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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6-15 13: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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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끝나고도 2주 가까이 지나가고 있다.

여당 참패에 책임을 지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홀연히 자리를 떠나고 선거직인 김무성 원내대표만 남아 수습을 위해 비대위를 구성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종시총리로 비난받았던 정운찬 국무총리는 항상 수세적이었던 국회 답변태도가 다소 공세적으로 바뀐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세종시 좌절은 그가 품어온 정치역정의 중단 내지 포기를 의미할 수 있기에 고민이 깊을 것이다.

여당이 참패했으니 그것을 국민의 뜻으로 알고 세종시와 4대강 모두 포기하라는 야당의 공세가 대단히 거세다.
그동안 6.2 지방선거를 세종시 선거, 4대강 선거로 밀어붙였으니 충분히 그럴만 하다.

반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세종시와 4대강은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에 절대로 후퇴할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뜻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내에서도 분열이 일고, 정운찬 총리의 거사설과 맞물려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선거패배 후 입을 열었다. 한 마디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지만, 세종시 수정법안은 국회에 있으니 처리에 따르겠고, 4대강 정비사업은 미래와 후세를 위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왜 몰라주는가" 였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니 평가를 요하지 않는다.

세종시 수정법안 즉, '세종시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표결만 하면 되니 그것도 별로 말이 필요 없는 일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공방 후 결론 내고 또 법사위에서 한판 더 벌리면 되고, 그것도 안되면 우리의 유래없는 '직권상정'을 거쳐 욕지거리 절차를 또 한번 거치면 될 일이다. 직권상정은 처음 할 때 낯뜨거운 일이지 이미 이제는 미안한 일도 아니다. 신문의 한 면만 장식하면 되고, 어느 정도 대세가 정리된 듯하니 국민들로부터 한 두 번 욕만 더 들으면 끝날 일 아닌가.

4대강 정비사업은 어찌 할 것인가.

이제 출구전력을 찾도록 하자.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 물고 띁고 할키며 보낼 것인가.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서로가 7월 보궐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위하여 정략적 계산만 하고 있으니, 그들에게서 더 이상 해답을 얻을 수가 없다.

4대강 반대론자인 나 역시 이제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적어도 이제는, 아무런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 나의 목소리도 한번 들어주면 안될까?

이 대통령이 끝까지 4대강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략이 아닌, 신념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확고한 의지로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단체와 진보적 지식인들의 반발은 별론으로 하고, 극심한 국민들의 반대와 종교인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에 저토록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면, 우리 민족혼을 팔아 3.1 독립운동을 하고 4.19 혁명을 할 정도가 아닐진대 극단적인 국론분열로 치닺는 것을 즐길 일만은 아니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제발, 정말 제발....
더 이상 지금 이 난국과 갈등을 즐길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보도록 빌고 싶다.

냉정히 생각한다면, 4대강 반대론자들의 극심한 반대속에서도 이미 낙동강 등 4대강의 강바닥은 곳곳에 파해쳐져 있다. 그러니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제 이 상태에서 이 대통령에게 "4대강 정비사업" 내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요구해서 그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이 대통령이 절대로 맨정신으로는 포기선언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종시도, 4대강사업도 안하겠다고 그렇게 국민들과 약속해 놓고도 하루 아침에 그걸 뒤집었으니 이제는 그를 믿을 수도 없고, 또 미워서라도 더 이상 아무 것도 못받아들이겠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극단적인 반대론자만이 주장할 일이고, 일반 국민들은 이제 다른 생각에 이르러 있다고 판단된다. 공개적으로 경부운하,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해온 나 조차 새로운 해결책을 찾자고 말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이제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 여당도 야당도, 반대론자도 찬성론자도, 찬반이 분명한 새 단체장들도,... 모든 국민들이 함께 win-win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질적으로 언제든 운하(Kanal)로 전환 가능토록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4대강사업에 대하여 반대해왔던 나이지만, 솔직히 우리의 4대강은 정비의 대상이 아니었던가? 운하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심어준다면 오히려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업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이 시점에 이 대통령이 할 일은 딱 하나뿐이다(며칠 전에도 밝힌 바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들로부터 신뢰(信賴)도 얻고 4대강사업 추진목적도 적절히 달성"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 방법이 무엇일까? 그 답은, 4대강 정비사업의 핵심공정이라 할 수 있는 강바닥 준설 깊이를 1~2미터로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선언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그것은, 수심 6미터를 확실히 포기함으로써 언제든 운하로 변질시키는 꼼수를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고, 강바닥이 드러나 농절기에 인근 농민들의 가슴을 애태우게 하던 물걱정을 없게 하는 선언이며, 수변정비와 홍수예방, 치수에 몰두하라는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수용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이렇게 선언하고 이것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의 신뢰도 따라올 것이고 국정 후반기의 우리 정치 안정에도 기여한다고 확신한다.


이 시점에 다시 과거로 원상회복 시켜라고 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새로운 출발점을 설정해야 한다. 이미 형성된 다양한 법관계, 생활관계도 깨뜨려져서는 안된다...

물론 이러한 국민과 국론을 찬반으로 나누어 어쩔 수 없이 추진하게 하자는 고도의 전략이 있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제 이 정도에서 그치고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동의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주면 안될까?


[덧붙이는 글]
6.2 지방선거 결과를 세종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역대 정권에서도 항상 임기중 지방선거는 야당이 승리했다며 달리 생각하고 있다. 그 반발로 대통령까지 대국민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시점에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설득이 아니라, 국민에 대하여 신뢰(信賴)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을 믿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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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 뮌스터(Muenster)대학교 법과대학(법학박사), (현)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현)한국지방자치법학회/한국토지공법학회/한국비교공법학회 부회장, (전)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보, 동아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사법시험(2005, 2007) 및 행정고시(2003, 2001) 2차시험위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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