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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7-15 00: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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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광 스님의 외출-

인생

긴 여인의 머릿결에서나
잡힐 듯한 바람으로
세상에 와서
용오름 같은 광풍으로
사물놀이 패거리 북 뚜드리듯
인간의 마음을 때리다
다시 볼 수 없는, 외출을 했다.
사람도 나무도,
들도 산도 없어
바람을 느낄 수 없는
너무나 외로운 곳으로 외출을 했다.
광풍에 걸레로 메 달려
세상을 닦어마던
그 열정 마 져 내 팽겨 치고
다시는 걸레가 될 수 없는
오히려 서러운 길을 가고 말았다.
바람이 없는 곳,
구속만이 있는 질곡의 구렁텅이에
한 점 되어 걸려,
오히려 고통의 세월을 맞아 버린
똥 치우는 걸레여서 아름다웠던 사람.

어찌 할꼬 어찌 할꼬.
바람 그리워 어찌 할꼬.
사람 그리워 어찌 할꼬.
꽃과 새 그리워 어찌할꼬.

그리움 다 못 삭혀 굳은 몸으로
세상의 똥 걸레 되어
오히려 아름다웠던 사람.
아우성치며 내 닫는 발걸음에 놓인 부처.
오히려 질곡의 부처님이 위안이었던가?
바람마저 끊고 외출을 했다.
온화한 미소와
다감한 가슴에 반한 동자되어
외로움 달래려 바람 없고 구름 없는
오히려 구속인 부처님 품으로 외출을 했다.

서러운 안타까움이
오히려 큰 기쁨으로
다가앉지 못하는 바람의 외출.
한 순간도 바람이 머물지 못할
질곡의 늪에
빠져버린 안타까운 사람.
바람으로 머물던 이승에는
꽃도 피고 새도 울고 새싹도 피건만,
아름다운 세상 때 끼었다 똥 걸레 되었던
어리석음을 이제는 알 거나.
그 어리석음을 이제는 알거나.

작품1

대 걸레 살에 먹물 묻혀 자빠진다.
벌거벗은 몸뚱아리 화선지 되어
세상 때 묻힌단다.
늘어진 뱃살,
감추어진 아랫도리.
무당 춤추듯 미끄러졌다 자빠졌다
광풍을 일으킨다.
빙 둘러선 사람들, 부러운 듯 진지하다.
키 큰이 작은이,
좃 달린 이 보지 달린 이
할 것 없이 그 져 산이다.
그 져 부쳐다.

횡 하니 바람으로 사라진다.
하늘이 내려앉은 듯 둥그런 구멍이 났다.
눈 그리고 코 그려 가슴 없는 사람을 만든다.
삼십 만원이다.

작품2

산허리 토담 방
메 달려 붉은 점 찍어매
서 쪽 처마 밑 참새가 놀란 모양이다.
붉은 주둥이 내 밀며
동 쪽 하늘로 학 인양 난다.
안타까운 듯 고개를 쭉 내밀다
이내 고개를 떨 군다.
옛 다 네 가져라.
공짜다.

작품3

알아보지 못할 형상이다.
도자기 구워 메 단 바람구멍 새로
바람이 샌다. 인생이 샌다.
콸콸콸 잘도 쏟는다.
꿀꺽꿀꺽 잘도 삼킨다.
쿡쿡 잘도 찌른다.
계집이 아우성이다.
속이 죽 는다 야단이다.
거죽조차 말라 비틀어졌다.
갈 곳이 없다.
옛 다 이십 만원이다.

바람

숨이 막힌다.
빛도 사라졌다.
바람 마저 끊겨 외롭다.

우는 이 웃는 이 할 것 없다.
한 때는 광풍이었건만
이제는 소리 없는 바람이다.
염치없이 세상에 또 하나 재 되어 사라진다.
봄 무덤 위에 자라는 새싹이
오히려 부끄러우리.

바람조차 머물지 못하는
고독 속으로 영원히 빠져 버렸어라.
이 안타까움을 어이 할꼬.
사랑과 그리움을 잃었으니
이를 어이할꼬.
이를 어이 할꼬.

2002년 3월
중광스님의 세탈을 위로하며
정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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