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린 나경원 진짜 패했나?
- 눈에 보이는 경선은 패배-이면의 승부에선 발판 마련
한나라당의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현 시장이 선출된 가운데 2위로 낙선한 나경원 의원의 정치적 업그레이드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결과가 발표된 뒤에도 차분한 표정을 잃지 않던 나 의원은 연단에서 내려와 정몽준 대표와 정태근 의원, 지지자들의 위로를 받으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명 대변인으로 잘 알려진 '똑똑한' 나 의원의 눈물은 일순간 주위를 집중시켰다.
나 의원은 "최선을 다한 경선이었다"고 말한 뒤 "다만 아쉬운 대목은 천안함 사건으로 경선의 관심도가 떨어진 부분"이라면서 "지지자들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지방선거 필승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며 담담하게 심경을 밝혔다.
당내에서도 나 의원이 이쉬워하는 대목에 일정 부분 동감을 표시하는 분위기다.
즉 나 의원과 원희룡 의원 간의 후보 단일화가 좀더 일찍 결정되고 천안함 정국이 아닌 상황에서 경선 레이스가 펼쳐졌더라면 나 의원이 오 시장을 꺾지는 못했더라도 박진감 넘치는 진검승부가 볼만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쨌든 나 의원이 지난 3월 17일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당 안팍의 분위기는 차기 전당대회 지도부 입성을 준비하기 위한 준비 작업정도로 치부했다. 심지어 경선 흥행카드라는 비아냥 섞인 소리까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 의원은 출마 초기부터 중도에 경선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공언하며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맞설 수 있는 젊고 패기 있는 여성 후보임을 최대한 부각시켰고 그것은 주효했다.
나 의원의 추격은 먼저 당내 소장파의 리더 겪인 원 의원을 맹렬히 따라 잡아 경선 레이스 후반에 들어서는 오랫 동안 지지율 2위를 고수하던 원 의원과 엎치락 뒤치락 하는 국면을 이끌어냈다.
이무렵부터 정가에서는 나 의원의 발돋움이 예사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발맞춰 친이 직계 정태근 의원 등이 나, 원 의원 간의 후보 단일화 물꼬를 트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여기에 당 외곽 조직의 핵심 실세 인사가 "원 의원이든 나 의원이든 어느 쪽으로든 단일화만 이뤄지면 재미있는 상황 연출도 가능하다"며 양 진영을 오가며 단일화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나, 원 선거 캠프는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 대상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난항을 겪었으나 막판 조율 끝에 한나라당 지지자 50%, 책임 당원 50% 안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기로 최종 합의.
결국 나 의원은 근소한 차로 원 의원을 제치고 단일화의 주인공이 되어 재선에 도전하는 오 시장과 일합을 겨루는 장면까지 만든 것.
이에 대해 정치 컨설팅 관계자는 "후발 주자로 뛰어든 나 의원의 경선 과정을 보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눈에 보이는 경선은 패했지만 이면의 실상에서는 이긴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경선은 끝났다. 나 의원은 완패했지만 정가에서는 경선 자체로 나 의원의 주가가 대폭 상승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즉 전국적인 인지도를 끌어 올리고 나아가 차세대 리더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얻은 나 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가벼워 보인다는 얘기다.
<프런티어타임스 이민기 기자mkpeace21@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