 않고 외교부에 근무하는 외교관 자녀들이 있다. 외교관 가족들은 개인일로 외국에 나갈 때도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그대로 통과한다. 실제 외교관 숫자와 외교관 여권 발행수를 비교하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외교관 자녀들은 국내 명문대학에도 쉽게 입학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교부 내에 특혜와 특권의식이 만연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이번 유장관 사태는 올 것이 온 것이다. 이제 외교부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외교부가 개혁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런티어타임스 윤종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