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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3-27 11: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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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금수산(해발 1016미터)

견딤이 아니라
기다림이었다.
혹한조차도 즐긴 바위이다.
혹한에 더욱 선명한 흰빛의 바위인 것이다.
희망을 기다린 증거이다.
기다림이란 만난을 떨치는 것이다.
기다림이란 한 꼭지를 끝나면 다음 꼭지로 가는 길목인 것이다.

단절이 아니라
이어감이었다.
계곡에 여름처럼 물이 흐른다.
푹 패인 계곡에 격동하는 물이다.
각기 다른 계곡을 달려온 물들이 폭포가 되었다.
용담폭포가 웅대하다.
단절을 떨치고서 낙수를 위해 합수한 것이다.
용담폭포가 요란스럽다.
이어가는 의례인 것이다.

가둠이 아니라
펼쳐감이었다.
숨고르기처럼 휴식한 나무이다.
겨울을 즐긴 나무들이다.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잔가지이다.
유연하였으니,
막무가내인 바람도 이긴 것이다.
가늘었으니,
흐르는 시간에도 조응하는 것이다.

잔가지를 밀쳤다.
개선문을 만든다.
개선문 밑에서 꽁무니를 감추고서 산길에 접어든다.
잔가지는 하늘을 살피는 촉수가 된다.
하늘에 제일 먼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멈춤이 아니라
나아감이었다.
살피기 위하여 멈춘다.
더 멀리 나아감이다.
동문재에는 시간이 고스란하다.
일용할 양식의 텃밭인듯,
옛 시간속의 삶의 흔적들이다.
산속으로 숨어든 사연이 들려온다.
민초들의 한이 그저 애달프다.

사라지고 마는 흔적이건만,
축대높이 쌓아 숨어살았던 흔적이다.
시공이 밀려와 가슴아리게 한다.
저마다의 숨어든 사연이 슬픈 것이다.
풍미하지 못하였지만 삶이었던 것이다.
하루하루가 처절하였을 것이다.
금수산에 처절미가 담겨져 있는 까닭이다.

들뫼삼거리이다.
살아서 움직이는듯
해태의 형상을 한 바위이다.
그 웅대함에 심장이 터진다.
난간을 오르는 그 절묘함에 소스라친다.
바다를 버린 해태가 금수산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해태가 금수산의 비경에 홀린 것인가 보다.
해태가 금수산의 비단에 잠긴 것인가 보다.
해태가 금수산의 바위를 파도로 여긴 것인가 보다.
해태가 원래 산이었을 바다의 향수에 취한 것인가 보다.

터좁은 정상이다.
수놓았던 비단은 없고,
충주호가 연무에 희미하다.
마치 보드라운 실루엣인듯,
은은히 펼치는 충주호의 푸른 물이다.
아직 봄은 저기에 머물고 있으니,
충주호의 푸름만이 봄을 징표하고 있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정상에 홀연히 돌풍이 인다.
우레처럼 천지를 요동한다.
비단이 먼저 숨어버린 이유는,
우레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강풍을 탄다.
정상에 발을 떼면,
당도하는 그곳은 이미 천상일 것이다.
강풍이 만든 경계이다.
이편의 산이다.
저편의 하늘이다.
하늘로 끌어올리는 돌풍이다.
어디에서 달려온 것이기에 그리도 성난 것일까.
어디로 달려가기에 그리도 무서운 기세인 것일까.

돌풍이 만든 경계의 법칙이다.
어중쭝한 경계가 아니라,
너무나 선명한 경계인 것이다.
생과 사를 나누는 경계이다.
지상과 하늘을 나누는 경계이다.
강풍이 정상에서 그렇게 호령하고 있다.

강풍의 때림이다.
묵묵한 바위가 의연하다.
높이 솟았으니 그 바람을 다 맞는 것이다.
강풍에 깎인 바위의 속내가 진솔하다.
때림을 이기는 바위의 운치이다.
금수산이 절경인 까닭은 그 바위에 덮혀있기 때문이다.
강풍의 흔듦이다.
휘익 숙였다가 다시 고개드는 가지이다.
뿌리를 깊이 내렸으니 대범한 것이다.
흔드는 것을 이기는 나무의 지혜이다.
금수산이 비단처럼 수놓는 것은 그 나무가 피어나기 때문이다.

기다림이었다.
펼침이었다.
이어감이었다.
나아감이었다.
그리하여 금수산은 정물이 아니라,
그리하여 금수산은 매 순간 요동치는 것이다.

금수산에 난데없이 폭우가 내린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깜깜함이다.
아무도 못보게 하고서,
천지개벽을 만들려는가 보다.
귓불을 때리는 폭우이다.
맨몸으로 맞는 차가운 빗줄기다.
폭우가 청심환같다.
가슴을 쏴아하게 튀운다.
천지개벽의 현장에서 숨소리조차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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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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