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급변時, 美의 韓半島 개입 긴요”
- 美 Foreign Policy誌 “Life After Kim” (Sung-Yoon Lee, Tufts University)
정일이 유고돼 북한이 급변사태로 갈 경우, 북한 지역에 ‘권력공백’의 발생이 불가피하고,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동북아 국제질서상 ‘힘의 재분포’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의 희망과 목표는 한국 주도의 ‘자유민주 통일’이지만, 주변 여건이 그리 만만치 않다. 급변으로 가기 전 중국의 사전 관리로 ‘친중(親中)’ 정권 수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급변사태로 갈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 군사작전을 펴 韓美 연합군 내지 미국의 군사개입을 저지하려 할 것이란 관점도 제기됐다[리처드 와이츠 (Richard Weitz)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2월 18일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토론회].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전문잡지 Foreign Policy는 “Life After Kim” (Sung-Yoon Lee, Tufts University) 제하의 칼럼을 게재, ‘북한이 급변사태로 갈 경우, 미국의 한반도 개입이 매우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이를 정리ㆍ편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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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정권의 종말은 어떤 형태로든 불가피하다. 金의 축출이 축하해 마지 않을 일이지만, 그 후의 사태전개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김정일 유고→북한정권 붕괴’로 동북아에 새로운 불안정 시기가 도래할 수 있다. 이 경우, 한반도의 통일이 이뤄지려면 오바마 정부나 그 각료들이 현재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미국의 한반도 개입이 필요하다.
우선 현 시점에서, 김정일 유고에 대비하여 미국이 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韓美 양국이 ‘作計(OPLAN) 5029’ 비상계획을 논의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기적 비상계획(예컨대, WMD확보, 치안유지, 국경통제, 혼란 속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을 넘어, 장기적으로 김정일 이후(post-Kim)의 북한상황을 다룰 계획을 마련하는 일은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이익(strategic interests)을 보호하는데 긴요하다.
지난 65년 동안 한국과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정치‧경제‧인적투자를 볼 때, 미국의 개입은 도덕적인 사명이자 과제이기도 했다.
김정일 유고 후 평양에서 발생할 권력공백은 韓美 양국군의 즉각적인 파병을 요구할 것이다. 그 후 다른 지역국가들의 개입이 뒤따를 것이다. 중국의 평화유지군이 북한 북부를 확보하려 할 것이고,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한반도 해안을 따라 사람들과 물자를 수송하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UN의 (명목적) 깃발 아래 다국적군이 38도선(DMZ) 이북에서 질서를 회복하고 물자를 공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인도적 노력과 주변국 간 세력균형에 의해 북한 내 혼란이 진정되었다 해서, 일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1945년 일본을 점령하면서 동경에 진입한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그의 일본 군정 목표를 다음과 같이 참모에게 하달한 바 있다: “(i)먼저 일본의 군사력을 붕괴시켜라 (ii)다음, 대의정부를 수립하라 (iii)여성을 해방하라 (iv)정치범을 석방하라 (v)농민을 자유롭게 하라 (vi)자유노조를 설립하라 (vii)독점을 금지하라 (viii)경찰 억압을 금지하라 (ix)언론을 해방하라 (x)교육을 자유화라 (xi)그리고, 정치권력을 (非중앙집권)분산하라.”
김정일 정권 붕괴 후 북한 변혁도 이와 큰 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45년 당시 발전되고 고도로 관료화됐던 일본사회(비록 전쟁의 상처가 크고 군국주의 지배하에 있었지만)와는 달리, 북한은 완전한 ‘재혁신(reinvention)’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자연히 북한의 정치적 재조직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훗날 한국 국회에 합치게 될) 과도적 입법 의회 구성에 착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자유와 자본주의 문화ㆍ생활양식을 향해 북한의 사회와 문화를 바꿔나가는 일은 수십 년의 세월과 국제사회의 재정적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는 바로 미국이 지속적으로 對한반도 공약을 실천하고 동북아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 세기를 되돌아 볼 때, 한반도는 두 개의 결정적인 지정학적 변동을 경험했다. (i)먼저 1905년 러일전쟁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을 되찾은 일본이 1905년에 대한제국을 ‘보호령(protectorate)’으로 만들고 1910년 식민지로 합병한 일과 (ii)그후 1945년에 한반도가 분단되고 이후 5년이 지나 전쟁이 발발한 일이다.
상기 두 경우에 있어, 美 지도자의 적극적인 개입 또는 소극적 불개입이 역사방향을 결정하는 주요한 열쇠였다. 1905년 테오도르 루즈벨트(Theodore Roosebelt) 대통령은 주한(駐韓)공사를 철수시켰고, 1949년 트루만 정부의 국무장관 딘 애치슨(Dean Acheson)은 유럽 현안에 지친 나머지 북한의 도발위협에 직면해 있던 한반도에서 美軍을 철수시키고 말았다.
위 두 경우에 발생한 권력공백이 모두 외부의 침략을 유발했다. 이는 1953년 이후 지금까지 美 지상군이 주둔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 온 사례와 크게 대조된다. 통일된 한국에 평화를 유지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미국의 다짐과 공약만이 역사적으로 열강들이 각축해 온 이 지역의 안정을 담보해 줄 수 있다.
지난 60년 꽁꽁 얼어붙은 세습독재는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암울한 경제 상황, 3대 세습의 불확실성, 번영하는 한국과의 극적인 대조—, 평양 정권이 체제 붕괴의 요건을 너무 잘 갖추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불가능으로 간주돼 온 것(북한 급변)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홍관희 칼럼니스트,프런티어타임스 frontier@frontiertimes.co.kr>