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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6-05 23: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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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부는 벼락맞은 분위기 속에서 침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럴만 했을 것이다. 20퍼센터 이상 앞서 나가던 여론조사를 보며 표정관리에 급급하던 오세훈이 한명숙에게 줄곧 뒤지면서 지옥을 몇 번이나 다녀왔을 것이니 말이다. 뿐만 아니다. 대통령표 후보자인 이달곤은 일찌감치 김두관에게 선두 자리를 내놓았으니..., 청와대로서는 완패, 참패라는 표현 외에 달리 어떠한 용어도 적합한 것이 없다.

그것만이 아니다. 부산에서도 민주당 김정길이 역대로 부산선거판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44.6퍼센터의 신기록을 세웠다. 서울 기초단체장들은 서너개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민주당과 무소속 판이다. 강원도를 이광재에게, 충남을 안희정에게 바치고, 김문수는 경기도까지 4.4퍼센터 차로 뒤쫓아온 47.8퍼센트 유시민에게 자리를 내줄뻔 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국민들은 숨 죽이며 이번 선거를 기다려온 듯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과감히 밝히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던 그들의 의사를 모두 투표로써 답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민주주의 실종이란 말이 들리더니, 결국 입을 닫고 있던 국민과 주민들이 소위 뭔가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 선거는 이미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적 의미를 갖는다.

민심은 천심이란 것,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 선거결과에 섬찍할 정도로 오한이 돋는다.

선거 결과를 놓고 국민들은 민심을 이렇게 몰랐냐고 대통령과 정부에게 묻고 있다. 그 오만함에 격분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줄줄이 나온다. 그러한 보도에, 많은 이들이 그렇다면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친박과 친이의 갈등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이제 정신을 추스려야 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균형감을 찾아야 한다. 위정자들은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도록 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이 정도만으로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뜻을 바로 정확히 알아차려 주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4대강 사업도 이제 더 이상 "하자 말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전국 곳곳을 파헤쳐 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30퍼센트 가까이 공사가 진척된 상황에서 지금 그냥 삽을 놓는다면, 그것은 국민을 향해 4대강 반대하더니 올 여름 홍수에 한번 오지게 당해 봐라는 것으로 비쳐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든 것은 애초부터 그들이 의도했던 것 아니었던가.

바로 이러한 시점에 우리 모두가 지켜보아야 하는 것은, 이렇게 판을 휘저어 놓은 상황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마무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마음 같아선 원점으로 되돌리라고 목청을 높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없는 것 아닌가.

해결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국민들이 믿도록" 진행하면 된다. 말 그대로 우리의 4대강을 생태환경을 침해하지 않는 정도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현재 상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여기에 다만 한 가지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수심을 1~2미터만 유지하는 정도에서 "진정으로" 4대강 살리기에 집중하는 것, 그 하나 뿐이다.

민심 이반을 확인한 이 상황에 이런 정도의 것조차 하지 못하겠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오래 전부터 국민투표 수준의 해법이 바람직하다는 나의 입장도 이제 입증되는 듯하다. 이번 선거가 적어도 4대강사업과 세종시에 대한 중간평가적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부정할 이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분노하면서도 6.2까지 참아왔던 것은, 이러한 의사를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방법이 이것 뿐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잘못된 민의를 전달해 왔던,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았던 참모진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믿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여전히 수심 6미터 이상을 유지해야 함을 전제로 한, 정부 등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론자들의 말을 믿지 못했던 것도, 운하를 포기했다고 하면서도 운하 때 보다도 더 많은 사업비를 책정하고 있는 것도, 모두 국민들은 믿지 않았던 것임을 겸허히 알아 새겨야 한다.

수심 6미터를 전제로 한 4대강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한다면, 청와대와 정부의 선거 참패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수심을 1~2미터로만 하겠다고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국민들은 그들을 믿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다른 어떠한 짓을 하더라도 1~2미터 깊이의 수심 그 자체로는 더 이상 운하로 변질시킬 수 없음을 알기에, 국민들은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사업 예산도 반 이하로 과감히 줄이고 4대강 주변도 아름답게 가꿔진다면, 지금의 갈등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종교인들과의 목숨 건 갈등, 국민들의 반발, 전문가들의 극심한 반대... 이것이 바로 이런 모든 것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4대강 정비사업도 그대로 진행하고, 운하 강행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해소할 수 있는 일", 그것은 바로 이 시점에 정부와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다. 꿩 먹고 알 먹는 이런 해법이 어디 있을까?

"대통령도 살고, 사업도 진행하는" 바로 이 해법 외에는 현재의 난국을 해소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고 본다. 그것은 결국 어려운 시기에 험로 앞에서 우리 국민을 살리는 길이다.

부디 더 이상 국민을 피로하게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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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 뮌스터(Muenster)대학교 법과대학(법학박사), (현)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현)한국지방자치법학회/한국토지공법학회/한국비교공법학회 부회장, (전)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보, 동아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사법시험(2005, 2007) 및 행정고시(2003, 2001) 2차시험위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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