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수트도, 감압챔버도, 심해잠수방지장치도 없이 잠수한다”
- “대통령의 백령도 방문이 수색작업에 장애가 되지는 않았는지”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대변인) 국회 5분 발언 전문>
어제 우리는 용감한 한주호 준위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 한 분을 가슴 속에 모셨습니다.
바로 이 분, 한주호 준위입니다.
그런데 이 한주호 준위는 어쩌면 희생되지 않아도 될 분이었는지 모릅니다. 지금 우리나라 해난구조대나 UDT 등 특수요원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대부분이 80년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잠수복이 문제입니다. 수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물에 젖지 않는 드라이 슈트를 입어야 하는데, 물에 젖는 웹 슈트를 착용하게 함으로써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저체온증도 잠수병 중의 하나입니다.
문제는 예산 때문에 200만원 가까이 하는 드라이 슈트를 입히지 못하고 30만원 정도 하는 웹슈트를 입혔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잠수사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감압챔버는 사고 현장에 단 1대밖에 없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영웅 한주호 준위에게 우리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10위권의 국가이고,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IT 강국이며, 원자력발전소를 나라밖에서도 짓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가진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단 돈 몇 푼이 없어서, 또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특수대원들을 생명의 사각지대로 몰아넣어야 하겠습니까?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도 정보를 인식하는 RFID 조끼를 우리 해군장병들에게 입혔더라면 오늘과 같은 혼란과 희생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보다 더 귀중한 가치가 어디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동료 선배 의원 여러분,
초계함인 천안함 사건으로 온 국민이 받은 충격과 슬픔을 제 짧은 언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차가운 바다, 칠흑처럼 어둡고 깜깜한 바다, 저 깊이 가라앉아 있는 우리의 귀중한 아들들을 한시라도 빨리 구해내야 한다는 염원은비록 실종자 가족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똑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조작업에도 사람중심의 인본주의적인 철학이 투영되어야 합니다. 장비도 제대로 갖추어 주지 않고, 안전수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태풍 같은 유속이 흐르는 바다 속으로 특수대원들을 들여보내는 것은 제2, 제3의 한주호 준위와 같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수심 45m 속에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심해잠수장비도 우리 구조대원들은 착용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잠수복과 산소연결선에 산소를 주입하는 등 심해잠수장비를 설치하는데 3-4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난 지 벌써 엿새째인데, 그 준비도 안 하고 도대체 이 정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군함이 두 동강이가 났는데, 그 동체를 끌어올릴 크레인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사고 후 나흘만에야 크레인을 요청해서 아직도 사흘을 더 기다려야 크레인이 도착하게 만드는 정부와 군 당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일을 하는 것입니까?
그러고도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은 ‘초기대응이 잘 됐다’고 자화자찬을 합니까?
어제 이명박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백령도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수색작업에 도움이 됐을까요?
청와대는 대통령으로서는 첫 백령도 방문이라고 홍보를 할 것이 아니라, 너무 늦은 방문, 시기를 잘못 선택한 방문에 죄송스러워해야 합니다.
북한이 시도 때도 없이 NLL을 위협하며 서해5도 주민들을 위협할 때 이미 대통령, 아니, 국무총리라도 방문을 했었어야 합니다.
그리고 촌각을 다투는 수색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는 어제 대통령이 가지 말았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오히려 구조대원들에게 부담감을 주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합니다.
대통령은 전시효과를 노리는 행보를 하기 보다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 앞에 진솔한 태도로 사과하고 사고원인에 대한 설명을 했어야 합니다.
무슨 일부터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인식도 없이 청와대 지하벙커 안에서 안보장관회의를 4번이나 하면 뭘 합니까?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정원장이 둘러 앉아 해군 관계자 한 사람 동석시키지 않고 회의를 하니까, 사고 엿새째가 되도록 크레인 한 대 갖춰놓지 못하고, 애꿎게 특수요원만 희생을 시키는 것입니다.
사고 발생 후 1주일이 다가오도록 침몰원인도 모른 채 우왕좌왕, 횡설수설 하면서 국민들을 온통 소문의 벽으로 가려놓고, 온갖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왜 구조된 해군들을 사회와 격리시킵니까?
왜 부상병들을 만나지도 못 하게 합니까?
무엇이 그리도 두렵습니까? 무엇을 그리도 감출 게 많습니까?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온갖 정보가 백령도 앞바다의 유속보다도 더 빠르게 흘러 다닙니다.
제발 솔직해 지십시오, 정직해 지십시오.
지금은 지방선거가 문제가 아닙니다. 총체적으로 국가안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엄청난 사건을 겪으면서 현안긴급질의도 못 하게 하는 이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탄스러울 뿐입니다. 국민 두려운 줄을 알아야 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