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한나라당은 구제불능인가?
- [기자의눈]이번엔 단합-분당 결단내야
한나라당이 6.2지방선거에서 패배하자 자학(自虐)하고 있다. 특히,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등 현 정부의 핵심정책에서 후퇴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 두가지를 선거 패배 원인으로 몰아붙이는 목소리가 큰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애국세력의 뜻과 엇갈린다. 우선, 세종시 수정이 크게 잘못된 죄악인지를 묻는다. 멀쩡한 행정부처를 반으로 쪼개는, 또, 실제로는 충청권 발전에 별 도움을 못주는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는게 심판의 대상이냐는 것이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도이전 공약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판결되자 그 아류로 탄생한 것이 세종시 원안이었다. 2005년 당시 이 원안이 통과됐을 때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은 금배지를 던지며 항의했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말만이 아닌 정말로 의원직을 사퇴할 만큼 세종시 원안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종시 수정 문제가 이슈화 됐을 때 전체 여론은 수정에 대한 찬성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수정은 좀처럼 진행되지 못했다. 국가 대계와 관련된 세종시 문제를 놓고 친이-친박의 생각이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별 문제가 없다는 듯 한 지붕 아래에서 동거해왔다.
지난 총선에서 앞도적인 지지를 받은 한나라당의 행태가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보수.애국 세력들이 그토록 힘을 실어줘도 도대체 하는 것 없이 실망만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4대강사업도 그렇다. 4대강 사업은 국가미래를 위해 필요함에도 가속도가 붙기는 커녕 맨날 발목만 잡히고 있다. 그러더니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자 4대강 사업에 대한 '속도조절론'까지 한나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같은 토목공사는 한꺼번에 진행돼야 예산절감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지더니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속도를 늦추자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눈치만 보다가는 4대강 사업은 좌초될 게 뻔하다. 여당이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야권의 집요한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가 끝나자 마자 책임론을 놓고 친이-친박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또 젊은 초.재선 의원들은 그다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이 하는 말의 주요 내용은 쇄신하자는 것이다. 쇄신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소리로 별 가치가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단합이 안되는 것이다.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지지세력이 피.땀 흘려 안겨 준 권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파 간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싸움만 하는 모습만 비친 것이다. 이러니 만만하게 보여 야권으로부터 무시당하고 결국에는 국민으로부터도 외면당하는 것이다. 심지어 현정권이 독재를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인권을 탄압한다고까지 지적한다.
한나라당은 이번 기회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단합할 것인지 아니면 분당할 것이지를 말이다.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 어중간한 모습으로 간다면 희망이 없다. 똑부러지지 않고 이번에도 흐리멍텅하게 간다면, 보수.애국 세력은 등을 돌릴 것이다. 대신 바깥에서 새로운 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새로운 당에 한나라당이 흡수될 것이다.
<프런티어타임스 윤종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