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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7-03 13: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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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공행상(論功行賞)

‘공(功)을 따져 상 주는 일’처럼 개인으로 하여금 업무 추진의 성과를 자극하는 것은 또 없다. 인간의 정치행위는 반드시 논공행상을 따지게 되어 있다.

6.2 전국 동시 지방 선거를 통해 영남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지방 정부 및 지방의회의 권한이 야당에게로 넘어갔다. 서울 및 경기도의 경우에도 의회권력이 야당에게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이 처럼 지방 정부 및 지방 의회 권력쟁탈전에서 승리한 야당은 의당히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저들의 그 같은 행위를 놓고 비방하거나 나무랄 이유가 여당에게는 없다. 선거 전에서 이긴 자들이 전리품인 권력을 나눠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애초 그런 보상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비용도 문제지만 누가 애써 피눈물 나는 선거 전에 나서겠는가?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정부는 사실 상 논공행상을 등한 시 했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권력나누기의 최일 선에 섰던 당시 대통령 실 기획조정실장 박영준(현 총리실 차장), 그런 그를 소통령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아 그의 행보는 커다란 장벽에 부딪히고 만다.

소위 권력나누기를 놓고 공신 간에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정두언 의원의 폭탄발언이 그것이다. 이 발언의 파장으로 박영준은 청와대 기획조정실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소통령 박영준이 총리실 차장 직에 다시 임영되기까지 몇 개월 동안 그는 수염을 기른 체 거리를 배회했다.

물론 그의 배회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자신의 세력을 다시 세우는 일이었다. 그 일환으로 그는 어느 날 포항시에서 2007년 대선 조직인 선진연대 대표자 모임을 갖는다. 이 모임에서 그는 “3만 여명에 대해 인사를 단행해야 하지만, 그 때까지 겨우 3천 여 명을 인사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난 4.23총선에서 공천파동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그나마 상당한 정도의 선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지난 대선에 참여해 공을 세운이들 중 다수가 그 때까지만 해도 이 정부의 논공행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지난 대선에서 전공을 세운 자신에게도 전리품으로서 권력 중 일부가 곧 나눠질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집권 2년여가 지난 지금 그것이 허사라는 것을 이제는 모두 알아차렸다. 계속되는 회전문 인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 지근인사들끼리 2007년 대선의 모든 전리품으로서의 정치권력을 저들끼리 모두 나눠 갖고 만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배가 터지는 줄 뻔히 알면서도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다면서 자꾸 더 처 쑤셔 넣기 바빴다.

이처럼 2007년 대선 승리에 따른 모든 전리품이 정부 내 몇몇 욕심쟁이들에게 침삭당해 더는 나눌 수 없게 되었다. 자연히 2007년 대선에서 공을 세운 이들 대부분이 더는 기다려 보았자 소용없다는 생각과 함께 반 MB 세력으로 돌아섰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후 모든 선거에서 집권당인 여당의 승리는 아예 기대할 수 없다.

6.2 지방 선거결과가 이 점을 말한다. 여담이지만 6.2 선거결과가 나온 직후 정운찬 총리는 자신의 거취문제와 함께 정부 내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 내용을 건의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를 신청한 모양이다. 그 내용 중에 소위 영포회라 불리는 포항라인과 함께 총리실 차장 박영준의 퇴출 필요성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 주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다.

이 내용을 미리 안 박영준 총리실 차장은 청와대 대통령실 실세로 통하는 이동관 홍보수석, 박형준 정무수석 등과 결탁해 정 총리와 이 대통령의 독대를 선제적으로 막았던 것이다. 이 내용을 아는 이는 다 안다.

나는 다른 글에서 지금까지도 청와대 대통령실 및 정부 내 주요 인사를 이상득 의원과 그 졸개들이 좌지우지한다고 쓴 바 있다. 여기에 소위 영포회까지 가세함으로서 명실상부한 권력체제를 갖춘다. 이를 기반으로 그들은 급기야 민간인 사찰에 까지 나섰다는 보도는 우리를 절망으로 이끈다.

한편 이처럼 정말로 이들이 지금까지도 청와대 대통령 실 및 정부 내 주요 인사에 직/ 간접 간여하고 있다면, 6.2 선거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반영한다며 이후 단행될 청와대 대통령 실 및 정부 내 인적쇄신 또한 국민적 반향을 기대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오는 7.28 재 보궐 선거에서도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7 대선의 논공행상에 이로써 완전히 실패했다. 이제 지난 대선 공신 자들 중 상당수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세력 중 대부분이 기존의 지지에서 이탈한 것이다. 이로써 이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만이 남았다.

이 땅의 진보세력은 선거 후 전리품을 나눌 줄 아는 데에 비해 이 땅의 보수 진영은 그것을 독식하는 데에 집중한다. 보수 세력이 10년 만에 되찾은 정권을 불과 5년 임기의 반환점을 채 돌지도 않은 시점에 지방 정부 및 지방 의회 권력 대부분을 저들에게 내어 주다시피 한 것은 바로 보수 세력의 아둔한 정책과 함께 전리품을 옳게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다.

6.2 지방 선거에서 승리한 저들이 전개하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예를 보고 그것을 옳게 배워야 할 자가 바로 이 땅의 정치세력으로서 보수진영인 셈이다.

지난 7월 1일 취임한 지방정부 중 서울시, 특히 서울시장인 오세훈 시장이 비록 재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후 위정자로서 각종 큰 선거에서 다시 승리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확대하자면 바로 지난 선거에서의 논공행상을 옳게 따지는 일이다.

오세훈 시장이 자신이 정직하다는 것을 이유로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나서지 않으면, 오세훈 시장의 정치생명 또한 이로써 종언을 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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