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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7-22 13: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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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소 무심코 쓰던 말들조차 금기어로 변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한 때 빈번히 사용했던, 지금도 간혹 무심코 사용하는 ‘결손가정’이라는 낱말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말의 속성을 세세히 따지지 않은 채, 그냥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 더는 이 말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 말이 지닌 속성과 그것에 부가된 이미지, 곧 인격적 파행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가 일상에서 늘 사용했던 ‘결손가정’이란 이 말은, 부부가 이혼 등의 이유로 부득이 홑 아버지나 홑 어머니가 홀로 자식들을 부양하며 사는, 소위 편부모 가정을 일컬었다. 하지만 그 동안 사용된 예에도 불구하고 이제 더는 이 말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자칫 이 말을 사용하다가 본의 아니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걸 것이 사회의 변화, 곧 이혼 가정이 크게 늘면서 실제로 이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이들의 수 또한 크게 늘고 있다. 이로써 이 말을 대체하는 ‘한 부모 가정’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아무튼 이 말처럼 사회가 변하면서 그 속에서 사용되는 말 또한 진화해 간다. 특히 사회의 진화와 함께 증진되는 것이 개인의 인격권 보장 및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확대다.

앞서 제시한 예 곧 ‘한 부모 가정’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이전 우리가 흔히 사용했던 결손가정이라는 말로부터 상처를 받는 이가, 설령 그런 환경에 처해 그 말로부터 심한 상처를 받더라도—그 동안은 별다른 대항의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개인의 인격권이 크게 고양되면서 결손가정이라는 말 때문에 근 상처를 받는 등 인격권에 침해를 받았다면, 당사자는 이를 이유로 상대에게 법적 처벌까지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 현재의 우리 사회다. 사실 엄중히 따지면, 같은 말이라고 할지라도 때와 장소, 듣는 이의 기분 상태 등에 따라서도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실 결손가정이라는 말 외에도 과거 우리가 관용 어구처럼 사용했던 “병신 꼴 값 떤다.”라는 말의 경우도, 설령 특정인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이 말을 사용할 경우, 그 속의 지체장애자들에게는 달리 들리는 등 그 말로부터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지체장애자들의 경우 이 사태를 결코 가만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강용석 의원의 여성 비하 혹은 성희롱, 기타 사실 왜곡 발언 역시 과거 같으면 자리가 자리였던 만큼 그냥 희석되고 말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례가 과거에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 현상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이로써 공인의 경우 자리를 떠나 말의 선택 및 사용에 깊이 유의해야 한다.

더불어 진화하는 사회와 함께 말의 속성과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감정도 크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깊이 유념해야 한다. 강용석 의원의 발언 파문은, 공인 특히 정치인의 경우에는 각별히 가려서 말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잘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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