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무죄, 태풍 또는 찻잔 속 회오리
- 그래도 남아있는 도덕성 논란..."고급 빌라 한 달 가까이 공짜 사용"
긴 정치적 논란 끝에 9일 법원이 1심 선고공판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받았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도전에 탄력이 붙었다.
일찌감치 민주당은 한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띄웠고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한 전 총리를 위해 서울시장 출마가 아닌 경기지사 출마로 방향을 바꾸며 힘을 실어줬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한 전 총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반면, 이명박 정권의 검찰에게는 패배의 쓴잔를 안겨 준 것으로, 민주당은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올게 뻔하다.
이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한 전 총리가 친노(親노무현) 인사라는 점과 이번 지방선거 운동기간이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와 겹치는 것을 적극 활용, 최대한 정치적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판이 이렇게만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한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도덕적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고급 골프빌라를 한 달 가까이 공짜로 사용한 사실, 골프장 직원이 점수까지 밝혔는데도 자신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도덕성'에 국민들은 고개를 돌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나라당이 내세우고 있는 김충환-나경원-오세훈-원희룡(가나다 순) 4인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들이 아닌 점도 한 전 총리를 위협하고 있다.
현직 '프리미엄'에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오세훈 시장에 한 전 총리 만큼이나 뚜렷한 개혁성을 갖고 있는 원희룡 의원, 뛰어난 대중성에 보수층의 지지와 아울러 한 전 총리와 같이 여성인 나경원 의원, 행정가 출신에 3선 구청장을 역임, '행정의 달인'을 내세우는 김충환 의원을 쉽게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이 치열한 당내 경선을 펼친 끝에 최종적으로 한나라당 후보자가 선출될 경우, 이 후보에 만만치 않은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역 일꾼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바람이 예전처럼 강하게 불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론'으로 몰고 가려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한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민주당의 고민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프런티어타임스 윤종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