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정권실세' 벗어 던졌다?
- 이젠 계파와 무관하게 자체 브랜드 개발할 듯
7.28 재보선 최대 격전지인 서울 은평을에서 당선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더 이상 '정권 실세'나 '2인자'가 아니다. '왕의 남자'는 더더욱 아니다.
그 동안 이 전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설정됐다. '정권실세'나 '2인자'도 그렇게 붙여진 별칭이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이런 별칭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맞았다.
이 번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이 이 전 위원장의 은평구 구산동 집을 찾았다. 이 초선의원은 이 전 위원장과 된장찌게 식사를 하면서 선거지원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이 전 위원장은 "니들이 오면 오히려 방해가된다. 은평에서 이재오를 몰라서 안 찍는 일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는 후문이다.
이 후 이 전 위원장은 정말 철저하게 '나홀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오로지, 지역일꾼론을 내세우며 현 정권과는 무관한 알몸 이재오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이러한 선거운동 방식은 야당이 제기한 정권심판론을 제대로 차단하는 효과를 냈다.
이 전 위원장의 이 같은 선거운동 방식을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계파나 보스, 혹은 정당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개인기로 벼랑끝까지 가서 '암벽타기'로 올라오는 것"이라고 2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묘사했다.
이렇게 당선된 이 전 위원장이 또 다시 '정권실세'나 '2인자'로 불리고 싶을 까닭이 없다. 그 보다는 '이재오' 자체 브랜드로 정치를 하고 싶을 것이다. 또, 특정 계파의 수장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전 위원장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게 집착하는 모습은 절대 삼가할 것이다.
이 전 위원장도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제는 나 때문에 갈등이나 다툼이 생기는 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면서 "다시 계파의 수장이 되고, 갈등의 중심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 전 위원장의 향후 행보는 어떠할까? 무엇보다, '이재오'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더욱 견고하게 다지면서 외연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이는 차기 대권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전 위원장이 차기 대권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데는 별 이의가 없다.
<프런티어타임스 윤종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