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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09-30 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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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대구대학교 교수
여름 무성함과 결별한 산들이다.
산이 아득히 멀어 보인다.
산은 낙엽을 떨구고서 좀 채 내보이지 않던 속내를 내보이고 있다.
산은 삶이 그렇게 진솔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가 보다.
여름 무성함 속에 숨어 지내던 바위들이었다.
이제 그 휘장을 벗고서 자신의 본체를 다 보이고 있다.
산의 마음을 감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눈에는 산이 그저 외로워 보이는 것이다.

산의 마음은 늘 조용함이다.
소란으로부터 조금만 벗어나면
인간의 마음도 그렇게 한적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고요로부터 조금만 방심하면 소란속에 빠져들게 된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의 일상이 그러하다.
그 선호가 조용함이어야 하는 삶이건만,
실상은 소란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 두려운 인간인 것이다.

고요속에 있는 아침이 황량하다.
무성한 여름 잎사귀들의 호위를 받았던 건물들이 휑하니 서 있다.
일과가 시작되어야만 건물들은 본래의 모습이 될 것이다.
사람들로 채워져야만 여름날의 성화로 돌아가는 것이다.
단지 업무를 이유로 북적되는 도시이다.
그러하니 꽉 차있으면서도 늘 황량한 것이다.
마치 군중속에 있으면서 느끼는 고독같은 것이다.
그래도 따사한 사랑으로 채워지는 날들도 있을 것이다.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이웃들에 대한 사랑으로 풍요로울 때도 있을 것이다.

밤사이에 나목이 되어 버린 나무들이다.
밤사이에 내린 이슬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가 보다.
밤의 적막을 소리 내어 깨우면서 지나간 바람들이 너무 세차게 불었는가 보다.
낙엽은 차가운 이슬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낙엽은 세찬 바람을 탓하지도 않는다.
길가를 메운 낙엽이 바람결을 따라 줄지어 달려가고 있다.
끝 간곳이 정하여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낙엽의 여정은 행복한 것이다.
운동성에 편승하여 이동의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문득 고운 것들을 생각한다.
햇살이 곱다.
낙엽을 떨군 나목이 곱다.
멀리까지 시야를 튀어주는 날씨가 곱다.
계절을 감지하고 동요를 일으키는 마음이 또한 그렇다.
지금 지천으로 내리는 낙엽이 있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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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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