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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8-08 00: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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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준 전 미연방 하원 3선의원
내가 반세기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미국인들은 "너희 나라에도 TV가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요즘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일류 백화점에 가서 "가장 품질이 좋은 TV를 보여달라"고 하면 한국산 TV를 내놓는다. "값은 약간 비싸지만 품질은 보장한다"는 게 미국인 매니저의 말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신문을 보면 이렇게 성장한 우리 대기업에 대한 비난이 자주 눈에 띈다. "몇천억원의 수익을 내면서도 투자는커녕 이자놀이 하듯 고금리 대출이나 하고, 원자재값이 올랐는데도 납품 단가는 일방적으로 더 깎고, 게다가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마저 뺏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죽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파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했던 "부자를 끌어내려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는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대기업을 친다고 중소기업이 나아질 순 없다는 얘기다.

누구든 번 만큼 세금을 내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그 세금을 갖고 중소기업과 서민을 돕는 프로그램은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건전한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탄탄한 중산층을 만든다.

서민들의 만족감은 저절로 높아진다. 미국에선 바로 이 같은 중소기업, 서민을 위주로 한 정부의 적극적인 서민정책을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라고 부른다. 이야말로 미국의 힘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이 미국으로 이민 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에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청(SBA)이 있다. 나는 초선 미 연방 하원의원 시절 중소기업위원회에 소속해 있었다.

이 위원회가 하는 일은 중소기업청을 감독하는 일이다. SBA는 4000명의 연방 공무원이 240억달러의 예산을 갖고 중소기업만을 돕는 대통령 직속기구다.

이 기구는 중소기업이 자금난으로 고금리 사채를 빌려 빚에 허덕이지 않도록 일반 은행에서 싼 금리로 대출을 받게 하기 위해 90%까지 보증을 선다.

중소기업이 계속 대기업의 하청에만 의지하지 않고 독립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만이 입찰할 수 있는 '중소기업 보조' 프로그램도 있다.

심지어 입찰에 성공한 중소기업이 자금이 부족할 경우 공사를 담보로 정부가 시장보다 싼 이자로 직접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또한 정부의 공사가 너무 규모가 커서 중소기업의 참여가 불가능할 경우, 공사를 여러 개로 나눠 많은 중소기업의 참여를 유도한다.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여러 중소기업을 감독하는 일이 대기업 한 곳을 감독하는 것보다 골치 아프겠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의지다.

어떤 공사는 그 비용이나 규모, 또 특수기술을 요하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기업에만 입찰을 허락할 때도 있다. 이 경우에도 정부는 대기업들에 적어도 30%는 중소기업들에 하청을 주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아울러 낙찰 뒤 하청업체 간 가격경쟁을 막기 위해 입찰 때 미리 하청업체들의 이름과 계약금액 등을 자세히 밝혀 나중에 중소기업들에 일방적으로 값을 조정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도 있다.

그 밖에 여성 기업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장애인·제대군인 출신 중소기업인을 위한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고 실제로 모두 작동하고 있다.

한국 정부나 국회도 대기업들의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중소기업 지원은 대기업이 아니라 정부나 제도의 문제라는 인식부터 할 필요가 있다.

<프런티어타임스 김창준 회장, 전 미연방 하원 3선의원 hyunnews@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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