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시험봐서 뽑는다면?
- 김충환, 나경원, 오세훈, 원희룡은 수험생(사진: 가 나 다순)

서울시장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어느 해보다도 흥미진진하다. 한나라당, 민주당, 기타 군소 정당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후보들이 눈에 뛴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면면을 먼저 보자. 김충환의원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행정고시를 패스한 56세의 국회의원이다. 나경원의원은 47세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패스했다. 오세훈시장과 원희룡의원도 각각 고려대 법대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사법고시 출신의 40대 후보들이다. 일부에서는 40대 젊은 후보가 좋다고 말하고, 다른 이들은 50대 성숙한 후보가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책적인 측면에선 행정, 여성, 디자인, 복지를 내세우며 본인이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를 후보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어떤 후보는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대통령과 함께 일한다’라고 말하고, 또 다른 후보는 미래 권력이라 일컫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한다’고 말한다. 경기도 지사로 나온다는 모 후보는 이미 지나간 무덤 속 권력까지도 퍼 올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 선거의 모습은 사뭇 옛날과는 다른 복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전엔 출신 지역이 중요했다. 영남 출신이냐 호남 출신이냐가 당락을 결정했다. 이번 선거도 이런 모습으로 진행된다면 단연 영남 출신의 김충환 후보가 유리하다. 경쟁하는 오세훈후보는 호남이고 원희룡후보는 제주도 출신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약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번 선거에선 앞서 말한 경향의 지역 병이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는 ‘진보’와 ‘보수’라는 정체성 면에서의 대립 각이다. 정책으로 보아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측은 진보라고 말할 수 있고, ‘점진적 무상급식’을 말하는 측은 보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많이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중.동은 보수언론이지만 여러 후보들 중 보수라고 말하는 한나라당의 김충환 후보 보다는 진보성향에 가까운 원희룡 후보와 나경원 후보,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를 더 많이 다룬다. 어느 점 하나 옛날과 같은 선거의 모습이 없다.
이런 가운데 기자가 더 두려워하는 것은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때와 같이 이미지 선거가 되는 것이다. 후보가 과거에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더불어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후보들을 가려볼 겨를도 없이 바람이 불었다. 우리는 그 동안 많은 형태의 선거경험을 했다. 수십만 관중 동원에 속아보기도 해고, 공청회 스타 정치가를 당선시키기도 했다.
과연 권력을 만드는 ‘정치꾼’들은 어떤 전략과 꼼수로 이번 6.2지방선거를 끌고 갈까? 과연 정치꾼들의 머리 속에는 ‘국민’이라는 진정한 주권자를 위한 생각은 하고 있을까? 한나라당의 김충환후보는 3선 구청장 출신의 풀뿌리 정치 경험으로 국민의 마음을 잘 살핀다고 말한다. 원희룡후보는 본래 당내에서도 진보세력으로 평가 받는다는 점에서 국민들과 가장 가까이 있다며 조금은 어폐 있는 주장을 한다.

솔직히 너무 어렵다. 평소에 선거에 관심을 가진 본인도 혼란스러운데 선거 때 어쩌다 관심을 가지는 일반 대다수 국민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를 해야 한단 말인가?
서울시장을 뽑는 것도 대학 시험을 보듯이 해보면 어떨까? 시험 형태에 따라 결과를 예측해 보자.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다면 원희룡후보와 나경원후보가 1, 2등을 할 것이다. 요즘 워낙 여자들이 남자보다 공부를 잘하고, 한 후보는 늘 수석을 했다고 말하지 않는가? 면접만으로 뽑는다면 오세훈후보가 1등을 하게 될 것이다. 언론에도 자주 나왔던 변호사 말솜씨 아닌가? 그렇다면 최근 많은 대학에서 채택하는 입학사정관제로 시장을 뽑으면 어느 후보가 더 경쟁력이 있을까? 입학사정관제는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생활기록부, 수능성적, 봉사활동 등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하여 좋은 학생을 뽑는 제도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서울시민의 마음으로 다시는 실수하지 않는 투표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 모두가 입학사정관이 되어 잠재력 충만한 능력 있는 학생(후보)을 뽑아야 한다. 후보들의 화려한 '이미지' 유혹에서 벗어나 행정 기록부, 의정활동 및 수상경력, 정책공약 등을 꼼꼼하게 검증하여야 한다. 시장이 되면 늘 시민 곁에서 생활을 살필 수 있고, 안정적으로 행복한 정치를 펼칠 후보를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