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공관 4자회동 자체로 비리의도
- 5만달러 봉투 놓고 나왔는데 "안 받았다"한들 사실이 뒤집힐 수 있나
한명숙 전 총리의 5만달러 뇌물수수 재판이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당초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등과 4자회동 자체에 비리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전 총리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당시 산자부 장관이었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과 함께 공무와 무관한 일반 기업인을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한 공관에서 회동한 것만으로 비리를 저지르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챙길 시간이 없었다’는 식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4인의 회동자체가 문제”라며 “보통사람이 총리나 장관들과 공관에서 만날 수 있느냐. 은밀한 거래가 있지 않고서야 이들이 만날 리 있겠느냐”고 반문키도 했다.
그는 이어 “총리와 산자부-건교부 장관, 기업인이 만나서 무슨 국가 대사를 논했을 것 같으냐”며 “한 전 총리가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면 할수록 국민들의 의심만 커진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2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선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 검찰 및 변호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 전총리측은 봉투를 챙길 시간이 없었다고 강변한 반면 검찰은 당시 정황에 대해 5만달러가 든 돈 봉투 2개를 서랍에 넣는 등의 내용을 거듭 재연했다.
이날 검증은 한 전 총리가 지난 2006년 12월20일 공관 1층 식당에서 오찬을 한 뒤 곽 전 사장에게 5만달러를 받았는지가 관건인데 상황설명을 위해 경호팀장이던 최 모 씨, 수행과장 강 모 씨, 의전비서관 조 모 씨, 경호팀 윤 모 씨 등 당시 장관들을 뺀 참석자들이 참여했다.
우선 한 전 총리측은 곽 전 사장에게 봉투를 어떻게 놔뒀는지 물었고 곽 전 사장은 “테이블 방향으로 겹치지 않게 놓았다”고 답했으며 정세균 당시 산자부 장관과 강동석 건교부 장관 등 입장순서에 대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는데 총리님이 좀 늦게 나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검찰은 2만달러와 3만달러가 각각 든 돈 봉투를 주고받은 기소내용을 재연했는데 한 전 총리의 대역이 “잘 부탁드립니다”고 인사하며 일어나자 정 전 장관 등 2명의 대역이 뒤를 따라 나갔고 곽 전 사장의 대역은 돈 봉투 2개를 꺼내 의자에 놓은 다음 곧바로 따라 나갔다.
이후 한 전 총리의 대역은 테이블 뒤 서랍장 왼쪽 서랍에 돈 봉투를 넣고 배웅을 나갔는데 한 전 총리는 “나는 저 서랍장을 쓴 적도 없는데”라고 말하면서 재연내용을 계속 부인했다.
한편 이날 현장검증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는데 재판부는 오는 29일 한 전 총리에 대한 피고인 심문을 거쳐 31일 결심공판, 내달 9일 최종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프런티어타임스 송현섭 편집국장 21cshs@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