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패배는 '공천이 사천'된 까닭
- 정몽준-정병국 사퇴… 최고위원단 동반 사퇴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었던 6·2 지방선거 결과가 집권 여당 한나라당의 패배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개표 막판까지 수도권에서 '사투'를 벌이는 등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 광역단체장 6곳(서울·경기·부산·대구·경북·울산)을 건졌다.
반면 민주당은 인천을 비롯해 강원·광주·전남·전북·충남· 충북 등 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여기에 서울지역 25개 자치구에서 21명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패배로 끝난 3일 오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마지막 선대위회의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저는 이번 선거에 책임을 맡았던 선대위원장으로서 커다란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자리를 빌려서 사퇴의 뜻을 밝히고자 한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중앙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정병국 사무총장도 "선거실무를 총괄했던 중앙 선대본부장으로서, 또 사무총장으로서 당원동지들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것에 대한 무한책임을 느낀다"며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 직을 사임하겠다"고 했다.
다른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와 함께 동반 사퇴하기로 해 다음주 초에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가장 큰 패배 원인은 무엇일까? 답은 한나라당 공천이 '사천'으로 흐른 까닭에 있다.
지난 4월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자를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탈락 후보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선언이 잇따르는 등 전국적으로 거센 파장에 휩싸였다.
16개 시·도당의 맏형 격인 한나라당 서울시당은 중앙당과 심한 공천갈등을 보였다.
지난 4월19일 중앙당은 "서울 지역 3개구(강남·동작·송파)의 구청장 후보로 여성을 전략 공천하겠다"고 발표했다.
권영세 서울시당 위원장은 이같은 일방적 통보에 대해 "진정한 정치개혁이라면 중앙당 공심위의 권한을 시·도당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말한 뒤 "이번 중앙당 여성 전략공천은 이런 부분을 훼손시켰다"면서 "이번 결정이 선거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면 중앙당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몽준 대표의 지역구인 동작구에서 구청장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재순 후보는 39.10%의 득표에 그쳐, 54.27%를 득표한 민주당 문충실 후보에게 완패했다.
이 후보는 여성 장군2호 출신으로 정 대표가 직접 발굴해 전략공천장을 줬다. 이 후보가 인지도에서 밀리는 상황을 감안해 정 대표가 수차례에 걸쳐 지원유세를 하기도 했지만 꽤 많은 표 차이로 패배해 과연 여성전략공천이 제대로 심사 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구의 경우, 공천에서 탈락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들이 공천결과에 불복 기자회견(4월22일)을 자청했다.
이들은 "이번 공천은 사전내락 등 불공정하게 진행돼 당원 동지들을 실망시켰고, 공천 신청자의 의견에 반하는 공천변경 강요가 있었다"면서 "이번 공천은 전형적인 반민주적 심사에 의한 공천"이라고 한나라당 대구시당 공심위를 강력 성토했다.
심지어 같은날 경북도당은 '폭력사태'까지 벌어져 막장 공천의 끝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시의원 공천에서 낙천한 이 모 씨와 지지자 30여 명이 공천결과에 강력 반발, 경북도당을 찾아가 여론조사 번복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이들은 출동한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공천심사 회의장에 들어가 4명의 지역구 의원과 공심위원들에게 공천의 부당성을 조목 조목 따졌고 이 내용이 알리지면서 인구에 회자됐다.
결국 불공정 공천에 불복한 탈락자들이 전국적으로 집단적 반발 움직을 보이며 대거 탈당해 무소속 출마 또는 타 정당으로 옮겨가 '적전분열'의 양상을 뛴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치뤘다. 즉 한나라당의 '힘'이 분산된 채로 선거를 치뤘다는 얘기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이제 패배의 원인을 찾아 엄중하게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만 남았다. 앞으로 한나라당이 패배의 원인을 '누구'한테 찾을지 두고 볼일이다.
<프런티어타임스 이민기 기자 mkpeace21@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