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호남 화합카드… 김덕룡 당권 說
- 민심이반 다독일 인사 필요… 영남 MB+호남 DR
한나라당은 6·2 지방선거 참패로 지도부가 총사퇴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차기 전당대회(현 당헌·당규 7월3일까지 전대개최)까지 당 위기 상황을 수습하고 지도부 공백을 맡는 역할을 한다.
선거 참패로 당 전면 쇄신의 목소리가 드높지만 일단 중진 의원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해 전대까지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리겠다는 것.
하지만 비대위 활동이 시작하기도 전인 지난 6일 친이 직계 정태근 의원을 비롯한 23명의 의원들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초선 의원 23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풍 수준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촉구하면서 세대 교체를 통한 새로운 지도부 구성과 비대위에 초·재선 의원 참여, 전대 연기 그리고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쇄신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 핵심 중앙위원은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소재를 가지자는 명분속에 차기 당권을 향한 제 세력간의 힘 겨루기가 녹아들어 있다"면서 "공세를 취하는 세력과 수세에 몰린 세력 모두 차기 당권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차기 전대는 향후 2년 임기의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급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2012년 18대 대선 전까지 이번에 선출하는 지도부가 당의 중심을 잡는다는 얘기다.
이는 곧 차기 당권이 앞으로 치뤄지는 18대 대선과 상당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에 주류 친이계와 비주류인 친박계 여기에 중도파까지 모두 차기 당권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이다.
이에 따라 각 계파는 전대시기를 놓고 이해득실을 계산하며 유리한 포지션을 잡기 위해 제 각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먼저 전대시기를 8월로 연기 하자는 친이계는 지방선거의 참패로 인해 당이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당권이라는 인화성 강한 화두를 던지는 것은 당 내분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7·28 재·보선 이후 전대개최의 당위성을 설명해 나가고 있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는 당헌·당규상에 명시된 시기인 7월3일 전까지 전대를 개최해 쇄신책을 발표하고 외부에서 신진인사를 대거 영입해 당을 일신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밝히고 있다.
친박계의 이같은 주장에는 측근인 진수희 의원을 통해 전대 불출마를 시시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컴백을 견제하는 심리가 깔려있다. 친박계에서는 이 위원장이 일단 불출마를 시사했지만 가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
어쨌든 전대의 개회시기와 관련없이 당권 경쟁이 서서히 불붙고는 있지만 당내 인물난이 심각한 상황.
친이계에서는 정몽준 전 대표, 안상수·홍준표 전 원내대표 등이 차기 대표로 거론 됐지만 우선 정 전 대표는 지방선거 참패의 멍에를 안고 있고 안 전 원내대표는 좌파교육 발언 논란을 비롯해 조계종 총무원의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압력설 등 잇따른 설화로 상처를 입은 상태다.
홍 전 원내대표의 경우, 강성인사로 분류돼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대야 관계를 풀기에는 적임자가 아니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친박계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을 경우 홍사덕, 허태열 의원 등이 도전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권주류와 갈등관계에 있는 친박 인사가 당권을 잡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 다는 평이다.
이런 인물난 속에 여의도 정가를 중심으로 민화협 김덕룡 대표 상임의장과 5월 말 국회의장에서 물러난 김형오 의원이 당권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심상치 않게 퍼져 나오고 있다.
김덕룡 의장은 호남출신으로 YS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서울 서초에서 5선을 역임한 중진 정치인으로 문민정부 시절 대선주자로까지 불리던 인물.
당내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참패로 드러난 민심이반 현상을 다독이는 차원에서 호남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꼽히는 김덕룡 의장이 대표를 맡아 영남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을 뒷받침해 집권후반기 안정을 꾀하는 국정운영의 묘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기에 또 한명의 잠재적 당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김형오 의원은 국회의장 재임기간중 4대강 사업, 미디어법, 금산법, 노동법 등 핵심 법률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야를 조율하며 결과를 도출해 그 어느 국회 때 보다도 첨예하게 맞섰던 18대 국회 전반기를 무난하게 이끌어 당 대표 하마평에 오르 내리고 있다.
계파간 전대시기 논란이 치열한 가운데 차기 당권을 쥐고 난국을 타개할 인사가 누가 될지 정가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프런티어타임스 이민기 기자mkpeace21@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