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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7-15 00: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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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와 세종시 수정안 등 주요 정치 현안이 일단락 된 상황에서 한국은 이제 머잖아 또다시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맞게 된다.

그러니 현재 수세에 몰린 집권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지지율 확보를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고, 그 중 하나가 해외동포 참정권이 될 전망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 왔지만 다시 한번 몇 가지 우려사안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첫째 해외동포 참정권을 어디까지 확장할지 여부다. 대한민국 여권을 갖고 있는 해외 거주자 모두에게 참정권이 부여된다면 미국에 살면서 시민권을 기다리고 있는 영주권자도 포함된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2가지 의무가 바로 병역과 납세의 의무다.

하지만 미국 영주자들은 설령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해도 미국에 세금을 내지, 한국에 세금을 내고 있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데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주재원들이나 외교관 등 공무원, 유학생들로 제한되는 부재자 투표는 당연한 것이지만 해외 영주권자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반드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것이다.

- 둘째로, 미국을 방문하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교포들에게 적어도 3~4 개 비례대표 의석이 배정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이 비례대표를 뽑느냐 하는 것이다.

이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미국에 사는 교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교포들의 손으로 뽑아야 하겠지만, 실상은 여의도의 중앙당에서 공천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교포 후보자들은 각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부지런히 여의도를 오가며 당 지도부의 눈도장을 찍고 줄을 잘 서야 하는데 그럴만한 형편이 안 되는 교포들은 아예 공천은 생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면서 한국을 자주 왕래하는 교포들이라면 공천을 받는데는 유리하겠지만 교포들의 권익보다는 자기 사업을 위한 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각 정당이 교포들의 여론을 공천에 반영하려 할 경우 정확한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이나 회사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 셋째, 당선된 뒤에 의정활동 수행을 위해 필요한 비용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을 드나들려면 비즈니스석 항공료가 한 차례 왕복에 7천 달러이니, 1년에 4 차례만 다녀도 매년 항공료만 2만 8천 달러가 소요된다.

게다가 한국에 머무는 기간 중 거주비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비용을 미국에 사는 교포들에게 부담하라는 것은 말이 안되고, 한국의 납세자가 부담하는 건 더더욱 말이 안된다.

결국 의원에 당선된 각자가 부담해야 할텐데 국회의원 급여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니, 경제적으로 부유한 극소수의 교포만이 후보로 나설 것이 우려된다.

마지막 문제는 교포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겠다는 이들이 막상 대한민국 국회에 들어가서는 별로 할 일이 없을 것이란 점이다.

미국 교포들에게는 미국의 법이 더 중요하지 한국 내 현안은 생활과 무관한 게 대부분이다. 가령 요즘 뜨거운 정치현안인 4대강, 야간 집회, 영일 포항 인맥 문제 등은 교포들 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미국 내 이민법 개정 문제는 불법이민자들의 값싼 인건비에 의존하는 한인타운의 소규모 상인들에게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런 마당에 교포를 대변해야 할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과연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교포들의 환심을 사려는 각 정당의 날라리 정치인들이 지역감정까지 부추기면서 휘젓고 다니면 교포사회는 점점 분열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이 곳 워싱턴의 교포언론에는 한국 특정 정당의 조직으로 알려진 한 단체가 지부를 조직하면서 참여자들에게 회비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벌써부터 참정권 부여에 따른 부작용이 표면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막상 선거일이 임박하면 이런 단체들은 우후죽순으로 떠오르면서 너도 나도 미국 교포들을 부추기며 물의를 빚을 테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해외동포 참정권이 과연 해외동포를 돕는 일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프런티어타임스 김창준회장 hyunnews@frontiertimes.co.kr>


[덧붙이는 글]
프런티어타임스 회장인 김창준 칼럼니스트는 전 미연방 하원 3선의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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