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정동영 만나기 싫어 한나라당으로?
- 똑같이 MBC가 배출한 인물...'라이벌' 의식 주목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대법원 최종 판결로 도지사직을 잃게 될 경우, 엄기영 전 MBC사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강원도지사 재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최근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엄 전 사장이 얼마전 춘천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사실과 맞물려 있다.
이와 관련, 그 동안 엄 전 사장 영입에 공을 들였던 민주당은 신경이 날카롭다. 정세균 대표는 지난 1일 강원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무죄인 이광재 강원도지사에게 죄를 덮어씌우고 다음 도지사 선거를 미리 준비하는, 정권 차원의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분노가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7.28 재보선에서 이 지사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당선된 최종원 의원도 같은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투쟁했다고 하신 분이 인생에 큰 오점을 남기려는 것인가."라며 "강원도민들은 '남자가 배알도 없느냐'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민주당의 공세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으로 기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차기 대권 유력주자인 정동영 의원과 관련돼 있다는 것.
엄 전 사장과 정 의원은 MBC가 배출한 걸출한 인물들이다. 특히, 엄 전 사장은 오랜 기간 9시 뉴스를 진행하며 '국민 앵커' 수준에 올랐다. 전국의 남녀노소가 엄 전 사장을 알 정도다.
이런 엄 전 사장이지만 일찌감치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정동영 의원에 비해 정치적 입지는 무척 미약하다. 때문에, 엄 전 사장이 민주당에 들어갈 경우 이미 확고한 당내 조직을 갖고 있는 정 의원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엄 전 사장(1951.8.5)이 자신보다 나이가 두살 어린 정 의원(1953.7.27) 아래 반열에 머물게 된다. 엄 전 사장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반면,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에 들어가면 상황이 다르다. 곧바로 한나라당의 '보석'이 될 수 있다. 한나라당 내에는 정 의원 만큼의 정치적 위상을 갖고 있는 방송계 출신이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나라당으로서는 민주당 차기대권 유력주자인 정 의원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을 확보한 의미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여권 내 엄 전 사장의 정치적 위상은 급등하게 된다.
이와 관련, 2일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으로 들어오면 정 의원에 비해 취약한 정치적 입지를 단 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런티어타임스 윤종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