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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8-19 22: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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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준 전 미 연방 3선 하원의원
외국여행을 해 본 재미교포들이라면 누구나 해외에서 눈부시게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의 광고판을 보고 뿌듯해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자신 헝가리 등 동유럽 여러 나라들의 시내 한복판에 나붙은 한국 기업들의 대형 광고판을 보면서 한국인인 게 너무도 자랑스러웠었다.

사실 내게는 반 세기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미국인들이 “너희 나라에도 TV가 있냐”고 묻던 일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다. 그때는 한국에 TV가 없었고 오직 라디오 연속극만이 유일한 낙이였었다. 하지만 얼마전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일류 백화점에 가서 가장 품질이 좋은 TV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한국산 TV를 내놓는다. “값은 약간 비싸지만 품질은 보장한다”는 게 미국인 매니저의 말이다.

요사이 한국 신문을 보노라면 이처럼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국제사회에서 돋보이게 해준 대기업에 대한 비난들이 자주 눈에 띈다. “몇 천 억의 수익을 내면서도 투자는 커녕 이자놀이 하듯 고금리 대출이나 하고, 원자재 값이 올랐는데도 납품 단가는 일방적으로 더 깎고, 게다가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 마저 뺏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죽을 지경 ” 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파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했던 `부자를 끌어내려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는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대기업을 친다고 중소기업이 나아질 순 없다는 얘기다. 돈을 벌었으니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는 것은 모두 옳지 않다. 기업은 어차피 번 만큼 세금을 내면 그만이고 정부는 그 세금을 갖고 중소기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법을 어기면 법대로 처벌하면 될 것이고, 기업이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자율적으로 벌어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환경을 마련해야지 정치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건 대한민국 같은 민주국가가 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중소기업을 돕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이든 압력보다는 자율적으로 하도록 정부가 제도로 뒷받침 해 줘야 한다.

미국에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기구로 중소기업청 (SBA)이 있다. 또 바닥에 있는 소수계층을 도와주는 여러 가지 복지 프로그램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정부가 주도하고 대기업들에는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뿐이다. 미국의 부자들이 종종 자기의 거의 전 재산을 사회사업을 위해 정부에 내놓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기반도 매우 튼튼하다. 미국 상공회의소 회원의 96%가 중소기업인들이고, 지난 해 전체 미국 고용 창출의 75% 이상을 중소기업이 만들어 냈다. 그러니 미국의 경제 성장에서 중소기업이 기여하는 몫은 26%를 훨씬 넘는다.

건전한 중소기업의 성장은 탄탄한 중산층을 형성하게 되고, 이로써 서민들의 만족감을 높이게 마련이다. 바로 이같은 중소기업을 위주로 한 정부의 적극적인 서민정책을 American Dream이라고 부르며 이 것이야 말로 미국의 힘이다. 매년 전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미국으로 이민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은 이처럼 중요한 것이다. 중소기업을 돕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지 대기업에 떠 맡길 일이 아니다.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또 법적으로 중소기업을 돕도록 정부는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초선 하원의원 시절 중소기업위원회에 소속해 있었다. 이 위원회가 하는 일은 중소기업청을 감독하는 일이다. SBA는 4천 명의 연방 공무원이 2백40억 달러의 예산을 갖고 중소기업만을 돕는 대통령 직속기구다. . 이 기구는 중소기업이 자금난으로 고금리 사채를 빌려 빚에 허덕이지 않도록 일반 은행에서 싼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90%까지 보증을 선다. 중소기업이 계속 대기업의 하청에만 의지하지 않고 독립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만이 입찰할 수 있는 Small Business Set-a-Side 프로그램도 있다.

심지어 입찰에 성공한 중소기업이 자금이 부족할 경우 공사를 담보로 정부가 시장보다 싼 이자로 직접 대출 (SBA Direct Loan) 을 해주기도 한다. 또한 정부의 공사가 너무 규모가 커서 중소기업의 참여가 불가능할 경우, 공사를 여러 개로 나눠 많은 중소기업들의 직접 참여를 유도한다. 물론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여러 중소기업을 감독하는 일이 대기업 한 곳을 감독하는 것보다 골치 아프겠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어떤 공사는 그 비용이나 규모, 또 특수기술을 요하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기업에만 입찰을 허락할 때도 있다. 이 경우에도 정부는 대기업들에게 적어도 30%는 중소기업들에 하청을 주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아울러 낙찰 뒤 하청업체 간 가격경쟁을 막기 위해 입찰 때 미리 하청업체들의 이름과 계약금액 등을 자세히 밝혀 나중에 중소기업들간에 다시 가격경쟁을 붙이거나 일방적으로 값을 조정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도 있다.

그 밖에 여성기업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장애인, 제대군인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니 대기업들도 자율적으로 동참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부상조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를 잡는 것이다. 한국 국회는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대신 대기업들의 해외 활동을 지원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돕는 풍토를 조성할 수 있도록 서둘러 중소기업 지원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창준 프런티어타임스 회장 hyunnews@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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