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정부를 믿고 차분히 지켜볼 때"
- 그것이 천안함 실종자 가족을 위해 국민이 해줄 수 있는 최소한 배려
지금으로부터 딱 22년 전 1988년 늦가을로 기억되는 일이다. 나는 내가 사는 집을 산골마을 아이들을 위하여 무료 공부방으로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적이 있었다.
그때 공부방에 모인 대략 30여명의 초중고등학교 아이들에게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를 빌어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지리산과 광양의 백운산을 두고, 섬진강에 흙 한 삽 흘리지 말고 풀 한 포기 건드리지 말고, 지리산을 백운산으로 옮기고, 백운산을 지리산으로 옮겨놓을 방법을 구하라고 말했다.
한동안 고민하던 아이들의 입에서 우공이산이 나오고 별아 별 방법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모두 다 바보 같은 짓이라며 “마음으로 옮기고 마음으로 보면 된다.”하였다. 깜짝 놀라며 설명을 해보라 하였더니, 두 산을 서로 옮겨봐야 자리만 바꾸는 것인데 그게 그거 아니냐? 번거롭고 쓸데없는 짓이다.
그냥 마음으로 옮기고 마음으로 보면 산도 사람도 편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의 입에서 세상을 달관한 노승(老僧)의 입에서나 나올 세상의 모든 현상은 오로지 마음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흘러나오니 기절할 일이었다.
경인년 4월 첫날 이런 화두를 꺼내는 것은 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의미를 정확히 보자는 것이다. 세상만사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것은 제멋대로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네 인생이 살아가면서 겪어내는 상황을 지혜롭게 보자는 가르침이다.

▲ 곡성읍 동악산 청류동 제 일곡(一曲) 쇄연문
작금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 수장된 천안함(天安艦) 참사를 두고 온갖 유언비어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라 하였으니 국민 각자는 스스로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되어 이 상황을 어찌할 것인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그것이 무엇이든 확신은 있는데 확증이 없다면 그리고 확증이 없는 그걸 발표한다면 그것은 세상의 조롱거리이고 통수권자의 자질이 아니다.
설혹 북한의 보복이라 하여도 그렇다는 확증도 없이 어찌할 것인가? 아니 그렇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확증이 있다 해도 어찌할 것인가? 남북전쟁이라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이라도 벌릴 것인가? 이제 막 안정되어 가는 경제 사정은 또 어찌 하려는가? 전쟁은 맞붙어 대포를 쏘고 총질하는 것만이 최상인가? 아니다. 예로부터 동서고금에 이르기까지 무릇 전쟁이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상책이다.
남한 정부의 혼란을 부추기려는 세력들이 온갖 유언비어를 만들어 내고 국민 다수는 그 선동에 놀아나고, 군과 정부는 그런 헛소리에 놀라 해명한다는 것이 거짓말이 되고, 다시 또 반박하고 온갖 추측과 가설들을 끌어와 얽히고설키는 혼란의 연속이다.
오죽하면 유가족들이 대표를 구성하여 소설을 쓰지 말라고 경고를 하고 나섰겠는가? 지금은 차분히 지켜볼 때이다. 말없이 내리는 봄비가 대지를 적시고 만물을 소생시키듯이 차분히 믿고 지켜볼 때이다. 설마하니 이명박 대통령이 사기꾼 김대중이 그랬던 것처럼 천안호 참사를 개죽음으로 만들겠는가?
지금은 정부를 믿고 차분히 지켜볼 때이다. 온갖 억측으로 추리소설들을 마구잡이로 써대며 선동하는 그대들이 위수동김을 위한 남한의 기쁨조들이 아니라면 정부를 믿고 차분히 지켜볼 때이다. 부정부패 없는 참 맑은 세상을 위하여
2010년 4월 1일 동악산에서 박혜범 씀
<프런티어타임스 박혜범 칼럼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