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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8-15 11: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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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준 프런티어타임스 전 편집국장
해마다 8월 15일은 찾아오지만 이 날이 우리 국민에게 특별한 감회를 주는 날도 아니고 하루 쉬는 공휴일이란 의미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신문과 방송은 이날 하루 일제에 우리가 얼마나 억울한 일을 당했던가 하는 천편일률적인 한풀이식 피해사례를 열거하며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0년 전 지구촌 대부분이 몇몇 열강들에 의한 강점으로 식민지생활을 경험했지만 아직도 지배국에 대한 증오심에 젖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는 없다.

어느 누구도 왜 우리가 식민지가 되어야했던가에 대한 반성의 의견을 내놓는 사람은 없다.

일제에 대한 증오심을 심화하고 우리가 순진한 피해자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기도 하고 부끄러웠던 우리의 행적을 숨기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있지도 않았던 저항운동을 창작해서 삽입하기도 한다.

마치 만주 전역에 우리 독립군의 함성과 말발굽소리로 가득 찼던 것처럼......

1920년 이후 일본에 대한 무력항쟁이 있기라도 했던가? 1910년 조선이 일본에 합병 당하던 그날 우리 백성들이 무슨 저항이라도 해봤던가?

100년 전 당시 신생 미국이 태평양을 건너 그들의 세력을 확장해 나갔던 과정을 설명해주는 ‘Imperial Cruise(제임스 브레들리 저)’라는 신간서적을 소개하는 글을 읽어보니 이것 역시 피해의식으로 가득 찬 우리 젊은 기자의 좁은 안목만 보게 되어 참으로 기분이 씁쓸했고, 동시에 무능한 군주였던 고종을 '개화의 선두'로 미화하는 '고종 44년의 비원'이라는 국내학자의 신간서적 소개문 역시 입맛 쓰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과 미국 때문에 조선이 망했다는 편협한 시각과 일본과 미국을 향한 증오심을 심화하는 유치한 작업이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그리고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

마치 '카쓰라- 테프트 밀약'만 없었다면 조선은 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유치한 남 탓을 언제까지 우기려는지......

미국과 일본이 '카쓰라-테프트 밀약'을 체결하고 나서 필리핀과 조선을 나눠먹었다고 우리 기자는 설명하고 있는데, 필리핀은 이때 이미 미국의 식민지였고 '카쓰라-테프트조약'이 있든 없든 간에 조선은 일본에 먹힐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국제상황을 모르는 무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의 못난 과거를 항상 남 탓으로 덮으려 하다간 또 언제 그런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건 왜 모를까?

왕이 일본군이 무섭다고 러시아 영사관으로 도망가 살았던 창피한 역사는 숨기고 그리고 나이 스무 살 밖에 안 되는 중국의 건달 원세개가 조선 한양 도심에서 10년간 주재하면서 실질적으로 조선을 통치했던 역사도 숨기고 우리는 선량한 피해자요, 다른 나라는 다 나쁜 도둑놈이라는 내용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건 올바른 역사교육이 아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동시에 역사는 이렇게 우리에게 말한다. "패자는 정의를 논할 자격도 없다." - 해당 칼럼은 토론방 글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태준 프런티어타임스 전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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