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창준,전 미 하원 3선의원
얼마 전 한국의 야당 의원들이 워싱턴을 방문해 교포들에게 해외동포에 대한 참정권 부여로 미국에서만도 대한민국 국회 비례대표 의원이 6명 정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때문에 한국에 돌아가 정치에 참여할 생각에 설레는 교포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미국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고국의 정치에 반영시키고 싶은 욕구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순진한 우리 교포들이 한국의 정치소용돌이에 빠져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개인적인 소견을 전하고 싶다.
첫째로 알아야 할 것은 참정권이 모든 교포들에게 부여되는 특혜가 아니란 점이다. 미국 내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 예를 들면 미국에 파견된 현지 직원들이나 유학생은 문제가 없지만 미국서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열심히 일하는 영주권자들은 문제다. 한국 국회 비례대표로 선정된다면 영주권을 포기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면서 미국의 영주권을 계속 연기만 하기는 어려울것이다.
미국에 오래 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아온 교포들은 대개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참정권에서 제외됐다. 이들에게도 이중국적을 허용하면 되겠지만 이 역시 65세 이상으로 한국서 국방의 의무를 마친 사람, 또 한국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판단되는 제한된 수의 사람들만 해당된다. 특히 이중국적 자체가 먼 훗날 얘기일 뿐,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 그나마 지금같이 고용난이 심한 상황에서 교포들이 몰려가 자기네들의 직장을 차지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한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이를 결코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 자체도 문제다. 2백만 교포들이 흩어져 사는 이 넓은 미국 땅에서 어떻게 한인들로 이뤄진 지역구를 만들고, 교포들이 어떻게 그 지역구에서 출마하며, 선거는 어떻게 치를 것인지, 아니면 지역구가 없이 비례대표만 선출한다는 것인지 기술적인 어려움이 너무 많아 보인다.
또 한 가지 미국교포가 한국 국회의원이 되면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든가 지연시켜야 하는데 가족은 미국에 살고 본인만 귀국해 정치에 참여하는 소위 기러기 국회의원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도 의문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2장에 명시된 국민의 의무에는 납세의 의무가 있다.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미국 영주권자를 국회의원으로 받아들일 경우 이에 대한 논란이 뜨거울 것이다.
미국 현지 교포들로부터의 비난도 상당할 것이다. 미국 영주권을 받았으면 미국에 살면서 열심히 일해 미국에서 성공하는 것이 조국의 위상을 높이고 애국하는 길이라고 믿는 교포들의 수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국서 자식을 잘 키워 장성급도 나오고 노벨상 수상자와 장관도 나오고, 또 연방 상하원 의원, 미국 5백대 기업가가 나오도록 하는 게 조국을 위하는 것이지 한국에 돌아가 정치판에 뛰어 드는 것을 좋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중국적이 허용돼 미국 시민권자도 본국의 한국인들과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누릴 수 있다면 이는 우리 교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이에 대한 국내 여론이 그리 호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 교포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됐을 경우, 만일 한국과 미국 간에 외교 문제로 심각한 대립이 초래됐을 때 어느 편을 드느냐 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만일 반미에 가담했을 때 미 영주권자의 이런 행위에 미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의문이다.
하여튼 열심히 사는 순진한 우리 교포들에게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바람을 넣고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비례대표가 그리 쉽게 되는 것도 아니다. 상당한 돈을 소속당에 기부하고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별로 존경 받는 직업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권력을 휘두르며 으스대지만 국민들이 바라보는 국회의원들은 다르다. 정치판에 들어가서 정치판을 뒤집어 보겠다는 뜻이 있어도 막상 그 판에 들어가보면 뭐 하나 뜻대로 개혁하기 힘들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당에서 하자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생명이 끝난다.
그러니 오히려 이곳 미국의 순수한 교포단체들에서 한미 관계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자세로 때를 기다려, 한국에서 모셔가도록 하는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 아무쪼록 바라건대 한국의 정치인들은 미국에서 열심히 사는 착한 교포들의 마음에 바람을 불어넣는 경솔한 행동을 삼가기 바란다. 교포들 역시 사전선거운동으로 인심을 사려는 한국 정치인들의 얄팍한 감언이설에 놀아나선 안 된다. 시간을 갖고 기다려보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
<프런티어타임스 김창준회장 hyunnews@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