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한나라당은 왜 참패했나?
- 지지세력 분열-지도부 무능… 공천실패로 보수 후보군 난립도 패인
밤을 새워 TV앞에서 개표결과는 지켜보던 親한나라당 유권자들은 惡夢을 꾸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선거여론조사결과로는 수도권 3인방(경기도지사, 서울시장, 인천시장)이 무난히 이기는 것으로 나왔고, 특히 상징적 의미가 큰 서울시장선거에서는 무려 20% 정도의 차이로 오세훈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왔기에 한밤중에 한명숙후보가 앞서나가는 개표결과는 경악 그 자체였을 것이다.
盧무현의 남자, 左희정 右광재의 再起를 보는 건 죽은 노무현의 부활을 보는 것 같았다.
탄핵에서 부활했다 부엉이 바위에 몸을 던져 땅속으로 들어갔던 노무현이 일년만에 다시 웃으며 걸어오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다.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을 간신히 지켰지만 기초단체장에선 거의 전멸했다. 말도 많았던 교육감선거에선 전교조를 옹호하는 인사들이 교육계를 장악하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호의적인 여론이 50%를 넘는다는 여론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쩌다 이런 악몽같은 결과를 보게되었을까?
결과를 놓고 관전평을 늘어놓는 건 아무나 한다. 그래서 나같은 정치권에 문외한인 사람도 용기를 내어 어설픈 관전평을 내놓아본다
첫째, 한나라당 지지세력의 분열이 제일 큰 패인이다.
2007년 대선이후 아직도 봉합되지 않은 이명박-박근혜의 갈등이 이번 선거에서 그대로 노정(露呈)되었다고 본다.
경선패배를 깨끗이 인정한 박근혜에게 등뒤로 비수를 꽂은 공천학살과 끊임없는 박근혜 죽이기는 한나라당내의 박근혜系로 하여금 보복심리를 유발하여 反한나라 투표를 하게 한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이는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MB정권의 실세들이 책임져야할 문제고 MB정권의 남은 임기동안에도 이명박 대통령을 괴롭힐 족쇄로 작용할 自業自得이요 自繩自縛(자승자박)이다.
둘째, 한나라당 지도부의 무능과 독선이 이번 패배를 자초했다.
특히 기초단체장 후보공천에서 투명하지 못하고 납득할 수 없는 공천으로 곳곳에서 반발을 야기해 많은 공천탈락자들로 하여금 대거 무소속 출마를 결행하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 표가 분산되어 민주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결과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서울의 구청장선거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한판의 바둑이 끝나면 復棋를 하는 이유는 어디서 어떻게 잘못해서 勝敗가 갈렸는지 알기 위해서이듯 한나라당도 이번 선거과정을 반드시 점검해서 패인에 따른 책임소재를 가려야할 것이다.
셋째. 한나라당의 후보를 난립하게 만들었다.
기초의회의원의 경우 한나라당은 3명의 후보를 내보낸 곳이 많았다. 한나라당 후보끼리의 선거도 아닐진데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세명의 후보를 내보낸단 말인가? 이 또한 표분산으로 야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꼴이 되었다.
선거를 앞둔 지도부의 안일한 낙관과 전술, 전략도 없이 전투에 나서는 무능한 장수처럼 이번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내의 親朴의 보복심리에 보태어 공천에 불만을 품은 親李세력들의 이탈까지 가세해 이번 '초여름밤의 유령'을 초대한 셈이고 이로서 이명박 대통령이 집착하는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도 더욱 힘든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죽은 자식 XX 만지는 꼴이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그래도 꼼꼼이 復棋하는 자세로 이번 패인을 냉철히 분석한 다음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보충하지 않으면 2012년 대선에서 더 큰 악몽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의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이길려면 많이 늦긴했지만 당내 화합을 이끌어낼 대통령의 大용단이 절실히 요구되고 또 화급한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프런티어타임스 이태준 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