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0-05-18 11:22:39
기사수정

무엇이 옳을까?

정부 유관기관들이 발표하는 각종 경제지표들만 보면, 경기가 매우 좋아지고 있다.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성장률과 이에 기초한 국민소득증가율 또한 매우 가파르다. 경제성장률이 높으니 일자리 또한 당연히 크게 늘어나 기존의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조차 무색할 지경이다.

각종 경제 통계에 기초해 바라보면 한국경제가 정말 잘 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 삶은 어떤가? 높은 유가에 높은 생활물가, 높은 실업률과 줄어든 소득, 과중한 세금, 등 이 땅의 모든 가계가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당장 한 집 건너가 아니라 내 이웃 모두가 세금조차 제 때 내지 못해 연체하고 있는 지경이다.

과연 경기가 정상상태에 진입했는가?

주가라든가 환율, 금리수준 등 경기선행 지수들의 움직임이 정상적인가? 문제는 이들 경기선행지수들이 모두 정부 정책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주가나 환율, 급기야 금리수준까지 시장가격이 아니라 정부의지에 기초해 움직인다.

나는 이런 경우를 들어 ‘독에 든 한국 경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에 견주면 아직 경기는 제자릴 잡지 못했고, 자칫 정부가 손을 놓아버리면 경기는 갈 지 자 행보를 하다 새로운 장기불황에 빠져들 공산이 매우 크다. 한국경제는 아직 분명히 매우 위험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최근 경기가 그나마 확장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 동안 견지해 온 정부의 확장적 재정금융정책 때문이다. 아마 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경기가 반짝 회복세에 있다고 하여, 당장 정부가 출구전략의 마지막 단계인 기준금리마저 인상에 나선다면, 이후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바로 우리경제는 즉각 더블딥에 빠진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확장적 재정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던 일본 정부의 정책기조가 90년 대 초 부동산 가격을 포함하여 물가가 급등한다는 것을 이유로 재활인율을 인상하는 등 금융긴축구조로 돌아서자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곧 바로 장기 복합불황에 빠진 일본경제의 전례를 우리는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마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의 상황이 90년 대 초 일본의 경제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 또한 있다. 분명한 차이점이란 바로 부동산 가격의 방향이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 속에서 긴축구조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이미 부동산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상태에서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수준 또한 가파르게 오른다. 이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자의 이자 연체율이 크게 높아진다.

이 과정에 특히 문제가 되는 것, 즉 가계를 더욱더 압박하게 되는 것이 바로 연체이자율 수준이다. 통상 연체이자율은 연체 개월 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현행 모기지론을 이용하는 주택담보대출자들의 경우 연체이자율 수준이 정상 이자율보다 많게는 4배 이상 늘어난다. 아울러 이들 대부분이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한편 여기에 더해 시중은행은 그 이자율의 적용을 연체한 금액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원금연체라고 하여 기존 대출금 총액에 대해 연체이자율을 적용함으로서 연체이자의 크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것이 현실이다.

실제의 예를 들면 시중의 H 은행에서 30년 만기 모기지론을 통해 1억3천만원을 빌려 주택을 구입했다고 가정하자. 현재 정상 이자율은 년 5% 대에서 6%대 사이다. 문제는 이 정상 이자를 내지 못해 연체할 경우 그 첫 달은 납부하지 못한 이자부문에 대해서만 연체료를 적용한다.

그러나 두 번 째 달까지 연체할 경우 3번 째 달부터는 소위 원금연체라는 미명 하에 대출원금에 대해 무려 년 17%에서 22% 대까지의 연체이율을 적용한다. 그리고 4째 달부터는 여기에다가 가산 금리를 1-2% 또 추가한다.

이런 점에 기초해 실제 이자액을 추산해보면 모기지론을 이용한 자가 4개월 연체했을 경우 내야 할 이자 총액은 정상이자 총액보다 최소 수배 이상 늘어난다.

실제로 위 H은행에서 1억3천 만 원을 빌린 가계의 경우 2009년 12월 29일부터 2010년 4월 29일까지 4개월 연체했을 경우 첫 64일(12월 29일부터 익년 3월 2일까지) 동안은 5.52%의 이자율을 적용해 1.258.257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여기에 더해 이 기간 동안 연체이자에 대한 연체이자(1월 30일부터 3월 2일까지 32일에 대한이자) 9,082월 추가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이 이후이다.

즉 2010년 3월 3일부터 동년 4월 28일가지 약 57일에 대해서는 원금 1억3천만원에 대해 연 17%의 이자율을 적용 무려 3.451,252원의 연체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위 전체 연체기간 동안 납부해야 할 이자 총액은 무려 4.718,572원이나 된다.

현재와 같은 경기상황 하에서 이렇게 수배 이상 늘어난 이자를 부담하며 주택을 보유할 수 있는 가계는 거의 없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이 된 것도 바로 당시 미국이 시행한 모기지론과 모기지론의 패널티 이자에 해당하는 연체이자율 수준이 너무 높았고, 아울러 그 적용(소위 원금연체)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 내 진단이다.

이 점과 관련해 정부는 시중은행의 대출에 대한 감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특히 시중 은행이 금융소비자에게 제시하고 있는 대출약관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출약관 내용과 상관없이 금융소비자로서 ‘을’인 대출자의 경우 그 약관 내용과 무관하게 은행이 요구하는 약관내용에 대해, 그것을 읽든 읽지 않던 상관없이 무조건 서명해야만 비로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즉 대출약관이 부당하다고 하여 ‘을’의 위치에 있는 금융소비자가 시중은행이 제시하는 약관에 대해 거부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그것에 대해 서명하지 않으면 시중은행은 결코 대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은 정부의 감독이 필요한 분명한 이유이다. 특히 두 달 이상 연체했을 경우 적용하는 소위 원금연체는, 설령 그것이 민법에 근거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정당하다고 말할 수 없다.

대부분의 모기지론의 경우 그 대부분이 20년 이상 장기주택 담보대출의 형태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통상 20년 내지는 30년 차입 기간 중 3달 연체했다고 하여, 원금 전체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연체이자율 까지 적용하는 것은 이 모기지론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에게 애당초 이용하지 말든가 굳이 선택하면 종래 집을 법원 경매 당할 각오를 하라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이런 점에 비출 때 시중은행이 팔고 있는 장기주택 대출, 곧 모기지론의 경우 분명 감독대상이며, 특히 과도한 연체이자율 수준과 원금에 대해 연체이자율까지 적용하는 현행 약관은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서 대출자가 매달 지불해야 할 것은 이자이며, 대출자가 연체한 것은 어디까지나 이자부분에 대한 연체이자이지 원금에 대한 연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 원금에 대해 연체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런 사실에 견주어 지금 정부가 준비 중인 출구전략의 마지막 수순으로서 기준금리 마저 인상한다면 이는 현재의 경기진행 상황만을 단순히 주저앉히는 것이 아니라 급기야 주택담보대출자의 연체율을 크게 높여 종래 주택가격의 버블 붕괴까지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후 한국경제는 상당기간 동안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져들고 만다. 지금 정부 당국이 우려하는 물가 불안의 경우 수요적 측면보다는 바로 생산자 물가 상승에 따른 결과이다. 즉 소비의 크기나 통화량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금융통화정책에 보다 신중해야 할 이유이다.

아무튼 지금 일반 국민, 특히 서민 가계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심각한 정도의 소득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소위 월 소득 1,000만원이 넘은 소득을 올리는 가계가 늘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가계가 평균 소득 수준 이하에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즉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분을 이들 상위 10% 가계가 싹쓸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래저래 서민은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경제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

경기는 분명 좋아지고 있다는 데, 서민의 삶은 오히려 옥죄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 혹은 청와대 경제비서관, 그리고 한국은행 등은 이 같은 서민경제의 실상에 대한 보다 더 세밀한 관찰과 이해가 필요하다. 적어도 이들 기관이 채택하고 집행할 새로운 재정금융정책의 기준은 이 모든 것이 고려되어야만 한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의 현행 가계 혹은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이자율 수준에 대한 감독을 통해 정상이자율보다 지나치게 높은 연체이자율 수준 및 그 적용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이 점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감독해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실제 연체한 금액에 대해 연체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금에 대해 정상이자율보다 수배 높은 연체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은 일반의 상식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수번 더 말하고 싶지만 한번 더 강조해 둔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장기주택 담보대출 약관에 대해 즉각 보다 철저한 규제 및 감독에 나서야 한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orldnews.or.kr/news/view.php?idx=712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