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부결, 박근혜가 이겼다(?)
- MB직계 정두언, 이회창發 보수대연합에 적극 동조
"원안에 이미 자족기능이 다 들어있다. 중요한 건 그것을 구체화하는 이 정부의 실천의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 반대 토론자로 나와서 한 말이다.
박 전 대표는 또 "미래로 가려면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정권이 바뀔때마다 전 정권의 정책들은 쉽게 뒤집힐 것이고 반대하는 국민들은 정권교체만을 기다리며 반대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세종시 수정법안이 결국 부결됐다. (제291회 국회 제8차 본회의에서 재석 275, 찬성 105, 반대 164, 기권 6, 불참 16)
파나마를 공식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새벽(현지시간) 부결 처리 직후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승자인가
정가에선 벌써부터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따른 친이, 친박계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셈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골자는 차기 대선과 연관지어 볼 때 부결로 인해 친이, 친박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 아니냐는 얘기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10개월 여를 공들여 쌓아온 국정과제인 세종시 수정안이 범친박계의 반대로 부결처리 된 것은 양계파 간의 갈등 국면을 더욱 불거지게 만들었다는 것.
친이계 재선 의원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지난 7일 주장한 보수대연합론에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 동조하는 양상으로 번지는 것을 보면 7. 14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하나의 '판'이 보일 것이라고만 귀뜸했다.
이는 보수대연합이라는 명분속에 정치지형도의 변화가 숨어 있음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여권주류가 세종시 수정안 처리 불발로 인해 국정운영의 추동력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가만히 있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결된 이날 공교롭게도 정두언 의원은 비전 발표회에서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간의 결속을 통한 보수대연합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 정치 평론가는 "수정안 부결로 인해 친박계가 일단 승리한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정권을 잡고 있는 측은 친이계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며 "더욱이 차기 대선만을 두고 본다면 과연 정치적으로 이겼다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어쨌든 국회 기자실 내에는 여당 내부의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얘기가 횡횡한 가운데 야당에선 5천만 국민의 승리라는 부결을 자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런티어타임스 이민기 기자 mkpeace21@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